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현해리 감독이 故송재림과 함께 했던 '폭락' 현장을 돌아보며 고인을 그리워했다.
현해리 감독은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열린 영화 '폭락' 인터뷰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15일 개봉하는 '폭락'은 50조 원의 증발로 전 세계를 뒤흔든 가상화폐 대폭락 사태 실화를 기반으로 한 범죄드라마다. 청년·여성·장애 가산점 등을 악용해 청년 창업 지원금을 부정수급한 뒤 고의 부도, 폐업을 전전하다 우연히 가상화폐 서비스 투자를 받으며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되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특히 '폭락'은 지난 해 11월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송재림의 유작으로 남게 됐다. 송재림이 세상을 삼키려 했던 청년 사업가 양도현 역을 연기했다.
지난 6일 열린 '폭락' 기자간담회에서 송재림과의 작업을 회상하며 눈물을 쏟아 먹먹함을 안겼던 현 감독은 "거의 매일 보던 얼굴이었는데, 아직도 (송재림이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늘 연기에 대해 정말 많이 고민했던 배우였다"며 조심스럽게 고인의 이야기를 꺼냈다.
앞서 송재림이 KBS 2TV 예능 '편스토랑' 등에 출연해 17년 가까이 가계부를 직접 쓰고, 세금 같은 금융 지식에도 해박한 모습을 보여왔던 점을 눈여겨 봤던 현 감독은 '폭락'의 양도현 역을 떠올리며 "무조건 송재림 배우가 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었다"고 얘기했다.
이어 "송재림 씨가 20대 때는 예능에서 밝고 사랑스러운 모습을 많이 보여줬었는데, 30대 중반으로 접어들면서는 작품에서 서늘한 얼굴도 많이 보여주고, 정말 '알 수 없는 얼굴'이라는 표현이 딱 맞는 사람이 됐더라. '폭락' 스태프들이 저를 포함해 전반적으로 젊은 사람들이었는데, 서로 '형', '오빠'라고 부르면서 많이 교감했다"며 끈끈했던 촬영장을 떠올렸다.
송재림은 후시녹음 과정에서 '폭락'의 일부를 본 것으로 전해졌다. 현 감독은 "송재림 배우가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표출했었는데, 완성된 영화를 봤으면 정말 좋아했을 것이다"라며 다시금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이어 "송재림 배우와 연기 얘기도 진짜 많이 했다. 또 안우연 배우와는 너무 친해져서 서로 받은 대본을 바꿔서 보고 연습하기도 했다더라. 그 정도로 연기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을 많이 했던 배우였다. 아이디어도 많이 내고, 편집점에 대한 조언도 많이 주셔서 도움을 받았다"고 얘기했다.
"그래서 더 아쉽고, 저는 이 작품이 송재림 배우의 마지막 작품이 되는 것이 싫다"며 다시 한 번 아쉬움을 토로한 현 감독은 "지금 완성된 '폭락'이 3시간 분량에서 1시간 10분 정도를 덜어낸 것이다. 덜어내는 것에 대한 고민도 컸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찍은 것들을 모두 보여드릴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실제 루나코인의 피해자라고 언급해 주목 받기도 했던 현 감독은 "저는 코인으로 돈을 잃기도 했지만 벌기도 했었다. 코인으로 돈을 벌다 보니 '욕심 안 내고 가지고 있으면 벌잖아'라는 생각이 들어서, 또 영끌을 하다가 잃기도 했다. '내가 나를 너무 믿었구나' 싶더라. 이제는 오히려 모두가 맞다고 해도 한 번 더 'NO'를 하고, 반대로 생각해보는 사람이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개봉 시기를 조율하던 중 송재림의 비보를 맞이했고, '故송재림의 유작'이라는 이름으로 15일부터 관객들을 만나게 됐다.
MBN 시사·교양 PD 출신으로 제작사 무암을 이끌며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있는 현 감독은 "영화를 완성하고 나서도 배급 같은 절차들을 경험해보니 정말 상상초월이더라. (영화의 소재가) 시의성이 있다 보니 실제 모티브가 된 주인공의 송환 여부 시기를 보고 있었는데, 개봉 시기는 지금이 잘 맞는 것 같다"고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이어 "제가 초보 감독이고 초보 제작자인데, 정말 많이 도와주셨다. 지금도 사실은 내가 겁도 없이 너무 큰 일을 했구나 싶은데, 같이 하는 동료들 덕에 배우고 있다. 잘 낳은 자식을 세상에 보내는 느낌이 드는데, 요즘은 '제가 노력한 만큼만 잘 되게 해달라'고 빌고 있다. 그저 아쉬운 것은, 송재림 배우와 이 여정을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이다"라고 다시 한 번 고인을 향한 마음을 전했다.
사진 = ㈜무암/영화로운형제, 엑스포츠뉴스DB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