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2-12-01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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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 '슈뢰당거의 고양이'로 놔두자

기사입력 2022.09.29 07:00



(엑스포츠뉴스 김정현 기자) 영화 <어벤저스:엔드게임>(2019)을 통해 전 세계에는 ‘양자역학’이라는 학문이 큰 주목을 받았다. 

분자, 원자, 소립자 등 미시적인 계의 현상을 다루는 물리학의 한 분야다. 양자역학은 ‘모든 사건의 발생 확률이 0이 아니다‘라는 물리학적 아이디어에서 출발한다. 단순히 과학 분야를 넘어 전 분야에 걸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현대 사회의 핵심 학문 중 하나로 꼽힌다. 

양자역학을 거론할 때 가장 널리 알려진 실험은 바로 ‘슈뢰딩거의 고양이’ 실험이다. 이는 양자역학의 불완전함을 보이기 위해 고안된 사고 실험이다. 우리가 볼 수 없는 상자 안에 ‘산 고양이와 죽은 고양이가 공존할 수 있다’는 중첩된 상태로 존재할 수 있다는 양자역학의 기본 개념을 설명하기 위한 사고실험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번 9월 A매치에서 경기 출전을 하지 못한 여러 선수들이 있다. 그중 많은 축구 팬들이 아쉬워한 선수는 단연 이강인이다. 

이강인은 지난 2021년 3월 원정 한일전 이후 무려 1년 반, 18개월 만에 다시 벤투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마요르카 소속으로 2022/23시즌 라리가에서 1골 3도움, 단 6라운드 만에 커리어를 쌓으며 성공적인 커리어의 시작을 알린 덕분이다. 

벤투 감독은 이강인을 다시 발탁하면서 “다른 선수를 대신해 이강인을 뽑은 건 경기력과 이번 훈련에서 그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른 선수들도 현재 경기력이 좋고 훈련 캠프에서의 요구사항에 부합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때 벤투 감독은 “좋은 특징을 가졌다. 좋은 판단을 하는 선수다. 계속해서 수비력을 발전해야 하는데 일단 선수 개인에게 초점을 맞추기 보단 팀적으로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지켜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벤투 감독은 코스타리카전, 카메룬전을 앞두고 이강인 활용에 대해 말을 아꼈고 팀에 가장 이득이 되는 선택을 원했다. 코스타리카전, 카메룬전에 이강인은 모두 벤치에서 경기를 출발했고 결국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했다.

카메룬전은 많은 축구 팬들이 이강인을 기다렸다. 5만9천여명의 팬들이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았고 이강인을 기다렸지만, 부상 당한 황의조(올림피아코스)를 대신해 백승호(전북현대)가 나오는 순간부터 관중석에는 “이강인!”이 연신 터져나왔다. 

이강인의 입장에선 섭섭할 수 있다. 스페인에서 비행기를 타고 긴 시간 이동해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하고 다시 돌아가는 건 소득이 없는 일이다. 물론 대표팀에 정말 오랜만에 돌아왔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지만, 훈련만 하고 돌아간 건 분명 아쉬움으로 남는다. 

벤투 감독은 이강인을 결국 출전시키지 않은 것에 대해 "우리 팀에 어떤 부분이 필요한지 분석했는데, 다른 옵션을 선택했을 뿐이다. 전술적인 선택이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축구 팬들이 원하는 이강인의 A매치 출전은 이뤄지지 않았다.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황희찬(울버햄튼 원더러스), 황의조 등 현재 대표팀 주축 공격진들과 공식전에서 합을 맞추는 모습을 전혀 볼 수 없었다. 사실상 이강인이 이들과 함께 월드컵에 갈 확률은 0에 가까워졌다. 



이제 이강인은 ‘슈뢰딩거의 고양이’가 됐다. 그의 경기력을 우리가 관측하지 못한 상태에서 그가 대표팀에서 잘 할 수 있다, 못한다고 판단할 수 없다. 양자역학적으로 보면 이강인이 대표팀에서 잘하는 상태와 못하는 상태가 공존하는 이해하기 어려운 결론이 나오지만, 우리는 이제 이를 해석하지 않을 필요가 있다. 

이강인은 이강인대로 놔두고 월드컵을 바라봐야 한다. 벤투 감독이 만약(모든 사건이 발생할 확률이 0이 아니라는 것에 입각해) 이강인을 월드컵 최종 명단에 포함시킨다면 우린 이번 9월 A매치보다 더 크게 이강인의 출전을 원할 것이다. 

벤투 감독이 4년 간 만들고 다듬으며 발전시킨 현재의 시스템에 이강인이 적응할지 알 수 없다. 그것도 그 무대가 월드컵 본선이라면 너무나 리스크가 크다. 슈뢰딩거의 고양이가 살아있는지 죽어있는지 관측하는 그런 무대가 너무나 무게감이 큰 무대다. 이강인이 미시의 세계에 있지 않은 이상, 그는 잘 할 수도, 못 할 수도 있다. 경제학적 관점에서 보면 위험 부담이 큰 거래인 셈이다. 

이강인은 자신의 길을 가도록 놔둬야 한다. 그는 이번 시즌 전까지 사실상 라리가에서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유망주에 불과했다. 이제야 그는 빛을 보고 발전 가능성을 더 보여주기 시작했다. 심지어 이번 시즌도 단 여섯 경기만 지났다. 적어도 전체 한 시즌, 길게는 두 세시즌 동안 이런 활약이 더 필요하다. 그래야 빅 리그에서 완전히 자리 잡고 활약하는 선수가 된다. 

이제는 이강인을 카타르 월드컵에서 볼 수 있다는 미련을 버려야 한다. 2026 북중미(미국-캐나다-멕시코) 월드컵에서 뛸 이강인의 미래를 위해 미련을 접어뒀으면 한다. 4년 뒤에도 그는 25세로 축구선수로 전성기를 달릴 때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EPA/연합뉴스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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