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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있어야 할 곳"…백지영→선예, 지금 가장 빛나는 '엄마돌' [가요계 슈퍼맘①]

기사입력 2022.02.19 13:50

김노을 기자


(엑스포츠뉴스 김노을 기자) "텔레비전 속 무대를 보면 저기가 내가 있어야 할 곳이구나 싶었죠."

가수는 무대 위에 있을 때 가장 찬란하게 빛난다. 그 누구보다 빛나기 위해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수년간의 연습기를 거쳐 원석에서 보석으로 거듭난다.

멋진 무대에 오르고 싶다는 열망은 노래를 업(業)으로 삼은 가수라면 누구나 똑같은 법. 그러나 안타깝게도, 흘러넘치는 재능을 잠시 혹은 오랜 시간 억눌러야 하는 이들이 있다. 결혼과 출산, 육아의 연속인 '엄마 가수'들의 이야기다.

지난 4일 종영한 tvN 예능 프로그램 '엄마는 아이돌'은 본격적인 방영 전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그도 그럴 것이 출산과 육아로 잠시 팬들의 곁을 떠났던 스타들이 아이돌 그룹 마마돌로 복귀한다는 컴백 프로젝트였기 때문. 출연자 목록에는 그룹 애프터스쿨 가희, 쥬얼리 박정아, 원더걸스 선예, 베이비복스 리브 양은지, 가수 별, 가수 겸 배우 현쥬니가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모두 결혼과 출산을 거치며 본업을 떠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화제를 낳았던 이는 단연 선예다. 2007년 JYP엔터테인먼트 소속 원더걸스 리더로 가요계 데뷔한 선예는 2013년 캐나다 교포 출신 선교사와 결혼한 뒤 2015년 7월 팀에서 공식적으로 탈퇴했다.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던 선예의 갑작스러운 결혼 발표와 탈퇴는 사실상 연예계 은퇴와 다를 바 없어 팬들이 느낀 충격은 상당했다. 이로 인해 원더걸스는 본의 아니게 공백기가 생겼고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다수 팬들은 리더로서 책임감 없는 선택을 했다면서 선예를 맹비난했다. 그러나 선예는 결혼식 기자회견 당시에도 '노래를 부를 수 있을 때까지 부를 것'이라며 자신의 재능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그로부터 약 10년이 흘렀다. 선예는 2세대 대표 걸그룹 리더에서 세 딸을 둔 '엄마돌'로 귀환했다. '엄마는 아이돌'을 통해 그는 "처음 출연을 제안받았을 때 겁나고 두려웠다. 결혼하며 현직 활동을 그만둔 게 큰 이슈였고 대중 입장에서는 갑작스러운 소식이었을 것"이라고 속내를 밝혔다. 현재진행형인 비난 속 어렵게 복귀를 결정한 선예의 용기는 무대에 대한 갈망에서 비롯됐다. 오랜 시간 기다려준 팬들을 위한 무대, 더 나아가 엄마로 살며 상대적으로 옅어진 가수로서 정체성을 회복하고자 하는 열망이 그를 다시 노래 부르게 했다.

선예뿐만 아니라 '엄마는 아이돌' 모든 출연자가 그렇다. 실력파 댄서에서 애프터스쿨로 가요계 데뷔해 활동 내내 파워풀한 무대를 꾸며온 가희는 2016년 사업가와 결혼해 두 아들을 두고 있다. 2018년 6월 둘째 아들을 품에 안은 가희는 출산 1년 2개월 만에 뮤지컬 무대에 복귀하며 "봉인해제된 느낌"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토록 춤을 사랑했던 그가 가요계를 떠나 내조와 육아에 전념했던 나날들 속 자신을 봉인해제한다는 말은 얼마나 무대에 서고 싶었는지 잘 알게 하는 표현이었다.

2012년 가수 겸 방송인 하하와 결혼한 별은 슬하에 2남 1녀를 둔 엄마다. 2019년 셋째 임신 사실을 밝힌 그는 개인 SNS를 통해 "오랜만에 활발한 활동을 반겨주고 기다려주신 팬들에게 죄송한 마음"이라며 "멋진 사람, 멋진 엄마, 멋진 가수가 되겠다"고 전했다. 당시 긴 시간 무대를 떠나있던 별은 본격적인 활동 기지개를 켜려는 때 새 생명이 찾아왔고, 기쁨을 느낄 새도 없이 팬들에게 가장 먼저 미안한 마음을 표했다. 그리고 수년 후 '엄마는 아이돌'로 발라드 가수에서 마마돌로 반전 얼굴을 보여줬다.

별은 최근 진행한 엑스포츠뉴스와 인터뷰에서 "마음 한구석에서 늘 무대를 그리워했다. 다시 (무대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 계획, 생각은 있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부분이 굉장히 많았다"고 무대를 향한 간절함을 고백했다.

또한 "엄마인 분들은 공감하시겠지만 엄마라서 할 수 없고, 엄마라서 꿈만 꿔야 했던 일들이 현실에는 굉장히 많다. '내가 해도 되나, 내가 할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시작도 못해본 일들이 정말 태반이다. 저도 10년을 되돌아보니 그렇더라"며 그간 마음 고생을 털어놨다. 한 가정에서 아내이자 엄마로 살아온 10여 년 동안 가수 별을 잃지 않기 위해 고뇌한 티가 역력한 대목이다.

엄마로서 집을 비울 수 없는 가수가 어디 마마돌뿐일까. 이외에도 백지영, 장윤정, 이수영, 빅마마, 알리, 나비, 거미, 정인 등 국보급 보컬리스트들이 육아와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엄마는 아이돌' 가수들이 오랜 시간 무대를 떠나있던 것과 달리 비교적 빨리 복귀한 케이스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백지영이다. 2017년 5월 딸을 출산한 그는 3개월 만에 무대와 방송에 복귀했다. 출산을 앞두고 2016년 MBC '듀엣가요제'에서 하차했던 백지영은 이른 복귀 이유에 대해 "집에서 방송을 보는데 함께 (무대를) 했던 시간들이 그리웠다"고 밝혔다.

백지영은 또, 무대를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는 2017년 8월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출연해 "집에서 텔레비전을 보면서 저기가 내가 있어야 할 곳이구나 싶더라"며 가수 백지영의 아이덴티티를 스스로 견고히 했다.

'국보급 디바' 빅마마도 화려하게 귀환했다. 폭풍 성량으로 2000년대를 풍미한 빅마마는 지난해 6월 싱글 '하루만 더'를 발표했다. 2012년 발표한 디지털 싱글 '서랍정리' 이후 9년 만의 완전체 복귀였으며, 이달 10일에는 12년 만의 정규앨범 'Born(本)'으로 컴백했다.

컴백 활동의 일환으로 이영현은 지난달 출연한 MBC 예능 프로그램 '복면가왕'에서 145대 가왕에 올라 "이영현이라는 기대감, 무대에 대한 조바심이 났다. 출산 후 30㎏ 정도 체중을 감량도 했다. 열심히 적응해서 또 다른 모습의 이영현을 보여드리겠다"고 남모를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실제로 빅마마는 공백기가 길었던 만큼 복귀를 바라는 팬들이 적지 않았다. 이영현은 결혼 후 5년 만에 첫 아이를 임신했으나 비만으로 인한 임신성 당뇨 진단을 받고 힘든 시기를 겪었다. 결국 다이어트를 결심하고 33㎏ 감량에 성공, 솔로앨범 발매까지 이어졌다. 이영현의 체중 감량 의지는 무대에 대한 간절함에서 비롯됐다. 더 오래, 더 좋은 모습으로 보컬리스트 역량을 발휘하겠다는 열망이 그를 움직였고 이전과 확 달라진 얼굴을 보여준 것. 물론 다이어트 후에도 변치 않은 가창력은 많은 청자들의 감탄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이들의 무수한 노력에도 아내, 엄마, 가수라는 세 가지 정체성 속 균형을 유지하는 데서 오는 고충은 적지 않다. 출산 후 복귀 타이밍부터 대중이 생각하는 이미지, 육아와 본업 사이 괴리 등 염두에 둘 점이 한둘이 아니다.

그럼에도 출산을 경험한 엄마 가수들의 무대는 여전히 청자들에게 큰 울림을 준다. 한 생명을 잉태하고 출산하는 과정을 겪으며 달라진 시야와 한층 더 깊어진 감성은 그들의 음악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다. 한 인간이자 아티스트로서 더 넓은 세계에 도달한 것이다.

트로트 여제 장윤정은 딸 하영을 위해 '돼지토끼'라는 노래를 만들었다. 트로트 장르의 하우스 일렉트로닉 곡인 '돼지토끼'는 딸 하영을 바라보는 장윤정의 마음이 담긴 가사와 반복적인 멜로디로 유아부터 성인까지 전 연령층에게 사랑받으며 음원차트 1위라는 쾌거를 이뤘다.

'어머나'를 외치던 장윤정이 '돼지토끼'라는 제목의 앙증맞은 노래를 부를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KBS 2TV 예능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장윤정이 이 노래를 열창하고 하영은 춤 삼매경에 빠진 장면은 당시 최고의 1분을 기록, 시청자들에게 뭉클한 감동을 안겼다.

방송가도 엄마 가수들의 약진을 반기는 분위기다. 한 방송 관계자는 "무대를 떠났던 가수들의 복귀 과정 자체에서 오는 서사가 시청자들의 흥미를 자극한 것 같다"며 "어린 시청층에게는 신선함을, 같은 세대의 시청층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현실을 극복함으로써 새로운 도전을 즐겼다는 것 자체가 반가운 시도로 보여진다"고 평가했다.

가요 관계자 역시 출산 후에도 활약을 이어가는 가수들에 대해 "K팝을 주도하는 아이돌 시장 속에서도 유의미한 성과를 내고 있다. 최근 글로벌 지표가 흥행의 기준이 되는 분위기이지만 리스너들에게 다양한 음악적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점을 상기할 때 개인적 변화를 겪고 돌아온 가수들의 꾸준한 강세는 분명 의미가 있다"고 견해를 밝혔다.

별은 '엄마는 아이돌' 활동 후 '엄마는 할 수 있다'가 말뿐인 것이 아니라 진짜 가능한 일임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나비는 멋지게 일하는 여성이자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노력하리라 다짐했다. 그 어느 때보다 빛나는 시절을 살고 있는 가요계 슈퍼맘들. 사사로운 감정이나 인기를 위해서가 아니라 오직 음악적 성취를 위해 무대에 오른 그들을 향한 응원이 뜨겁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카카오엔터테인먼트, KBS, tvN

김노을 기자 sunset@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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