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오승현 기자) 김고은과 노상현, 세상에서 가장 가벼워보이지만 그 누구보다 깊은 관계를 그렸다.
'대도시의 사랑법'(감독 이언희)는 눈치보는 법이 없는 자유로운 영혼의 재희(김고은 분)와 세상과 거리두는 법에 익숙한 흥수(노상현)가 동거동락하며 펼치는 그들만의 사랑법을 담았다.
영화는 남는 게 체력뿐인 20대의 풋풋한, 날것의 우정부터 위기를 겪고 아픔을 겪으며 사회 속에서 살아갈 나 자신을 찾는 30대의 동행까지 그린다.
재희는 남 눈치 보는 법이 없다. 본인이 맞으면 맞고 아니면 아닌 거다. 굳이 남의 생각까지 들여다보려고 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그녀는 스무 살 대학 동기들에게 이상한 존재이자 낭만, 누군가에겐 장난감이자 욕망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집단과 다르면 무조건 이상하다고 여기는 우리의 현실이다.
그런 재희와 같은 과 동기인 흥수는 성소수자다. 그리고 그것을 드러내고 싶지 않아한다. 그는 이에 대해 자신의 약점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모습을 우연히 재희에게 보인다.
재희는 그런 흥수의 비밀을 퍼트리는 것에 흥미가 없다. 오히려 위기에서 그를 돕는다.
일단락 된 흥수의 커밍아웃 위기. 하지만 재희에게 논란이 옮겨간다. 얼굴없는 노출 사진의 주인으로 몰려 교내 화젯거리가 된 것.
마찬가지로 재희에게 관심도 없던 흥수지만, 자신을 구해준 그를 외면하지 않고 다가가며 말도 안 되는 우정이 시작된다.
남들이 보기엔 둘도 없는 남녀의 우정을 빙자한 사랑놀음 같다. 하지만 남들이 다 가볍고 헤프다고 해도 순수한 사랑을 꿋꿋이 꿈꾸는 재희와 자신의 성 정체성을 드러낼 수 없는 환경에 가벼운 사랑만 찾게 되는 흥수의 고민과 위기, 방황은 그 어떤 이들의 우정보다 더 진했다.
자유로움 하나 때문에 모두에게 손가락질을 받는 재희를 잘 아는 건 흥수, 그런 흥수의 모든 것을 보고 들은 건 재희 뿐이다. 세상에 둘도 없는 존재가 된 그야말로 '미친 관계'다.
이들은 남녀라는 성별을 떠나 사람 대 사람으로 교류하는 진정한 '인간'이다. 다른 작품이었다면, 재희와 흥수가 아니었다면 '사랑', '커플', '베프'라는 단순한 단어 하나만으로 정의됐을 거다. 인간으로서 걱정하고, 인간이기에 질투하는 이들의 애틋함이 아름답다.
또한 이들을 '비정상적인 사람'이라고 치부하는 극 중 캐릭터들은 데이트 폭력 가해자거나 디지털 성범죄 가해자, 길거리 폭행 가해자다. 영화를 보다보면 미친 사람들이라고 생각되던 흥수와 재희가 가장 사람답게 산다.
사랑하던 남자에게 배신당하고 아픔을 겪는 재희, 모든 게 완벽하지만 자신의 성 정체성과 세상의 시선 때문에 끝까지 행복할 수 없는 흥수.
이들은 그 안에서 성장하고 진정한 나 자신이 무엇인지 파악하며 변화한다. 세상과 타협하는 듯 하면서도 본인의 심지는 잃지 않는 모습이 모두가 꿈꾸던 낭만 같기도 하다.
극이 그려낸 13년의 시간 흐름을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따라가게 된다. 날것의 느낌에 '왜 저래' 싶다가도 어쩔 수 없이 이들을 사랑스러워할 수밖에 없었다.
섹슈얼한 감정 빼고 모든 걸 다 나누는 관계를 그린 김고은과 노상현의 연기 티키타카 또한 극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이성적인 사랑을 빼니 가장 진솔한 관계의 힘이 나왔다.
한편 '대도시의 사랑법'은 10월 1일 전국 극장에 개봉했다.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오승현 기자 ohsh1113@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