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18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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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사례 참고해야만 했다"…사상 첫 '인종차별' 상벌위→벌금형 선택한 K리그

기사입력 2023.06.22 19:01



(엑스포츠뉴스 신문로, 김정현 기자)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출범 첫 인종차별 사건 관련 상벌위원회를 열어 징계 수위를 결정하는 데 약간의 애로 사항이 있었다.

연맹은 22일 제6차 상벌위원회를 열어 SNS에서 인종차별적 언급을 한 울산 소속 선수 박용우, 이규성, 이명재 등 3명, 그리고 울산 구단에 대한 징계를 결정했다.

박용우, 이규성, 이명재에게는 출장정지 한 경기와 제재금 1500만원이 각각 부과됐다. 해당 대화에 참여했으나 인종차별적 언급을 하지 않은 정승현은 징계 대상에서 제외됐다. 

울산 구단에는 팀 매니저의 행위와 선수단에 대한 관리책임을 물어 제재금 3000만원의 징계를 부과했다.

연맹 상벌위원회는 ‘선수들이 특정 인종이나 개인을 비하하거나 모욕하려는 의도를 가졌던 것은 아니지만, 피부색과 외모 등 인종적 특성으로 사람을 구분하거나 농담의 소재로 삼는 것 역시 인종차별 내지 인권침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징계 양정에 있어서는 차별적 인식이 내재된 표현을 SNS에 게시한 경우에 관한 해외 리그의 징계 사례들을 참고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해당 선수들은 이명재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팀 동료 이규성, 정승현 등과 댓글로 대화를 이어가던 중 뜬금없이 전북 현대에서 뛰었던 태국 선수 사살락 하이프라콘의 이름을 등장시켰다.

이들은 이명재를 향해 '동남아 쿼터'라고 지칭하는가 하면 박용우는 '사살락 폼 미쳤다'라는 글을 남겼고, 팀 매니저까지 '사살락 슈퍼태킁(태클)'이라고 적었다.

축구 팬들은 '사살락'의 실명이 등장한 게 이명재의 피부색이 까무잡잡하다는 이유로 선수들끼리 서로 놀리는 과정에서 나왔다며 인종차별적인 언사라고 비판했다.

결국 이명재는 해당 게시물을 삭제했고, 대화에 등장한 박용우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팀 동료의 플레이스타일, 외양을 빗대어 말한 제 경솔한 언행으로 상처받았을 사살락 선수 그리고 모든 팬, 주변인들에게 죄송합니다"라고 사과의 글을 남겼다.



1983년 K리그 출범 이후 사상 첫 인종차별과 관련한 상벌위가 열렸다. 

프로축구연맹 규정에 따르면, 인종차별적 언동을 한 선수는 10경기 이상의 출장정지, 1000만원 이상의 제재금 징계를 받는다. 

연맹 관계자는 이에 대해 "두 가지 징계 항목 중 선택하는 것"이라며 "해외 리그에서 유사한 징계 사례를 참고해 벌금 징계를 선택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1경기 출장정지 징계는 추가 징계인 셈이다. 

관계자는 "인종차별 관련 상벌위가 처음 있는 일이고 규정집에 인종차별이 벌어진 장소에 대한 세칙이 없다. 해외 사례를 참고해 징계 수위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밝혔다. 

지난 2019년 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의 베르나르두 실바가 트위터에서 동료 뱅자맹 멘디의 피부색을 짙은 갈색인 스페인 과자 브랜드 캐릭터에 비유해 1경기 출전정지와 벌금 5만 파운드(약 8200만원)의 징계를 받았다.



이날 경위를 소명하러 상벌위에 출석한 선수들을 대표해 취재진 앞에 선 박용우는 "물의를 일으켜 정말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박용우는 "이번 일로 인해 정말 많이 반성하고 뉘우치고 있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언행을 신중히 하고 조심하겠다"고 했다.

연맹은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선수단을 대상으로 한 교육과 인권 의식 강화에 힘쓸 예정"이라고 했다.


사진=연합뉴스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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