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06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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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 감독 "한국, 결승에서 만나고 싶다"...대진은 운명의 '한일전'에서 [현장인터뷰]

기사입력 2024.04.22 05:52 / 기사수정 2024.04.22 05:52

신태용 인도네시아 U-23 대표팀 감독은 8강에서 한국을 만나는 것보다 서로 좋은 결과를 내 더 높은 곳에서 만나길 바랐다. 사진 도하, 김환 기자
신태용 인도네시아 U-23 대표팀 감독은 8강에서 한국을 만나는 것보다 서로 좋은 결과를 내 더 높은 곳에서 만나길 바랐다. 사진 도하, 김환 기자


(엑스포츠뉴스 도하, 김환 기자) "한국과 8강에서 만나는 것보다 정말 열심히 해서 결승전에서 만나 같이 올림픽 본선에 출전하면 좋겠다."

신태용 감독은 한국을 일찍 상대하는 것보다 더 높은 곳에서 만나길 바랐다. 인도네시아의 맞대결 상대는 운명의 '한일전'에서 결정된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은 22일(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에 위치한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요르단과의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겸 2024 파리 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 조별리그 A조 3차전에서 전반전과 후반전 각각 두 골씩 집어넣으며 요르단을 4-1로 격파했다.

인도네시아는 전반전에만 두 골을 넣으며 경기 흐름을 가져왔다. 요르단의 반격이 거셌지만, 인도네시아는 상대에게 쉽게 골을 내주는 팀이 아니었다. 오히려 인도네시아는 요르단이 공격적으로 올라오는 점을 이용해 더 날카로운 역습을 펼쳐 추가골과 쐐기골을 뽑아냈다.

인도네시아의 득점 이후 기뻐하는 인도네시아 팬들. 사진 아시아축구연맹
인도네시아의 득점 이후 기뻐하는 인도네시아 팬들. 사진 아시아축구연맹


당초 인도네시아는 요르단을 상대로 무승부만 챙겨도 8강에 오를 수 있었으나, 다득점 경기를 펼치며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린 채 토너먼트로 향하게 됐다.

지난 2023 AFC 아시안컵에서 인도네시아 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팀을 16강에 진출시켰던 신태용 감독은 이날 승리로 인도네시아 U-23 대표팀을 준준결승 올리면서 다시 한번 인도네시아 축구사에 한 획을 그었다.

더불어 인도네시아가 A조 2위로 8강에 오르게 되면서 B조 최종 순위에 따라 인도네시아와 한국의 맞대결이 성사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신태용 감독은 한껏 밝은 표정으로 한국 취재진의 인터뷰에 응했다. 

신태용 감독은 역사적인 승리를 거둔 기분이 어떠냐는 질문에 "사실 이 대회에 출전하면서도 인도네시아가 처음으로 대회에 나오는 것도 몰랐다. 한국은 자주 출전하니까 당연히 출전했다고 생각했는데, 나도 한참 까먹고 있다가 카타르에 와서 다시 생각이 났다"라며 입을 뗐다.

이어 신 감독은 "우리가 조별리그를 통과할 수 있다는 생각을 선수들에게 심어줬고, 쉽게 포기하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주문했던 부분이 이번 대회에서 효과를 발휘하는 것 같다. 선수들에게 어느 팀과 맞붙더라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었다"라며 인도네시아 선수들이 정신력으로 단단하게 무장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또 "전에 갖고 있던 생각들을 다 뜯어 고쳐야 한다고, 단 1%라도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면 팀이 망가지기 때문에 신태용이라는 사람을 믿고 따라오라고 했다. 그런 생각들을 바꿔줬던 부분들이 좋은 결과로 나오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라며 인도네시아라는 팀의 변화가 결과로 나오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태용 인도네시아 U-23 대표팀 감독은 8강에서 한국을 만나는 것보다 서로 좋은 결과를 내 더 높은 곳에서 만나길 바랐다. 사진 도하, 김환 기자
신태용 인도네시아 U-23 대표팀 감독은 8강에서 한국을 만나는 것보다 서로 좋은 결과를 내 더 높은 곳에서 만나길 바랐다. 사진 도하, 김환 기자


신태용 감독은 22일 열리는 한국과 일본의 조별리그 B조 3차전을 직접 볼 예정이다. 한국과 일본 모두 인도네시아의 잠재적 8강 상대이기 때문이다. 한일전에서 승리하는 팀이 B조 1위가 되어 A조 2위인 인도네시아와 8강에서 맞붙는다.

신 감독은 앞서 호주와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승리한 뒤 8강 진출 가능성이 올라가자 8강에서 한국과 일본 중 어느 팀을 만나고 싶냐는 질문에 일본이라고 답했다. 지금도 같은 마음인지 묻자 신 감독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일단 황선홍 감독님과 친분이 있기 때문에 경기를 하면서 서로 인상을 쓰고 싶지 않다. 내가 힘들더라도 일본과 붙고, 한국이 카타르랑 붙어서 좋은 결과를 내 결승에서 만나길 바라는 꿈이 있다. 8강에서 만나는 것보다 정말 열심히 해서 결승전에서 만나 같이 올림픽 본선에 출전하면 좋겠다는 게 내 생각이다"라며 인도네시아와 한국이 8강에서 좋은 결과를 내 토너먼트 더 높은 곳에서 만나길 바란다고 했다.

계속해서 "한국이 일본전을 잘 준비해야 한다. 한일전이라는 건 역사적으로 우리가 미묘한 감정들이 많았고, 나 또한 감독으로서 한일전을 치른 경험이 있다. 사실 이틀 전 황선홍 감독님을 만났고, 같이 이런 저런 이야기도 나눴다. 오늘 경기가 끝난 뒤에도 황선홍 감독에게 '고생했고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나 또한 한국이 부상 없이 좋은 경기를 해서 좋은 결과를 가져오길 바란다고 답했다. 솔직히 (8강에서) 안 만나면 좋겠다. 이게 내 솔직한 심정이다"라고 덧붙였다.

신태용 인도네시아 U-23 대표팀 감독은 8강에서 한국을 만나는 것보다 서로 좋은 결과를 내 더 높은 곳에서 만나길 바랐다. 사진 도하, 김환 기자
신태용 인도네시아 U-23 대표팀 감독은 8강에서 한국을 만나는 것보다 서로 좋은 결과를 내 더 높은 곳에서 만나길 바랐다. 사진 도하, 김환 기자


질문은 다시 경기로 돌아갔다. 이날 인도네시아는 좋은 경기력과 함께 요르단을 압도했다. 호주, 카타르와 대등한 경기를 펼쳤던 요르단을 상대로 찍어 누르며 적잖은 충격을 줬던 인도네시아다.

경기 후 최우수선수로 지목돼 신태용 감독과 함께 기자회견에 참석했던 인도네시아 공격수 마르셀리노 페르디난은 취재진으로부터 요르단전이 신태용 감독 아래에서 뛴 이후 치른 경기들 중 최고의 경기였냐는 질문을 받았다.

같은 질문을 신태용 감독에게 던졌다. 신 감독 역시 인도네시아의 경기력이 좋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선수들이 자신의 지시를 잘 따라줬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신 감독은 "경기가 끝나면 시간이 없다. 다음날은 회복 훈련을 해야 하고, 경기 전날 분석을 하고 선수들에게 경기와 관련된 지시를 40분, 50분 정도 한다"라면서 "상대에 맞춰 전술을 계획하고 훈련을 진행했는데 선수들이 생각보다 너무 잘 따라줬다. 우리가 생각했던 대로 상대가 나오기도 했고, 그러다 보니 좋은 결과도 있었다. 선수들이 자신감을 갖고 경기를 했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가 나온 것 같다"라고 했다.

요르단전 승리로 8강 진출을 확정 지은 뒤 기자회견에 참석한 신태용 감독. 사진 도하, 김환 기자
요르단전 승리로 8강 진출을 확정 지은 뒤 기자회견에 참석한 신태용 감독. 사진 도하, 김환 기자


신태용 감독과 인도네시아 선수들은 좋은 경기력과 함께 인도네시아 축구 역사상 첫 U-23 아시안컵 8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후반전 막바지 경기 종료가 가까워지자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을 채운 인도네시아 팬들은 신태용 감독의 이름을 연호하기도 했다.

이 이야기를 꺼내자 신 감독은 웃으며 "이 정도는 약한 편이다. 자카르타에 가면 8만 관중이 다 내 이름을 연호한다"라면서도 "근데 타국이라고 해야 하나. 카타르까지 왔는데도 불구하고 팬들이 내 이름을 불러주니 너무 고맙고 행복했다"라고 말했다.

마지막 질문은 신태용 감독의 리더십에 대한 질문이었다. 신태용 감독은 인도네시아 대표팀에서 친근하지만 엄격한 감독으로 통한다. 인도네시아를 대표하는 두 선수인 페르디난과 프라타마 아르한이 입을 모아 한 이야기다.

믹스트존 인터뷰 직후 버스로 향하기 전 인도네시아 취재진과 인사를 나누는 신태용 감독. 사진 도하, 김환 기자
믹스트존 인터뷰 직후 버스로 향하기 전 인도네시아 취재진과 인사를 나누는 신태용 감독. 사진 도하, 김환 기자


신 감독은 친근함과 엄격함의 선을 어떻게 지키냐는 질문에 "나는 경기장 안에서 절대 양보하지 않는다. 선수와 타협도 없다. 대신 경기장 밖에서는 항상 나보다 위라고 생각하면서 선수들을 받들어준다. 모든 걸 그렇게 챙겨주니까 선수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라고 했다.

이어 "내 철학은 '경기장 안에서는 선수들에게 1%도 양보하지 않는다'라는 말이다. 이게 내 생각이고 철학이다"라는 말을 끝으로 신 감독의 인터뷰를 기다리던 인도네시아 취재진과 악수를 나눈 뒤 버스로 향했다.

사진=카타르 도하, 김환 기자/아시아축구연맹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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