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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준의 피겨 인사이드] 얼음같은 툭타미, 불같은 소트니, "소치올림픽 어서 오라"

기사입력 2011.03.07 14:42 / 기사수정 2011.04.06 23:47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주니어 피겨 여자 싱글 무대는 96년생 러시아 듀오가 휩쓸었다. 올 시즌, 처음으로 주니어 그랑프리시리즈에 데뷔한 아델리나 소트니코바(96년 7월 1일생)와 엘리자베타 툭타미셰바(96년 12월 17일생)는 주니어피겨선수권대회에서 나란히 1,2위를 독식했다.

지난 5일, 강원도 강릉실내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10-2011 ISU(국제빙상경기연맹) 세계피겨스케이팅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 출전한 두 선수는 각각 최종합계 174.96점과 169.11점을 받았다. 지난 시즌, 주니어 챔피언이었던 무라카미 카나코(17, 일본)가 떠난 주니어 무대 정상은 러시아 피겨 유망주가 차지했다.

러시아는 전통적으로 피겨 강국이었다. 그러나 여자 싱글의 경우, 미국의 강세에 눌렸고 90년대 이후에는 동양권선수들의 급부상이 진행되면서 기를 펴지 못했다. 가장 최근에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러시아 선수가 우승을 차지한 해는 2005년이었다.

미셸 콴(미국)과 함께 올림픽 금메달을 놓고 경쟁을 펼친 이리나 슬루츠카야(러시아)는 2005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정상에 등극했다. 하지만,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와 2006년 동계올림픽에서는 금메달을 획득하는데 실패했다.

1994년 릴리함메르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옥사나 바이울도 우크라이나 출신이었다. 남자 싱글과 아이스댄싱, 그리고 페어에서 강세를 보여 온 피겨 강국 러시아가 유난히 약세를 보인 종목이 여자 싱글 부분이다.



그러나 올 시즌, 주니어무대에 데뷔한 2명의 유망주가 순식간에 정상에 올랐다. 소트니코바와 툭타미셰바는 10대 초반, 트리플 5종 점프를 모두 완성시키면서 러시아 피겨계를 흥분시켰다. 특히, 툭타미셰바는 연습 도중, 트리플 악셀까지 구사했다. 자국에서 나온 뛰어난 유망주들을 러시아는 가만히 나두지 않았다.

현재 러시아는 전 세계에 나가있는 유명한 코치 대부분을 자국으로 불러들이고 있다. 소치동계올림픽 유치가 결정된 뒤, 피겨 스케이팅 금메달리스트들을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에 들어간 것이다.

소트니코바는 올 시즌 주니어 그랑프리 시리즈 오스트리아 대회에서 178.97점의 점수를 받았다. 시즌 초반, 자신의 최고 기록을 세운 소트니코바는 주니어그랑프리 시리즈 영국 셰필드대회와 주니어그랑프리파이널에서 정상에 올랐다.

그리고 러시아내셔널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러시아내셔널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소트니코바는 지난 2009년 13세의 나이에 러시아 챔피언에 등극했다. 당시 2위는 동갑내기 라이벌인 툭타미셰바가 차지했다.

소트니코바는 트리플 러츠 + 트리플 룹 콤비네이션 점프와 더블 악셀 + 트리플 토룹 콤비네이션을 구사한다. 올 시즌 활약한 시니어 선수들과 비교해 점프구성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다. 또한, 점프의 컨시가 좋은 장점도 지니고 있다. 하지만, '플러츠'에 가까운 러츠를 뛰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받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도 쇼트프로그램 트리플 러츠 점프에서 문제점이 나타났다. 또한, 점프의 성공률은 좋지만 회전력과 탄력 등은 툭타미셰바와 비교해 떨어져보였다.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연기를 펼치는 안정성과 집중력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번 주니어세계선수권대회 우승을 차지한 소트니코바는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내 연기에 만족한다. 충분히 이 자리에 올라설 수 있는 자격을 갖췄다고 본다. 우승을 해 기쁘기도 하지만, 앞으로 보완해야 할 부분도 많다"고 밝혔다.

강릉에서 만난 소트니코바는 시종일관 활발하고 어디에서든지 볼 수 있는 15세 소녀였다. 어떤 상황에서도 에너지가 넘쳤고 불처럼 뜨거웠다. 반면, 아직 아이같이 앳된 분위기를 지닌 툭타미셰바는 매우 차분했고 진지했다.

툭타미셰바는 쇼트프로그램에서 58.60점을 받으며 자신의 개인 최고 점수를 수립했다. 트리플 러츠에 이은 트리플 토룹 콤비네이션 점프는 매우 뛰어났고 트리플 룹 점프도 좋았다. 하지만, 프리스케이팅에서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고 말았다. 늘 점프 컨시에서 기복이 심했던 점이 문제점이었던 툭타미셰바는 프리스케이팅에서 첫 과제인 트리플 러츠 +트리플 토룹 점프를 트리플 러츠 + 더블 토룹으로 랜딩했다.



또한, 프로그램 막판에 배치된 트리플 살코 + 더블 토룹 + 더블 룹 점프의 첫 점프도 더블로 처리했다. 경기를 마친 툭타미셰바는 "어떤 선수도 2위를 목표로 두고 경기를 하는 이는 없다. 트리플 콤비네이션 점프가 가장 아쉽고 평소에 거의 실수가 없던 트리플 살코에서 실수를 한 점도 두고두고 아쉽다"고 털어놓았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선수 중, 최단신에 속하는 툭타미셰바는 "3년 뒤에 열리는 소치동계올림픽은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아직까지 주니어 선수들은 성장 중에 있고 신체변화도 생기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가 지금 잘한다고 해서 소치까지 잘한다는 보장은 없다. 앞으로 꾸준하게 기량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세계선수권 무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그랑프리시리즈와 비교해 세계선수권대회는 확실히 레벨이 달랐다. 기량이 뛰어난 선수들이 많이 출전했고 더욱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연기하는 아이스링크는 모두 똑같다고 생각한다. 이번 대회도 내가 지금까지 연기했던 링크와 똑같은 무대라고 마인드컨트롤을 하며 경기에 임했다"고 말했다.

생김새와 목소리는 영락없는 어린아이였지만 답변자체는 매우 진지했다. '피겨 여왕' 김연아(21, 고려대)의 장점도 매우 세세하게 알고 있었다. 툭타미셰바는 "김연아는 정말 대단하고 배울 점이 많은 스케이터다. 3+3 콤비네이션 점프를 너무 쉽게 구사한다. 특히, 트리플 러츠를 뛴 후에 후속 점프인 트리플 토룹으로 이어지는 연결과정이 매우 자연스럽다. 점프자체도 힘이 넘치고 뛰어나지만 스케이팅도 부드럽게 매우 잘 탄다. 김연아의 경기를 보면 이런 점을 배우고 싶다"고 털어놓았다.

또한, 툭타미셰바는 트리플 악셀에 대한 구사여부에도 신중함을 드러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내가 구사하고 있는 트리플 악셀은 실전경기에서 보여줄 수 있을 만큼 완성되지 않았다. 그동안 꾸준하게 연습을 하지 못한 점도 있는데 앞으로 철저하게 완성해 경기에서 보여줄 수 있는 수준이 되면 그 때 구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소트니코바와 툭타미셰바는 모두 "소치동계올림픽은 우리의 꿈이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차근차근 준비하면서 미래를 준비하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두 선수 모두 스케이터로 돌아갔을 땐 아이답지 않은 성숙함을 드러냈다. 특히, 다소 차가운 인상의 툭타미셰바는 피겨에 대해서 얘기할 땐 '애늙은이'라 불러도 좋을 정도로 진지한 모습을 나타냈다.

소트니코바와 툭타미셰바는 어린나이에 주니어 무대를 평정했다. 또한, 이번 대회를 직접 현장에서 지켜보고 있던 97년생 유망주들에게도 좋은 자극을 안겨줬다.

이들이 주니어 무대를 계속 평정할지는 다음 시즌이 지나봐야 윤곽이 드러난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러시아 피겨계가 이들에게 걸고 있는 기대감이 크다는 점이다. 또한, 여자 싱글 올림픽 금메달에 목이 말라있었던 러시아는 이들을 금메달리스트를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에 들어갔다는 점이다.



[사진 = 아델리나 소트니코바, 엘리자베타 툭타미셰바 (C)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조영준 기자]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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