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도라' 포스터
(엑스포츠뉴스 칸(프랑스), 오승현 기자) 정주리 감독이 순수한 소녀를 통해 회복을 이야기한다.
지난 17일(현지시간), 제79회 칸 국제영화제 감독주간에 공식 초청된 영화 '도라'(감독 정주리)가 베일을 벗었다.
전 세계 첫 번째 관객을 마주한 '도라'는 시사 후 약 8분의 기립박수를 받았고, 김도연은 눈물을 흘리며 관객들의 환호를 마주했다.
'도희야', '다음 소희'등 여성 서사를 다루며 한국에서 가장 떠오르는 감독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정주리 감독은 프로이트의 도라 사례를 영화로 만들었다.
'도라'는 서울을 떠나 한 여름 바닷가 별장으로 향한 한 가족이 머무는 동안, 알 수 없는 병을 앓던 도라(김도연 분)가 처음으로 사랑을 알게 되며 모든 것이 서서히 흔들리기 시작하는 이야기를 담는다.
프로이트의 도라, 정주리 감독이 뒤집었다
프로이트는 그가 담당했던 젊은 여성 환자를 '도라'로 부르며 우울, 분노, 실신 등의 증상을 그녀의 히스테리로 칭했다. 그리고 그녀를 통해 억압과 욕망, 가족 관계의 영향력, 성적 긴장 등의 정신분석적 개념을 설명하려고 했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 프로이트는 도라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히스테리를 부리는 도라의 문제가 아니라 당시 억압된 여성의 이야기로 해석하는 시각이 생겨난 것.
실패한 분석이라고 평가되는 도라를 정주리 감독이 그녀의 시점으로 재해석했다.
관객은 도라를 따라간다. 그러나 도라에게 감정이 이입되지는 않는다. 관객과 극을 이끄는 주인공이 친하지 않다니. 역시 신선한 화법이다. 그렇기에 영화를 바로 이해하기는 힘들 수 있다. 프로이트의 도라 사례를 접하지 않고 본다면 더욱 어려운 작품이 될 듯하다.
정 감독은 "시작부터 도라에게 확 공감을 하는 것이 아니라 거리를 두고 점점 그에게 다가가는 느낌으로 영화를 보길 원했다. 선입견이 있을수도 있고, 영화를 보기 시작하고 도라의 행동을 봤을 때 각자가 판단을 내리고 지켜보길 바랐다"고 이야기한다.
도라는 관객마다 다른 의미로 남을 것이다.
정주리 감독은 '도라'를 통해 어린 세대의 회복을 이야기했다. 희망이 있어야 할 어린 세대가 어떻게든 살아남고, 기어이 회복하길 바란다고 한다.
도라는 모든 상황이 자신을 억압하고, 옥죄이지만 그 틀에 더이상 맞추지 않는다. 결국 행동하는 도라가 된다.
'도라'의 엔딩은 누군가에겐 의문을, 누군가에게는 회복의 희망을 안긴다.
화려한 김도연, 이런 모습이 있었네
최근 인기 걸그룹 아이오아이(I.O.I)의 재결합으로 화제가 된 김도연이 '도라'를 통해 새로운 얼굴을 드러냈다.
큰 키와 화려한 비주얼로 그 누구보다도 빛나는 아이돌로서 사랑을 받았던 김도연은 드라마와 연극, 영화를 통해 매번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며 연기자로서도 자리를 잡았다.
그런 그는 '도라'를 통해 그 누구보다도 순수한 면모를 보여줬다.
도라는 화장기 하나 없다. 꾸미는 것에도, 세상에도 전혀 관심이 없는 소녀다. 요즘 아이 같지 않은, 바가지 머리를 한 조용한 그림자같은 도라는 아빠 상훈(최원영)이 정신병이라고 칭하는 알 수 없는 병에 걸려 피부까지 상한 상태다.
요양을 위해 어릴 적 머물던 시골 마을로 이사를 오게 된 도라. 그는 나미(안도 사쿠라)와 연수(송새벽) 부부 가족과 엮이게 되며 달라진다. 그의 눈에 계속 나미가 들어온다.
본능적인 사랑이라는 감정에 마주한 도라는 정말 순수하기에 상대를 욕망하게 되고, 다가가고 싶어하고, 계산 없이 직진하는 모습을 그린다.
수많은 영화가 그렇듯 자칫 잘못하면 외설적으로 보일 수도 있는 애정신이 나오지만 전혀 야하거나 거북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도라는 인간이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순수하고도 절대적인 사랑을 주고 싶어하는 것뿐이다. 그에겐 이것이 전부니까.
불필요한 노출도 아니다. '도라'에 한해서 사랑에 올인해버린 소녀의 호기심, 본능을 가장 잘 나타내는 장치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이 그리는 도라에 대한 의심이 없이 감정 그대로를 표현한 김도연의 강렬한 모습이 여운을 남긴다.
안도 사쿠라의 도전
낯선 한국인 제작자와의 작업, 한국 배우들, 한국어 시나리오, 한국어 대사.
안도 사쿠라가 처음 '도라' 시나리오를 접하고 '못하겠다'고 대답할 수 밖에 없던 이유다.
그러나 정주리 감독은 자신도 모르는 나미를 만들기 위해 안도 사쿠라가 꼭 필요했다. 결국 진심을 담은 편지를 안도 사쿠라에게 전달했고, 두 사람의 협업은 성사됐다.
낯선 환경과 언어의 장벽에서 한 번 고민을 했던 안도 사쿠라는 또 한 번 고민에 부딪히기도 했다. 그는 칸에서 가진 국내 취재진과의 인터뷰를 통해 아이를 낳은 후 베드신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는 솔직한 답을 했다.
그러나 안도 사쿠라는 역시나 감독의 진심이 담긴 편지로 마음을 돌렸고, '도라'를 통해 의미 있는 작업을 해냈다.
그는 순수하고 저돌적인 도라의 사랑을 온몸으로 받고, 도라와 관객마저도 알 수 없는 나미의 감정을 표현하고, 복잡한 관계로 도라의 순도 높은 증오도 끌어낸다.
왜 정주리 감독이 안도 사쿠라여야만 했는지 영화를 보면 이해할 수 있다.
언뜻 낯설어 보였던 조합, 정주리 감독은 이를 설득력 있게 완성해냈다. '도라'는 2026년 하반기 국내 개봉한다.
사진 = 영화 '도라', SusyLagrange
오승현 기자 ohsh1113@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