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18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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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피 없이도 빛났다, 김인환은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기사입력 2022.11.19 06:10



(엑스포츠뉴스 대전, 조은혜 기자) KBO 시상식에 참석했던 한화 이글스 김인환의 손에는 트로피도, 꽃다발도 없었다. 빈 두 손으로 열심히 박수를 쳤을 뿐이었다. 하지만 김인환은 그곳에서 패자도, 들러리도 아니었다. 새로운 목표를 발견한 김인환의 눈빛은, 그 눈빛이 그리는 미래는 어떤 트로피보다 반짝였다.

지난 2월, 여권 발급 문제로 뒤늦게 스프링캠프에 합류했던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합류 첫날부터 김인환의 훈련 모습을 보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당초 1군 스프링캠프 멤버도 아니었던 김인환은 최원호 감독의 추천으로 1군에 올라와 있었고, 그때 수베로 감독은 김인환을 향해 "180도 달라진 모습으로 나타났다"며 놀라워 했다. 

그리고 정규시즌 시작 후 5월 2일 1군 엔트리에 등록된 김인환은 시즌 두 번째 출전 경기였던 4일 인천 SSG전에서 데뷔 첫 홈런을 터뜨렸다. 가능성을 보여준 김인환에게 기회는 계속해서 향했고, 주전으로 발돋움한 김인환은 올 시즌 113경기에 나서 104안타 16홈런 54타점 48득점 타율 0.261을 기록했다. 앞선 4년 동안 52타석에 들어섰던 그는 올 시즌에만 429번 투수를 상대했고, 홈런 하나가 목표였던 그는 올 시즌 한화에서 가장 많이 담장을 넘긴 타자가 됐다.

두 번의 드래프트에서 좌절했고, 육성선수로 입단했지만 2군 생활이 길었다. 조금은 오래 스포트라이트가 없는 곳에 있었던 그는 그래도 천천히나마 나아지는 자신의 모습을 믿으면서, 또 주변의 응원을 붙잡으면서 그 시간을 버텼다. 김인환은 "해마다 조금씩 좋아지는 걸 느꼈고, 조금만 더 하면 되겠다는 생각으로 계속 했다. 포기하지 않으면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했다.


그렇게 만 28세의 나이에 입단 7년 차, 정식선수로는 5년 차에 신인왕 후보에 올랐다. 신인 최다 홀드 기록을 세운 막강한 경쟁자가 있었기에 수상은 어렵다고 생각했고, 시상식에 꼭 참석할 필요도 없었지만 김인환은 기꺼이 몇 년 동안 입지 않았던 정장을 꺼내 입었다. 그리고 자신을 제치고 신인왕을 거머쥔 두산 베어스 정철원에게 진심어린 축하를 건넸다. 

김인환은 "시상식 초대를 받았지만 안 오고 싶으면 안 와도 된다고 했는데, 한 번쯤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생각했다. 수상은 전혀 기대 안 하고 갔다"면서 "거기에 쟁쟁한 선수들이 있지 않나. 다 타이틀을 딴 선수들이고, 보면서 멋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시상식에서의 마음을 전했다.

이날 시상식에서 단지 축하를 위해 참석한 선수는 김인환이 유일했다. 그렇다고 해서 쓸쓸한 건 없었다. 시상식에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남달랐다. 24표의 적지 않은 표, 자신을 한화의 주전이라 소개하는 영상, "인환이 형이 있어서 분발할 수 있었다"고 품격 있는 소감을 건네는 동료까지, 충분히 스스로 "잘했구나" 뿌듯한 미소를 지을 수 있는 하루였다.

나이가 차고, 재능 있는 후배들이 많아지면서 스스로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던 올해, 김인환은 대반전을 썼다. 어떤 타이틀 없이도 올 시즌이 특별했던 이유다. 그래서 김인환은 "내년이 제일 중요할 것 같다"고 말한다. 그는 "시상식에 가서 또 느꼈다. 욕심이 나더라. 더 잘하고 싶고, 잘해서 그 자리에 서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내년에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지 고민도 하고, 노력도 많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둠이 깊을수록 새벽은 가깝다. 김인환은 지날 날의 김인환에게 이렇게 얘기한다.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했다. 잘 버텼다." 그리고 또 앞으로의 김인환에게, 이렇게 얘기한다. "앞으로도 힘든 일이 많겠지만, 다 견뎌낼 거고 좋은 시간 분명히 계속 올 거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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