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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동석 "50 다 됐는데…세 편만 찍고 죽고 싶진 않아요" [낡은 노트북]

기사입력 2021.11.07 12:10


[낡은 노트북]에서는 그 동안 인터뷰 현장에서 만났던 배우들과의 대화 중 기사에 더 자세히 담지 못해 아쉬웠던, 하지만 기억 속에 쭉 남아있던 한 마디를 노트북 속 메모장에서 다시 꺼내 되짚어봅니다. [편집자주]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악기가 같으면 다양한 소리를 낼 순 있어도 결국은 그 악기에서 나오는 소리잖아요. 그럼 영화를 100편 찍으면 다양한 역할을 했다고 해도 분명히 다 비슷하게 보일 수 있거든요? 제 나이가 지금 오십이 다 됐는데… 4년에 하나씩 영화를 보여주면서 앞으로 죽기 전까지 세 편만 찍고 죽고 싶지는 않아요. 제가 스무 살이면 그렇게 할 수 있겠지만요." (2019.05.09. '악인전' 인터뷰 중)

국내를 넘어 할리우드까지 발걸음을 넓힌 배우 마동석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독보적인 피지컬로 작품 속에서 마동석 본인만이 소화할 수 있는 액션 영역을 구축한 데 이어, 특유의 개성으로 전 세대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죠.

2019년은 마동석의 배우 생활에 또 다른 터닝포인트가 됐던 한 해였습니다. 마동석이 MCU(Marvel Cinematic Universe) 영화 '이터널스'에 출연한다는 내용이었죠. 이후 마동석이 히어로 길가메시 역을 연기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더욱 화제를 모았습니다. 

앞서 수현이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에서 닥터 헬렌 조 역으로 출연하며 한국 배우 중 처음으로 마블 영화에 출연한 이로 이름을 올렸지만, 히어로 캐스팅 소식은 마동석이 처음이었죠. 당시의 마동석은 끊임없는 작품 활동으로 마블 영화를 칭하는 MCU와는 또 다른 의미인 '마동석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MCU라는 별칭까지 얻으며 존재감을 알리고 있던 때였습니다.


마동석의 행보 하나하나에 쏟아지는 관심 속, 2019년 5월 개봉했던 마동석의 주연작 '악인전'을 통해 '이터널스' 등 다양한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었죠. '악인전'은 그 해 열린 제72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공식 초청됐고, 마동석은 '악인전' 국내 개봉 및 칸국제영화제 참석을 위해 누구보다 또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4월 '이터널스'의 캐스팅 논의 소식이 나왔고, 당시까지 전해진 마동석 측의 입장은 "마블 측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었죠. '악인전' 인터뷰 자리에서도 '이터널스' 얘기는 빠지지 않았습니다. 마동석은 "아는 게 없어요. 그 쪽에서 얘기를 해줘야 되는데, 저도 계속 기다리고 있거든요. 그런데 원래 그렇다 그러더라고요?"라고 멋쩍게 웃으며 "그래서 저는 그냥, 만약 못학 되더라도 그렇게 언급해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해요"라고 얘기했죠.

2016년 '부산행'이 그 해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받으며 전 세계에 'K-좀비' 열풍의 시작을 알렸고, 맨손으로 좀비를 때려잡았던 강력한 액션을 선보인 마동석의 활약상이 전 세계에 눈에 띄게 각인된 바 있습니다. 이후 마동석을 향한 할리우드의 관심도 덩달아 높아졌죠.

마동석은 '할리우드에서 자신을 원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라는 물음에 "일단, 저를 보세요. 제가 외모도 그렇고…동양인 중에서도 굉장히 우월한 유전자가 아니잖아요?"라며 말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처음으로 좋아해 준 부분은 제 액션이 아닐까 싶어요. 제가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했잖아요. 복싱부터 시작을 했었는데, 그 운동을 안 하던 사람이 새로 배워서 촬영을 하는 것과, 원래 하던 사람이 그것을 이용해서 연기하는 것은 좀 다르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유리한 점이 있었고, 그렇게 제가 액션을 추구하는 방향을 좋게 봐주더라고요. 그 쪽에서 상업적으로 자기 자신을 브랜드화시키는 배우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오던 시점에서, 그런 사람들을 아시아권에서 찾고 싶은데 제가 눈에 띄었다고 말하더라고요. 그냥 하는 말일수도 있지만, 고맙게 생각했었죠."

마동석이 전한 이같은 생각에 대한 다양한 방향의 이야기도 함께 오갔습니다. '자기만의 브랜드가 있다는 것은, 결국 '이미지가 겹친다'는 의미도 있을 수 있다'라는 부분에, 마동석은 지난 자신의 작품 활동들을 되짚으며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죠.

"모든 배우의 연기는, 자기 몸에서 나오는 것이잖아요. 남의 몸을 쓸 수는 없어요. 악기가 같으면 다양한 소리를 낼 순 있어도 결국은 그 악기에서 나오는 소리잖아요. 그럼 영화를 100편 찍으면, 다양한 역할을 했다고 해도 분명히 다 비슷하게 보일 수 있거든요. 그것은, 얼마나 (작품을) 띄엄띄엄 하느냐에 따라 덜 그렇게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저는 지금 제 나이가 지금 오십이 다 됐는데, 4년에 하나씩 좋은 캐릭터나 색다른 캐릭터의 영화를 보여주면서 앞으로 죽기 전까지 세 편만 찍고 죽고 싶지는 않아요. 제가 스무 살이면 그렇게 할 수 있겠지만요. 하지만 저는 지금 주연으로 연기한 지가 이제 2년 됐거든요. 그리고 형사 역할은 주연으로 한 번 밖에 안 했어요. 악당으로 주연을 한 것은 이번 '악인전'이 처음이고요. 제게는 다 처음이거든요."


다작 행보에 대해 서로 다른 생각을 전하는 주위의 시선을 마동석 본인은 더욱 잘 알고 있었습니다. 

"만약 조연, 단역, 광고의 모습까지 다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와 같이 얘기한다고 하면 할 말이 없죠. 그렇지만 저는 '챔피언'에 나온 팔씨름 선수, '악인전'의 악당 역할은 많은 갭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렇지만 또 그 두 가지가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요. 그건, 누가 뭐라고 말하든 보는 사람이 맞다고 봐요. 그리고 요즘에는 제가 예전에 찍어뒀던 영화들이 개봉이 늦어지면서 이렇게 한 해에 다 개봉하게 됐던 일도 있었거든요. 저도 당연히 알고 있죠. '식상해질 수 있겠다'는 것을요. 

알고 있지만, 제가 찍은 작품들이니까 끝까지 열심히 하려는 마음인 것이고요. 새로운 영화 속에서 또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면 되는 것이니까요. 야구와 비교하면, 공을 그렇게 잘 치는 사람들도 자신의 폼을 바꾸면서 더 잘하려고 노력하잖아요. 그렇게 결국 공을 잘 치려고 하는 것인데, 저도 그러기 위해서 애쓰는 것으로 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작은 역할부터 시작해 지금의 주연 자리에 오르기까지, 누구보다 묵묵히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해오며 부지런히 움직여 온 그였습니다. 

액션에 특화된 배우답게 나름대로 갖춰온 노하우도 든든하게 구축돼있었지만, 계속해서 몸을 써야 하는 만큼 몸의 부상은 늘 달고 살아야 했습니다. '악인전' 제작보고회 당시부터 좋지 않은 목 상태로 양해를 구하기도 했던 마동석은, 한 달 뒤 인터뷰에서도 기관지염에 걸렸다고 말하며 "액션 촬영을 하면 촬영장의 먼지를 온전히 다 마실 수밖에 없다"고 토로하기도 했죠.

팔뚝만 21인치로 알려졌지만, 양쪽 어깨와 척추 골절로 수술을 받았고 양쪽 무릎의 연골이 없다며 숙명처럼 함께 안고 가야 하는 부상을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수많은 액션 중에서도 계단을 내려가는 장면은 대역을 쓴다고 털어놓기도 했었죠.


흘러가는 지금의 이 순간들과 앞으로의 모습들까지, 유독 시간의 흐름을 아쉬워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지금도 애초에 액션을 더 많이 찍는 배우라서, (나이가 먹을수록) 당연히 분명히 제한이 올 수밖에 없을 것이에요. (1946년생인) 실베스터 스탤론도 아무도 액션을 안 시켜주니까 본인이 만들어서 하잖아요. 물론 해외 스타들처럼 70세가 넘어도 액션을 하려면 할 수는 있겠지만… 결국엔 노인이 되면 거기에 맞는 역할을 해야 되는 게 현실이죠. 이 모든 것들을 현실적으로 봤을 때, 제가 주인공으로 영화를 찍은 지 2년 정도가 됐는데 이후 5~6작품이 나왔잖아요. 

그렇게 봤을 때 '앞으로 몇 작품을 더 할 수 있을까?' 살펴보면 대략 계산해도 지금부터 10년을 해도 생각보다 그렇게 많이는 못할 것이에요. 그 땐 제 나이가 60이니까… '그 때도 액션을 할 수 있을까?' 힘들 수도 있겠다 싶죠. 우리가 학교 다닐 때 공부를 좀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하는 것처럼, 저도 지금 할 수 있을 때 액션 연기를 열심히 하고 이후에는 다른 장르를 하든지 또 프로듀서로 일을 하든지, 그 때도 어쨌든 영화 일은 계속 하고 싶은 그런 마음인 것이에요."


쉼 없는 활동의 이유에는 여러 현실적인 상황들을 객관적으로 보고 맞춰가려 했던 마동석의 고민이 녹아있었음을 알 수 있었죠. 그렇게 마동석은 자신이 가진 장점을 일에 맞춰 영리하게 활용하고 생각하며 다양하게 활동 폭을 넓혀왔습니다. 

'이터널스' 캐스팅 확정 소식이 전해진 후 마동석은 그 해 7월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코믹콘 행사에 등장하며 출연을 공식적으로 알렸습니다. 마동석이 연기할 길가메시와 싱크로율 역시 딱 맞아떨어진다는 평을 얻으며 국내에서도 열띤 호응을 얻었죠. "영화에 참여할 수 있게 돼 기쁘다"는 소감을 전한 마동석은 '헐크와 길가메시 중 누가 더 세냐'는 진행자의 물음에 "마크 러팔로가 이 자리에 있냐"는 너스레를 던진 후 "길가메시가 더 세다"는 말로 현장의 호응을 이끌어내기도 했습니다.


마동석의 할리우드 데뷔작인 '이터널스'는 예상치 못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개봉이 미뤄졌고, 지난 3일 드디어 개봉해 관객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마동석의 시그니처 액션은 일명 'K-따귀'로 불리며 전 세계 관객들에게 회자되고 있죠. 

'이터널스' 개봉에 이어 마동석의 활약이 유독 돋보였던 '범죄도시'의 후속작 '범죄도시2'까지 내년 개봉 소식을 전하며 다시 한 번 그가 보여줄 액션 연기에 대한 기대를 높였습니다. 수치로 보이는 나이에 상관없이 부단히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려 애쓰는 마동석의 개성 있는 연기들을 51세가 된 지금의 50대, 또 이후의 시간들까지도 오래 지켜볼 수 있게 되길 바라게 됩니다.

사진 = 엑스포츠뉴스DB, 각 영화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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