(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토트넘 절대 안 간다"던 바이에른 뮌헨 20세 공격수 마티스 텔이 결국 토트넘 입단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제 와서 가겠다고 하는 텔이나, 그를 받아주겠다고 하는 토트넘 모두 대단하다는 말밖에 나오질 않는다.
이적시장 전문가인 파브리치오 로마노는 3일(한국시간) 오후 11시2분 자신의 SNS를 통해 "텔이 토트넘에 임대로 떠난다"며 특정 선수 혹은 감독이 확실히 이동할 때 쓰는 자신만의 시그니처 문구 '히어 위 고'를 붙였다.
앞서 '스카이스포츠 독일'의 플로리안 플레텐베르크 기자도 텔이 결국 토트넘에 간다고 보도했다. 로마노의 SNS 글도 바로 나왔다.
텔은 토트넘이 '출전시간 보장'까지 약속했음에도 이를 믿지 않고 이적 제안을 거부했다.
특히 '악마의 협상가'라는 다니엘 레비 토트넘 회장이 독일까지 비행기를 타고 직접 날아가 그와 담판을 시도했음에도 무용지물이었다.
토트넘은 이번 시즌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한 골도 넣지 못한 공격수 영입을 위해 임대가 아닌 완전이적 형식으로 6000만 유로(900억원)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을 제안했다. 이에 20살의 전도유망한 텔을 임대로 보낸 뒤 돌려받으려고 했던 뮌헨도 마음을 바꿔 완전이적을 허용했다.
구단간 합의가 끝난 상황에서 선수가 토트넘을 거부한 것이다.
사실 텔의 영입은 토트넘 팬들 사이에서도 논란이었다. 지난 2023년 여름 토트넘이 바이에른 뮌헨에 간판 공격수 해리 케인을 팔면서 받은 돈의 절반을 뮌헨 백업 공격수 영입에, 그 것도 시즌 무득점 선수에게 투입하는 것은 물론 손흥민, 브레넌 존슨 등의 출전 시간까지 박탈한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였기 때문이다.
프랑스 유력지 '레퀴프'는 지난달 31일 "뮌헨과 토트넘은 공격수 마티스 텔의 이적에 대해 6000만 유로를 건네기로 했다"며 "텔은 이제 결정을 내려야 한다. 다른 클럽들은 제안서를 빨리 보내야 한다"라고 전했다.
이어 플레텐베르크가 "텔이 토트넘을 거부했다"고 보도한 때가 지난 1일이었다.
당시 플레텐베르크는 "텔은 오늘 토트넘의 제안을 거절한 뒤 지난 4일 동안 처음으로 바이에른 뮌헨에 남을 가능성을 열어뒀다. 바이에른 뮌헨은 이제 텔이 팀에 남을 가능성이 있다는 정보를 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뮌헨 잔류는 토트넘의 파격적인 제안을 거절하기 위한 핑계였다.
텔은 토트넘을 원하지 않았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첼시, 아스널 등 프리미어리그 우승 경력이 있는 다른 구단을 원했다.
토트넘이 텔의 맨유행 이적 움직임으로 두 번 망신을 당한 이유다.
토트넘도 이를 파악하고 파격적인 이적료 외에 텔에게 출전시간 확약을 하면서 맨유나 첼시, 아스널이 하이재킹을 시도하기 전에 도장을 찍으려고 했다.
레비 회장이 직접 비행기를 타고 뮌헨까지 날아가 선수와 담판을 짓겠다는 '상상초월' 태도를 드러낸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토트넘은 텔이 끝내 이적을 거부하자 방향타를 돌려 맨유 20세 아르헨티나 공격수 알레한드로 가르나초, 첼시에서 백업으로 밀린 '제2의 호날두' 주앙 펠릭스 등의 영입도 타진했다.
그러나 가르나초의 경우 선수가 맨유 잔류에 미련이 있었다. 주앙 펠릭스를 두고는 토트넘이 같은 프리미어리그 구단이라는 이유로 인해 첼시 구단이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그러는사이 텔도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 맨유와는 계약을 하고 싶어 임대를 추진했지만 뮌헨 구단이 맨유와의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텔이 마음을 돌렸고 토트넘도 받아줬다. 당초 제안된 이적은 아니고 임대 형식이 될 전망이다.
2005년생 프랑스 공격수 텔은 자국리그 렌에서 2022년 불과 17세 나이에 뮌헨으로 이적했다. 지금까지 1군에서 83경기 출전해 16골 7도움을 올렸다.
뮌헨은 텔을 영입하기 위해 2000만 유로(약 300억원) 거액을 렌에 지불하기로 결정해 화제가 됐다.
텔은 뮌헨 데뷔 시즌인 2022-2023시즌에 28경기 출전해 6골을 터트렸다. 주로 교체로 기용되면서 600분만 소화했지만 짧은 출전시간임에도 6골이나 넣었기에 장래가 기대됐다.
2023-24시즌엔 출전시간이 늘어나 41경기에서 10골 6도움을 기록했다. 어린 나이에 중앙 공격수, 윙어를 가리지 않고 뛰면서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했다. 당시 사령탑이었던 토마스 투헬 감독과의 궁합도 좋았다. 여세를 몰아 텔은 지난해 3월 뮌헨과 2029년까지 장기 계약을 체결했다.
뮌헨은 해리 케인의 후계자를 찾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포지션이 정통 스트라이커는 아니지만 텔의 잠재력은 케인의 공백을 메우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이번 시즌 벨기에 국적의 월드클래스 센터백 뱅상 콤파니 감독이 오면서 텔은 전력 외 자원으로 분류됐다. 콤파니 감독 밑에서 그는 2024-2025시즌 현재까지 14경기에 나와 458분을 뛰는데 그쳤다. 공격포인트도 도움 1개만 기록했다.
텔이 콤파니 감독 밑에서 경기에 나서지 못하자 뮌헨은 이번 겨울 이적시장 때 텔의 임대 이적을 고려했다.
뮌헨 스포츠 디렉터 막스 에베를도 최근 "12월부터 텔이 이적을 원한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모든 옵션을 평가할 것이며 어떻게 할지 결정할 것이다. 난 그를 이해할 수 있다"라며 이적할 거라고 내다봤다.
이어 "그는 출전 시간을 원했고 그를 이해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가 계속 싸워나가길 바랐을 것이다. 나쁜 모습이 아니었다. 난 이전에 이렇게나 많은 구단에서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라며 텔의 인기가 꽤 있다고도 했다.
실제 텔은 이번 시즌 주춤하고 있음에도 시장에서 나름 인기가 있다. 20살로 나이가 어리고 잠재력이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판단을 하는 팀이 많았다.
토트넘이 천신만고 끝에 품게 됐다.
텔은 토트넘에서 손흥민, 브레넌 존슨과 출전 시간을 나눌 것으로 보인다.
특히 왼쪽 측면에서 가운데로 파고드는 동선이 손흥민과 똑같다. 스트라이커도 아니고, 그렇다고 전형적인 윙어로 보기도 어렵다. 손흥민과 꼭 닮은 공격수란 뜻이다.
손흥민 입장에서도 프리미어리그와 리그컵, FA컵,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를 모두 뛸 수 없는 상황이어서 텔의 입단이 반가울 것으로 보인다.
텔이 입단하면 기존 손흥민 백업인 전 독일 국가대표 티모 베르너의 입지가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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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