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13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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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 투수에서 막내 기자로' 이명종, 공 대신 질문을 던진 하루 [오늘은 이명종 기자]

기사입력 2022.12.10 10:30

박윤서 기자


(엑스포츠뉴스 삼성동, 박윤서 기자) "이지영 선수, 최고참으로서 어린 선수들을 잘 리드하고 편하게 대하는 비결과 노하우가 궁금합니다." 선수 이명종이 아닌 '기자' 이명종이 물었다.

키움 히어로즈 투수 이명종은 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엑스포츠뉴스의 일일 객원기자로 나섰다.

선수가 아닌 기자로 시상식에 참석한 이명종은 시상식에서 만난키움 동료들에게 궁금했던 점들을 질문했고, 이를 토대로 직접 기사까지 작성하며 업무를 수행했다.


# '바이라인'을 얻다


시상식이 열리기 3시간 전, 엑스포츠뉴스 사무실에 이명종이 도착했다. 이날 이명종의 무대는 마운드가 아니라 노트북 안이었다. 유니폼이 아닌 사복을 입고 책상 앞에 앉은 모습이 조금은 낯설기도 했지만, 이명종은 분명 진지한 얼굴이었다.

이명종은 '기자의 필수품' 노트북을 대여받고 기사 작성에 필요한 회사 시스템의 아이디, 그리고 이메일 주소를 개설했다. 이메일 주소는 평소에 자신이 사용했던 이니셜과 생년월일을 조합해 만들었다. 기사에서 기자의 이름을 밝히는 줄인 '바이라인'이 이명종에게도 생겼다.

사무실에서 기본적인 교육을 받고 시상식장으로 가기로 했다. 먼저 기사 작성 시스템에 접속해 카테고리 선택, 사진 배치 등 기사를 구성하는 법을 배웠다. 더불어 가장 중요한 글쓰기 연습도 반복했다. 이명종은 몇몇 인터뷰 기사들을 보며 직접 글을 따라 썼다.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았지만, 이명종은 글쓰기에 자신감을 내비쳤고 빠르게 녹아든 듯했다. 


# "넌 왜 왔니" 명종이가 왜 거기서 나와


사전에 이명종에게 인터뷰 시간에 하고 싶은 질문을 준비해달라고 부탁했다. 이날 이명종의 미션은 팀 동료 키움 선수들과의 인터뷰. 인터뷰 장소에는 많은 취재진이 붐볐고, 처음 이명종은 낯선듯 좀처럼 좋은 자리를 잡지 못했지만 점차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선배' 기자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녹음을 위해 팔을 뻗은 모습이 어색하지 않았다.

이날 '기자' 이명종의 등장은 사전에 알려지지 않은 사실. 키움 선수들은 이명종이 시상식에 오는 걸 전혀 몰랐다. 취재진 사이에 있는 이명종을 본 키움 선수들은 한결같이 재밌다는 듯이 웃어 보였다.

'인터뷰이'가 아닌 '인터뷰어' 이명종의 첫 선수는 김혜성이었다. 기다렸다는 듯이 이명종은 "이제는 많은 후배들에게 영광을 받는 선수인데 후배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나"라고 질문했다. 질문자를 확인한 김혜성은 잠깐 미소를 보인 뒤 "운동선수에게 노력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같이 운동하고 열심히 땀 흘리면서 해야 되는 것 같다"라고 답했다.


이어 안우진이 믹스트존에 섰다. 이번에 이명종은 "올해 정말 대단한 기록을 많이 달성했는데 제일 만족하는 기록이 무엇인가"라며 기록에 관해 물었다. 안우진은 "탈삼진 기록이 가장 만족스럽다.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그걸 달성한 것에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다음 선수는 이정후였지만,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물음에 이번에는 끝내 질문을 건네지 못했다. 하지만 이정후가 인터뷰 장소를 빠져나가는 도중 이명종과 마주쳤고, 기자로 시상식을 왔다는 이명종의 말에 "어디 소속 기자인지 말해야지"라며 농담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이명종이 가장 인터뷰를 해보고 싶었다던 이지영이 나타났다. 이명종은 "이지영 선수, 키움 선수들이 굉장히 어린데 팀 내 최고참으로서 어린 선수들을 잘 리드하고 편하게 대하는 비결과 노하우가 궁금하다"라며 인터뷰를 시도했다.

이명종이 질문하는 와중에 "넌 왜 왔니"라고 웃으며 말한 이지영은 "나이가 많다고 해서 애들을 휘어잡기 보다는 어린 선수들과 같이 즐기고 장난도 많이 치곤 한다"라며 비결을 밝혔다. 모든 선수가 이명종 기자의 질문에 성실하게 답했다.


# 썼다, 지웠다, 고쳤다 그리고 완성


기자실로 돌아온 이명종에게 핸드폰으로 녹음한 멘트를 메모장에 그대로 옮겨보라고 전달했다. 이명종의 기억력이 매우 좋았다. 녹음 파일을 듣지 않고도 몇몇 인터뷰 멘트들을 떠올리며 그대로 메모장에 적었다. 확인을 해보았을 때 완벽하진 않았어도 일치했던 답변들이 많았다.

정식 글쓰기가 처음이다 보니 당연히 힘겨운 부분들도 있었다. 인터뷰 멘트를 제외한 문장 구성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제목과 리드 문장을 완성해보는 것을 주문했으나 역시 쉽지 않았다. 기사 작성에 많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이명종은 인터뷰 멘트들을 잘 정돈해 문장들을 만들었다. 멘트들을 깔끔히 정리하는 센스가 있었다. 걱정과 달리 그 부분은 많은 수정이 필요하진 않았다. 인터뷰 기사의 핵심인 멘트들을 잘 다듬은 덕분에 안우진과 이지영 기사를 완성할 수 있었다. 

당초 시상식 전 모든 기사들을 내보내는 것이 목표였지만, 여러 번의 수정을 하는 동안 시상식이 시작되고 말았다. 그래서 시상식 전에 안우진 기사를, 시상식 후에 이지영 기사를 내기로 했다. 처음이라 서툴기도 했지만, 그래도 이명종이라는 이름으로 완성도 있는 기사 두 개가 탄생했다.


# 이명종 기자의 하루


객원기자 업무를 끝낸 이명종은 바쁘고 정신없던, 조금은 낯선 하루를 돌아봤다. 이명종은 "올해 1년 차인데 데뷔하고 1군에 등판하며 인터뷰를 많이 해봤다. 1년 차에 많은 경험을 했는데 또 이런 이색적이고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될 줄 몰랐다. 10년 차, 20년 차 선배님들도 경험하지 못했던 것을 1년 차에 하게 됐다"고 웃었다.

그는 이어 "아는 사람들을 인터뷰해서 더 재밌었다. 워낙 글 쓰는 것도 좋아하는데 이렇게 글을 만들며 적는 게 재밌었다"고 직접 취재를 하고, 기사를 작성하게 된 소감을 전했다.

"기사 쓰는 경험을 직접 해보니 얼마나 힘든 과정인지 알게 됐다. 앞으로 더 인터뷰에 열심히 응해야겠다"고 말한 이명종은 "올해 많은 경험을 했고 많은 걸 배웠다고 생각하는데, 비시즌에 이렇게 또 하나의 큰 경험을 하게 된 것 같아서 너무 기쁘고 행복하다"고 얘기했다. 

또 하나의 추억을 안은 이명종은, 이제 다시 선수로 돌아가 다음 시즌 준비로 구슬땀을 흘릴 예정이다. 이명종에게 가장 어울리는 옷은 키움 히어로즈의 유니폼이기 때문에.

사진=삼성동, 박지영 기자

박윤서 기자 okayby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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