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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자 쥐락펴락…'금메달' 황선우, 작전과 멘털에서 완벽했다 [도하 현장]

기사입력 2024.02.14 09:50 / 기사수정 2024.02.14 10:02

황선우가 14일 카타르 도하 어스파이어돔에서 열린 2024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200m 결승에서 1분44초75로 우승한 뒤 시상식에서 환호하고 있다. 황선우는 생애 처음으로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땄다. 도하 연합뉴스
황선우가 14일 카타르 도하 어스파이어돔에서 열린 2024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200m 결승에서 1분44초75로 우승한 뒤 시상식에서 환호하고 있다. 황선우는 생애 처음으로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땄다. 도하 연합뉴스


(엑스포츠뉴스 도하, 권동환 기자) 세계선수권 2회 우승의 경험이 빛나는 완벽한 레이스였다. 잠시 뒤로 밀렸지만 그는 흔들리지 않고 맨 먼저 200m를 헤엄치는 선수가 됐다.

대한민국 수영 간판 황선우(21·강원특별자치도청)가 한층 더 성숙해진 레이스로 생애 첫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황선우는 14일(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어스파이어돔에서 열린 2024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200m 결승에서 1분44초75를 기록해 가장 먼저 터치패드를 찍으면서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올라섰다.

이날 금메달로 황선우는 생애 첫 세계선수권 자유형 200m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 2022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에서 1분44초47의 당시 한국신기록으로 은메달을 따낸 그는 지난해 7월 2023 후쿠오카 세계선수권에선 1분44초42로 한국신기록을 다시 한 번 갈아치우며 동메달을 따냈다.

간절히 원하던 세계수영선수권 금메달을 딴 황선우는 기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쇼트코스(25m) 세계선수권 대회(2021 아부다비, 2022 멜버른) 자유형 200m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했지만, 롱코스(50m) 대회에서 금메달을 손에 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황선우가 14일 카타르 도하 어스파이어돔에서 열린 2024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200m 결승에서 1분44초75로 우승한 뒤 세리머니하고 있다. 황선우는 생애 처음으로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땄다. 도하 연합뉴스
황선우가 14일 카타르 도하 어스파이어돔에서 열린 2024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200m 결승에서 1분44초75로 우승한 뒤 세리머니하고 있다. 황선우는 생애 처음으로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땄다. 도하 연합뉴스


롱코스 대회였던 지난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 자유영 200m에서 황선우는 한국 신기록을 경신했지만 1분43초21을 기록한 다비드 포포비치(루마니아)한테 밀려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지난해 후쿠오카 때는 포포비치를 따돌리는데 성공했으나 영국 출신인 매슈 리처즈(1분44초30)와 톰 딘(1분44초32)이 각각 1, 2위를 차지해 황선우는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 대회 금메달리스트 포포비치는 4위를 차지했다.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포포비치는 2024 파리 하계올림픽에 집중하기 위해 불참을 선언했다. 리처즈와 딘은 대회에 참가했지만 자유형 200m 종목에 나서지 않았다.

메달이 유력한 경쟁자들이 레이스에서 빠지는 일이 일어나긴 했으나 이번 대회 남자 자유형 400m에서 동메달을 딴 루카스 마르텐스(독일), 전통의 수영 강국 미국에서 온 루크 홉슨, 기끔씩 깜짝 레이스를 펼치는 다크호스 다나스 랍시스(리투아니아) 등이 있어 황선우는 안심할 수 없었다. 그러나 황선우는 완벽한 작전과 탁월한 실력으로 이번 결승전을 쥐락펴락했다.

황선우가 14일 카타르 도하 어스파이어돔에서 열린 2024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200m 결승에서 1분44초75로 우승한 뒤 세리머니하고 있다. 황선우는 생애 처음으로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땄다. 도하 연합뉴스
황선우가 14일 카타르 도하 어스파이어돔에서 열린 2024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200m 결승에서 1분44초75로 우승한 뒤 세리머니하고 있다. 황선우는 생애 처음으로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땄다. 도하 연합뉴스


이번 황선우 우승의 백미는 바로 황선우의 엄청난 스퍼트였다. 준결승에서 전체 2위를 차지해 5번 레인을 배정 받은 황선우는 가장 먼저 물 속으로 뛰어 들면서 레이스 중반까지 선두 자리를 유지했다.

물론 중간에 고비도 있었다. 100m를 지난 후 바로 옆 6번 레인에서 홉슨이 무섭게 따라붙으면서 150m 지점을 턴 했을 때 황선우가 2위로 밀려난 것이다.

그러나 숱한 메이저대회 경험을 통해 어느 새 관록을 갖춘 황선우는 동요하지 않았다. 자신의 페이스를 지키다가 마지막 25m 지점부터 스퍼트로 내면서 선두 자리를 되찾아 가장 먼저 터치패드에 손을 댔다. 그러는 사이 황선우 자리를 넘보던 홉슨은 더더욱 뒤로 처졌다. 결국 1분45초05를 기록한 랍시스(리투아니아)가 2위로 들어와 은메달을 땄고, 홉슨은 1분45초26으로 3위에 그쳤다.

황선우의 작전과 멘털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보여주는 장면이다. 18살 어린 나이에 2020 도쿄 올림픽에 참가했던 황선우는 자유형 200m 결승에서 150m까지 1위로 달려 국민들의 눈과 귀를 모았으나 마지막 50m에서 크게 밀려 7위로 마무리 했던 기억이 있다.

황선우(가운데)가 14일 카타르 도하 어스파이어돔에서 열린 2024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200m 결승에서 1분44초75로 우승한 뒤 시상식에서 은메달리스트 다나스 랍시스(왼쪽), 동메달리스트 루크 홉슨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황선우는 생애 처음으로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땄다. 도하 연합뉴스
황선우(가운데)가 14일 카타르 도하 어스파이어돔에서 열린 2024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200m 결승에서 1분44초75로 우승한 뒤 시상식에서 은메달리스트 다나스 랍시스(왼쪽), 동메달리스트 루크 홉슨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황선우는 생애 처음으로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땄다. 도하 연합뉴스


생애 첫 국제대회에서 결승이다보니 여러 모로 레이스 운영에 아쉬움이 있었던 셈이다. 초반 오버페이스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황선우는 지난 2023 후쿠오카 세계선수권 자유형 200m 결승에서도 큰 교훈을 얻었다. 150m 지점까지 전대회 챔피언 포포비치한테 선두 자리를 내주다가 마지막 50m 구간에서 폭발적인 스퍼트로 포포비치를 제치는데 성공했으나, 뒤에서 리처즈와 딘이 엄청난 스퍼트를 내며 황선우를 앞지른 것이다. 황선우는 동메달을 딴 뒤 "포포비치를 제쳐 우승인가 싶었으나 어느 새 영국 선수들이 먼저 와 있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도쿄 올림픽과 후쿠오카 세계선수권의 경험은 황선우에게 큰 자산이 됐다. 꾸준히 경험과 기량을 쌓은 황선우는 이번 대회에선 레이스 중후반 추격을 허용했음에도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준비했던 대로 레이스를 운영하면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황선우도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경기 중 상황을 판단하고 작전을 수정하는 등 냉철한 면모가 생겼음을 알렸다.

그는 엑스포츠뉴스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100m를 턴했는데 6번 레인의 홉슨 선수가 굉장히 치고 올라오더라"라며 "근데 그 선수 페이스에 말리고 싶지 않아 내 페이스를 가고 마지막 50m에 (페이스를)올리는 그런 전략으로 했다"라며 승리 비결을 설명했다.

황선우가 14일 카타르 도하 어스파이어돔에서 열린 2024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200m 결승에서 1분44초75로 우승한 뒤 시상식에서 태극기에 경례하며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황선우는 생애 처음으로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땄다. 도하 연합뉴스
황선우가 14일 카타르 도하 어스파이어돔에서 열린 2024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200m 결승에서 1분44초75로 우승한 뒤 시상식에서 태극기에 경례하며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황선우는 생애 처음으로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땄다. 도하 연합뉴스


또 "전반적인 레이스 부분과 턴 부분이 아직 많이 미흡한 것 같아 그 부분을 많이 보완한다면 꿈의 기록인 (1분)43초 대에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며 현재의 만족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황선우의 눈을 이제 5개월 뒤 파리 올림픽을 향한다. 올림픽에선 포포비치와 리처즈, 딘이 모두 출격한다. 이번 대회서 남자 자유형 100m 세계신기록을 세우고 자유형 200m에선 예선에서 페이스를 확 떨어트려 결승행에 연연하지 않았던 중국의 간판 스타 판 잔러도 파리에선 제대로 물 속에 뛰어들 예정이다.

그런 가운데 이번 세계선수권 우승을 양분 삼아 치열하고 긴박한 레이스가 펼쳐니는 올림픽에서도 황선우의 마지막 터치가 '골든 터치'로 바뀔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사진=연합뉴스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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