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0.10.20 09:22 / 기사수정 2010.10.20 09:22

[엑스포츠뉴스=김현희 기자] 3-0으로 SK가 앞서고 있던 6회 초 공격. 원 아웃에 1루에는 최정이 주자로 나가 있었다. 이 순간, 김성근 감독은 대타 작전을 썼다. 왼쪽 타석에 들어선 타자는 노장 김재현(35). 볼 카운트 2-2에서 김재현은 차우찬의 6구째를 당겨쳤다. 1루와 2루 사이를 빠지는 안타성 타구였지만, 상대 2루수 신명철의 다이빙 캐치로 김재현은 1루에서 아웃됐다.
‘그래, 내 몫은 여기까지야!’
더그아웃으로 돌아오는 김재현은 마음속으로 이렇게 이야기하는 듯싶었다. 이것이 그의 현역 시절 마지막 타석이었기 때문이었다.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한 명의 노장은 그렇게 그라운드에서 점차 멀어져 갔다.
LG의 신바람 야구를 일으킨 홍안 소년, 김재현
1994년 LG 트윈스에서 데뷔한 김재현은 고교시절부터 비범함을 자랑했던 유망주였다. 당시 고교야구에는 ‘배명고에 김동주가 있다면, 신일고에는 김재현이 있다(좌-재현, 우-동주)’라는 말이 유행했을 정도로 둘에 대한 관심이 각별했을 때였다. 연고 구단이었던 LG가 당시 세계 청소년 야구 선수권대회에 참가 중인 그와 급하게 신인 계약을 체결했던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이에 김재현은 데뷔 초부터 21홈런, 21도루를 기록하며 신인 최초 ‘20-20클럽’에 가입하기도 했다. 또한, 유지현-서용빈 등과 함께 신인 돌풍을 일으키며, 1994년 한국시리즈 우승에 기여하기도 했다. 신인 시절부터 비범함을 선보였던 김재현은 2000년까지 꾸준히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하며, 팀의 중심 타자로 거듭났다. 특히, 2000~2001시즌에는 어려운 팀 사정에도 불구하고 2년 연속 3할 타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렇게 승승장구했던 김재현에게 첫 번째 시련이 다가온 것은 2002시즌이었다. 팀의 가을잔치 진출이 확정되었던 그 해 7월에 김재현은 고관절 부상으로 한동안 엔트리에서 제외되어야 했다. 그의 가을잔치 합류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졌지만, 당시 김성근 감독은 그를 과감하게 엔트리에 다시 등록했다.
이에 김재현은 대타로 나와 적시타를 기록한 이후 절뚝거리는 다리로 1루로 걸어나가는 등 선수단 전체에 ‘투지’를 불러일으키는 플레이를 선보였다. 단 한 번의 타석에서 집중력을 선보였던 김재현의 활약 덕분에 LG는 현대와 KIA를 나란히 물리치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영광을 안았다. 당시 LG 선수단은 모자에 김재현의 등번호를 새겨 넣으며, 전의를 다지기도 했다. 비록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LG에는 김재현이 있어 행복했다.

▲ LG 트윈스 시절, 그라운드 밖에서 만난 김재현. 그라운드 안에서 투지 있는 모습을 보였던 그도 팬들 앞에서는 미소를 잃지 않는, 한없이 ‘부드러운 남자’였다.
2002 한국시리즈 준우승 이후 김재현은 곧바로 재활에 들어갔다. 이로 인하여 2003시즌에는 50경기 출전에 그쳤지만, 그가 엔트리에 등록되자마자 팬들은 찬스 때마다 ‘김재현’의 이름을 연호하며 아낌없는 성원을 보내기도 했다. 이에 김재현은 LG에서 마지막으로 몸담았던 2004시즌에 타율 0.300, 14홈런, 62타점을 기록하며 팬들의 성원에 보답했다.
SK에서의 새로운 출발
LG 팬들의 ‘압도적인 사랑’을 받고 있었던 김재현이었지만, FA를 앞둔 그에게 구단 측은 다소 실망스러운 제안을 하기에 이른다. ‘병(고관절 부상)으로 인한 모든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라는 각서를 요구한 것이 바로 그것. 이 사건은 그가 LG를 떠나게 되는 직접적인 계기를 제공하게 된다. 이에 그는 소속팀 우선 협상 기간이 끝나자마자 SK와 FA 계약을 맺게 됐다.
SK 유니폼을 입은 김재현은 이적 첫 해부터 좋은 모습을 보였다. 타율 0.315, 19홈런, 77타점을 기록한 것을 비롯하여 최다 득표로 그 해 지명타자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2007시즌에는 정규시즌에서 0.196의 타율에 그쳤지만, 한국시리즈에서 완벽히 살아나며 대회 최우수 선수(MVP)에 선정되기도 했다.
- 2편에서 계속 -
[사진=김재현 ⓒ 엑스포츠뉴스 김현희/권태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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