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20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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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형 테란과 LCK와 T1

기사입력 2020.07.13 18:25 / 기사수정 2020.07.13 18:25



지난 12일 서울 종로 롤파크에서는 '2020 LCK 서머 스플릿' 1라운드 4주차 T1 대 다이나믹스의 맞대결이 펼쳐졌다. 이 경기에서 팀 다이나믹스가 강팀 T1을 잡아나는 파란을 일으켰다. 그리고 이 경기 승리 후 다이나믹스 선수들은 인터뷰에서 “T1이 소극적이다”, “적극적으로 라인전을 하지 않는다”라는 발언을 했고, ‘T1의 소극적인 플레이’는 롤 이스포츠 커뮤니티의 중심 화제로 떠올랐다.

지난 스프링 시즌, MSC 그리고 지난 주말에 펼쳐진 T1 대 팀 다이나믹스 경기를 보면서 떠오른 단어가 있다. 바로 수비형 테란. 기자가 오랜 스타크래프트 리그 팬이기 때문이다.

수비형 테란은 2005년~2006년 스타리그에서 큰 화두로 떠오른 테란의 대 프로토스전 전략이다.

전략은 단순하다. 앞마당 확장기지 잘 가져가고, 수비 잘하면서 병력 늘리고, 공격력 방어력 업그레이드 잘 하기.

이때 테란의 승리 공식은 단순하다. 수비 잘하고 멀티 잘하면서 상대를 말려 죽이거나, 아니면 상황을 못 참고 뛰쳐나온 프토로스 병력 잡아내면서 한방 러쉬로 마무리하거나.

이 전략의 원조 맛집이 바로 T1이었다. ‘최연성(현 아프리카 프릭스 감독) 식 더블커맨드 운영’이 보편화되면서 만들어진 전략 중 하나로, 이 수비형 테란을 제일 잘했던 테란이 전상욱 전 선수와 고인규 전 선수였다. 두 선수 모두 T1 스타크래프트 게임단의 전성기를 대표하는 레전드 선수.

수비형 테란은 안정적인 승률을 보장하는 전략이었지만, 전략의 특성상 비판도 많았다.

그도 그럴게

1. 경기 중에 교전도 별로 안 일어나고
2. 경기 시간도 엄청 길었으며
3. 이긴 쪽이 압도적인 강함을 보여주며 이기는 게 아니라 때리는 쪽이 때리다 지쳐서 GG치는 경우가 많았다.

당장 위에 언급한 두 선수의 안 좋은 쪽 별명이 수면제 테란이었으니. 스타리그를 모르는 독자라고 해도 이 별명을 들으면 ‘당시 수비형 테란이 좋은 소리만 듣진 못했겠구나’라고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T1으로 대표되는 LCK식 운영에 대한 언급들을 보면서 수비형 테란을 떠올린 이유도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될 것이다. 이 둘이 비판 받는 포인트들을 보면 비슷한 지점이 많기 때문.

1. 교전 지향적이지 않고
2. 당장 좀 손해를 볼지라도 변수를 최대한 줄이는 방식의 운영을 지향하며
3. 승리 패턴이 단순하다.

소위 '노잼' 소리를 들을지언정 강력하기는 정말 강력했던 수비형 테란 전략. 하지만 05-06년도식 수비형 테란은 프로토스들의 기량과 전략이 발전하면서 자연스럽게 파훼가 됐다. 물론 테란 자체가 수비의 종족이기 때문에 05-06년도 이후에도 수비력이 좋다는 것은 분명 큰 장점이었지만, 수비적인 플레이'만' 할 줄 아는 선수는 좋은 커리어(=우승)를 쌓을 수 없었다.

소위 LCK식 운영도 냉정하게 보면 현 시대의 탑 티어 운영은 아니다.

이미 LCK가 롤드컵 우승컵을 손에 못 넣은 지 몇 년 되기도 했고, 올해 펼쳐진 ‘미드 시즌 컵’에서 T1을 포함한 LCK팀들이 공격적인 성향으로 유명한 LPL팀(A.K.A. 황부리그)들에게 소위 ‘참교육’을 당하며 리그 간 격차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미드 시즌 컵’ 이후 '2020 LCK 서머 스플릿'에서 여러 LCK 팀들이 공격적인 운영을 선보이는 것도 그 참교육의 영향이 클 것이다.

그런 와중에 T1이 상대적으로 순위가 낮은 팀인 팀 다이나믹스 상대로 LCK식 후반 운영을 하다가 패했으니,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나마도 주요 오브젝트를 다수 내주는 등 ‘LCK식 운영’ 자체도 좀 정교하지 못했고.


<3세트 종료 이후 지표. 다이나믹스가 운영의 기초인 오브젝트 싸움에서 얼마나 우위에 있었는지 알 수 있다>

LCK 대표 명문구단이자 ‘리그 오브 레전드’ 최고의 인기팀인 T1. 최고의 화제성을 가진 팀인 만큼 이번에 T1이 왜 졌는지, 무엇이 T1의 약점인지에 대한 마니아들의 분석은 꽤 많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이미 많이 나오기도 했고) 특히 상위권 팀이 아니라도 분석 잘하고 준비 잘하면 그 T1 상대로 이길 수도 있다는 걸 보여준 경기이기도 하니 관심은 더더욱 모일 수밖에 없다.

꽤나 작지 않은 숙제를 풀어야 할 것으로 보이는 T1. 과연 어떤 해법을 보여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tvX 이정범 기자 leejb@xportsnews.com / 사진 = T1 SNS-LCK 유튜브 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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