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06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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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함 붙어보자"...어린왕자가 떠올린 만딩고와의 추억

기사입력 2022.04.28 07:30


(엑스포츠뉴스 부산, 김지수 기자) "상대 에이스나 강팀하고 붙으면 승부욕이 더 불타올랐다."

김원형 SSG 랜더스 감독의 현역 시절 별명은 '어린왕자'였다. 운동선수답지 않은 하얀 피부와 잘생긴 외모, 빼어난 실력이 합쳐져 수많은 팬을 몰고 다녔다. 1991년 쌍방울 레이더스(해체)에 입단하자마자 팀 주축 선수로 발돋움하며 연고 지역이자 고향이었던 전주에서 아이돌 스타급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보이는 이미지와는 다르게 마운드 위에서는 '투사' 그 자체였다. 타자와 적극적으로 승부하는 싸움닭 기질이 강했다.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이후에도 투수들이 도망가는 피칭을 하는 걸 싫어한다. 

리더십도 탁월했다. SK 시절(SSG 전신) 수차례 주장을 역임하며 선수들을 이끌었다. 평소 목소리를 높이는 일은 거의 없었지만 조용한 카리스마가 상당했다는 게 함께 생활했던 이들의 전언이다.

지난해 사령탑 데뷔 후에도 이런 성향은 유지됐다. 볼넷을 남발하는 투수들을 향해 더그아웃에서 레이저를 쏘는 모습이 TV 중계 화면에 잡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 27일 롯데 자이언츠전을 앞두고도 김 감독 특유의 기질이 드러났다. 이날 경기는 SSG 김광현, 롯데 박세웅의 선발 맞대결로 많은 야구팬들의 관심이 모아졌다.

김 감독은 두 국가대표 투수의 대결을 "흥미롭게 지켜볼 것 같다"고 말하면서 "나는 선수 때 상대 에이스와 붙는 게 재밌었다. 또 순위가 높은 강팀들과 게임을 하면 뭔가 더 이기고 싶고 승부욕이 발동됐다. 강한 투수랑 붙으면 조금 더 잘 던지고 싶은 어떤 감정들이 내 안에서 생겨났다"고 현역 시절을 떠올렸다.

김 감독은 그러면서 1990년대 중반 삼성의 에이스였던 '만딩고' 김상엽과 선발 맞대결을 펼쳤던 어느 날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경기 전 복도에서 마주친 김상엽이 "마! 함 붙어보자!"라고 소리쳤던 순간이 잊히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경기에서는 김 감독이 초반부터 삼성 타선에 난타당하면서 패전의 아픔을 맛봤지만 김상엽과의 승부 자체가 즐거웠다고 돌아봤다. 두 사람은 한 팀에서 뛴 적은 없지만 KBO리그에서 손꼽히는 '커브볼러'로 명성을 떨쳤다. 김 감독보다 선배였던 김상엽에게도 당시 맞대결은 굉장히 큰 즐거움이었던 것 같다. 

김 감독은 "내가 졌지만 김상엽 선배가 나를 에이스로 인정했기 때문에 그런 표현을 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나도 그때는 다음에 꼭 저 투수를 이겨보겠다고 다짐했던 것 같다. 아쉽게 복수의 기회는 없었지만 지금도 그때가 생생히 기억난다"고 웃었다.

또 "어떤 상대와 붙어도 내가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투수에게 굉장히 중요하는 걸 느꼈다"며 팀 투수들에게 메시지를 전했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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