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06 03:51

[F1] 머신? 이제는 자존심 싸움이다

기사입력 2011.07.09 12:59 / 기사수정 2011.07.09 12:59

서영원 기자
[엑스포츠뉴스=서영원 기자] 2011 F1이 중반부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유럽대륙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 8전 유럽 발렌시아 그랑프리를 시작으로 13전 이탈리아 몬자 그랑프리까지 모두 유럽 대륙에서 대회가 열린다. 이는 유럽의 인기 스포츠 축구, 농구, 배구 시즌을 피해 열리는 것으로 유럽인들에게 끊이지 않는 스포츠의 흥미를 이어나가기 위한 계획으로 F1의 인기는 이 즈음 최고조에 달한다.
 
6전 연속 유럽 개최로 인해 각 팀과 드라이버들은 머신 경쟁 뿐만 아닌 본격적인 자존심 싸움을 벌인다. 특히 자동차 강국인 영국, 독일,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그랑프리는 각 국가를 대표하는 팀과 드라이버들이 절대 부진할 수 없다는 각오로 똘똘 뭉쳐있다. 

잰슨 버튼, 루이스 해밀턴 ‘영국서 패배란 없다’

올 시즌 세바스티안 페텔의 무한 독주를 저지했던 두 남자 버튼과 해밀턴(이하 맥라렌)은 상하이와 캐나다 그랑프리에서 각각 1승씩 올리며 페텔 반란군으로써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특히 버튼은 7전 캐나다 그랑프리에서 베텔을 마지막 5랩을 남겨두고 기적의 레이스를 보여주며 F1 팬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해밀턴 역시 F1 공식 홈페이지와 인터뷰에서 “머신의 차이는 없다. 고향에서는 이긴다는 생각 뿐이다”라며 영국 그랑프리에 대한 각오를 보여주었다.

 

<사진: 버튼의 영국그랑프리 프레스데이 인터뷰 원문(출처: F-1 공식홈페이지)>

영국 그랑프리는 예측 할 수 없는 대회로 손꼽히고 있다. 지난 2001년부터 작년까지 이 대회의 우승자는 2회 정상에 선 미하엘 슈마허(2002,2004)를 제외하곤 매년 우승자가 바뀌었다. 특히 작년과 재작년은 ‘폭주 직전’ 레드불의 마크 웨버와 페텔이 우승을 차지했다.
 
날씨 변화가 심한 영국에서 각 팀들은 항상 고전을 해왔다. 매일 바뀌는 날씨 때문에 대비가 힘들며 결과 예측도 쉽지 않다는 것. 또 지난 기록들을 되돌아보면 절대 강자도 절대 약자도 없다. 해밀턴 역시 이 대회에서 당시 폭우 속 레이스를 이겨내고 2008년 우승을 한 기억이 있다. 당시 우승 후보는 독주 중인 페르난도 알론소였으며 해밀턴은 4-5위권 선수였다.
 
예측이 어렵기 때문에 각 팀들은 혹시나 있을 우승 가능성에 도전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특히 해밀턴과 버튼의 맥라렌은 이들의 우승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피트크루와 정비팀 기술자들을 추가로 보강 조치했다. 
 
자존심 싸움의 첫 그랑프리가 될 영국 그랑프리, 과연 해밀턴과 버튼은 자국에서의 승리를 거둘지가 주요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페라리 ‘이탈리아 통일 150주년, 안방에서 만큼은’

2011년 초 이탈리아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통일 150주년을 맞이해 가장 기대되는 스포츠는 무엇인가’ 라는 주제로 설문이 이루어졌다. 1위는 예상을 뛰어넘어 페라리의 F1 부활이었다.
 
이탈리아에서 페라리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최고 인기 축구팀인 유벤투스, AC 밀란은 지역을 기반으로 한 단일 클럽이지만 페라리는 단순 기업을 넘어 이탈리아 축구대표팀과 비견될 만한 지지를 얻고 있다. 또 이탈리아의 국민 자동차 브랜드 피아트의 계열사인 페라리는 이탈리아 국민들에게 가장 신뢰를 얻는 브랜드이다.

페라리가 주목하는 그랑프리는 바로 13전 이탈리아 몬자 그랑프리다. 페라리는 최근 10년 중 미하엘 슈마허(현 메르세데스), 루벤 바리첼로(현 윌리암스), 페르난도 알론소를 앞세워 6번을 우승을 차지했다. 페라리 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드라이버가 우승한 횟수까지 합치면 2008년 페텔(당시 STR)의 우승을 제외하고 모두 이탈리아와 관련이 있었다.
 


<사진:  페라리 사진만 사용한 이탈리아 그랑프리 소개페이지(출처:F-1 공식홈페이지)>

하지만 올 시즌 이탈리아 드라이버와 페라리는 모두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페라리의 올시즌 최고 성적은 지난 유럽 발렌시아 그랑프리에서 알론소가 2위에 오른 것이 최고. 페라리 역사상 ‘무승’이라는 최악의 시즌을 보내는 지금 이탈리아 그랑프리를 앞둔 그들의 각오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이탈리아 몬자 그랑프리 티켓은 대부분의 좌석이 매진된 상태. 많은 이탈리아 팬들이 찾을 몬자 그랑프리에서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페라리가 터닝포인트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독일 드라이버 ‘자동차 강국의 자존심을 지킨다’

세계 제1의 자동차 강국, F1 드라이버 최다 보유(현 6명), 국가별 우승 최다 기록(181회), F1 그랑프리 최다 개최(67회)까지, 바로 F1에서 빼놓고 설명할 수 없는 독일을 표현하는 문구들이다.
 


<사진: 슈마허의 사진을 전면에 내건 독일그랑프리 소개페이지(출처: F-1공식홈페이지)>

9전 영국에 이어 바로 열리는 10전 독일 뉘른베르크 그랑프리는 독일 F1 팬들이 가장 기대하고 있는 그랑프리다.
 
하지만 정작 안방에서 열리는 그랑프리에서는 매우 약한 모습을 보여왔다. 2006년 슈마허를 끝으로 독일 드라이버들은 독일 그랑프리에서 우승을 차지한 적이 없다. 독일 국민들이 더욱 자존심 상하는 것은 슈마허 이후 우승자들과 팀이 독일과는 전혀 상관없는 팀이었기 때문이다. 2007년은 자국 경제 사정으로 취소가 됐고 2008년 해밀턴(맥라렌), 2009년 웨버(레드불), 2010년 알론소(페라리)에게 1위를 내주며 F1 강국 독일의 이미지가 손상됐다. 
 
독일 팬들은 이번이야 말로 자동자 강국으로서 면모를 보여줄 기회로 삼고 있다. 만화처럼 달리는 페텔이 있기 때문. 페텔은 설명이 필요없는 독보적인 질주로 독일 그랑프리 우승을 노리고 있다.
 
페텔은 2009년 2위, 2010년 3위로 자국 그랑프리 우승 기록은 없다. 이번이야 말로 고국 팬들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줄 기회로 생각하고 있다. 그는 영국그랑프리 대비 중 ESPN F-1과 인터뷰에서 “독일 국민의 자부심과 개인적인 영광을 얻겠다”(I'll take it german pride and my honor)라며 단단히 벼르고 있다.
 
페텔의 우승을 지켜보기 위한 독일 유명인들의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결승 당일에는 독일 메르켈 총리가 관전할 것으로 예상되며 페텔의 절친인 독일축구 국가대표팀 출신 분데스리가 TSG 호펜하임의 주장 안드레아스 벡도 관전 의사를 밝혔다. 페텔은 호펜하임 출신이며 TSG호펜하임이 하부리그에 있을 때부터 광적인 팬이다. 
 
페텔 뿐만이 아니라, 니코 로센버그, 슈마허, 닉 하이드펠트, 티모 클록, 아드리안 수틸 등 독일 드라이버들의 투지도 대단하다. 특히 하이드펠트는 “양보 운전이란 있을 수 없지만 독일 드라이버들이 나란히 들어온다면 기쁠 것이다”라며 소감을 말했다.
 
왜 자존심 싸움인가?

유럽인들이 자부심을 가지는 스포츠는 대표적으로 축구, F1, 테니스 등이 꼽힌다. 3개의 스포츠가 경쟁할 것도 없이 서로 존중하며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특히 국가별 스타들끼리의 단합은 매우 주목되는 부문이다. 
 
스페인의 4총사 라울 곤잘레스(축구), 라파엘 나달(테니스), 파우 가솔(농구), 페르난도 알론소는 서로 일정을 맞추기 힘들지만 1년에 한번 기회를 잡아 단합의 시간을 가진다. 4명의 선수 모두 친분이 두터우며 서로의 종목을 응원할 뿐만 아니라 자선경기도 참여한다.
 

<사진: 지난 5월 자선 축구경기에 참여한 페텔(출처: 페텔 트위터)>


독일은 슈마허, 미하엘 발락 등이 주축으로 구성된 축구와 F1 드라이버 모임을 가지고 있으며 종목간의 교류가 활발하다. 이탈리아, 영국 역시 드라이버들과 타종목 간의 자선단체 형식의 모임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는 국가 스포츠의 발전과 단합을 도모함으로 팬들의 스포츠 내셔널리즘을 유발하고 있다.


서영원 기자 pres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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