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우진 기자) 미국 메이저리그(MLB) 디트로이트 타이거스가 불펜 재편 과정에서 'KBO 출신' 우완 코너 시볼드를 선택한 배경에는 단순한 '임시 대체 자원' 이상의 계산이 깔려 있다는 현지 분석이 나왔다.
특히 이 과정에서 한국 KBO리그를 거친 투수들이 팀 내 선수층 보강의 중심축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디트로이트 지역 매체 '블레스 유 보이즈'는 지난 30일(한국시간) "스프링캠프 내내 마지막 불펜 자리를 두고 뚜렷한 승자가 없었다"면서 시볼드의 합류 과정을 조명했다. 매체는 "기존 후보들이 부진하거나 부상으로 이탈한 상황에서 시볼드가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시볼드는 2024년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에서 '코너'라는 등록명으로 활약하며 28경기에 나서 11승 6패 평균자책점 3.43, 158탈삼진, WHIP(이닝 당 출루 허용률) 1.09를 기록한 경험이 있는 선수다.
특히 그는 팀의 가을야구 기간 중 부상을 이유로 미국으로 줄행랑치더니 이후엔 삼성의 트레이닝 시스템을 저격하는 발언을 남기기까지 하며 한국 야구팬들과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다만 KBO리그에서의 안정적인 이닝 소화와 제구력 개선은 그의 커리어를 되살린 결정적 계기가 됐고, 이는 MLB 재진출이라는 성과로 이어졌다.
기존에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계약을 맺고 있었지만, 트리플A행 통보를 받자 옵트아웃을 선언하고 지난 24일 디트로이트와 1년 80만 달러(약 12억원) 메이저리그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단순한 기회 포착이 아니라 구단이 그의 변화된 투구 내용에 주목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매체는 시볼드가 올 시즌을 앞두고 팔 각도를 높이며 패스트볼 구속과 회전 효율을 끌어올렸고, 슬라이더 역시 낙차가 개선되면서 헛스윙 비율이 크게 상승했다고 짚었다. 실제로 패스트볼 헛스윙률은 약 19.9%에서 29.4%로, 슬라이더는 26.3%에서 61.5%까지 급등하는 등 뚜렷한 변화가 나타났다.
이러한 수치는 표본이 적은 시범경기 기반이긴 하지만, 적어도 "구위 자체는 이전과 다른 모습"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매체 역시 "아직 필승조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분명한 긍정적 변화가 있다"고 평가했다.
결국 시볼드 영입은 단순한 즉시 전력 보강이라기보다 불펜 뎁스가 얇아진 상황에서 '성장 가능성'을 가진 자원을 확보하려는 선택에 가깝다. 실제로 디트로이트는 부상과 유망주 공백으로 인해 불펜 안정성이 크게 흔들린 상태다.
그러나 이 선택에서 더 주목할 지점은 시볼드 개인이 아닌 그를 포함한 불펜 전체의 구성이다.
'블레스 유 보이즈'는 현재 불펜에 시볼드를 비롯해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 드류 앤더슨 등 다양한 유형의 투수들이 포진해 있으며 이들이 선발과 불펜을 오갈 수 있는 '멀티 자원'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헤이수스와 앤더슨은 모두 KBO리그를 거쳐 메이저리그에 복귀한 투수들이다.
헤이수스는 2024시즌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에서 30경기 171⅓이닝 13승11패 평균자책점 3.68이라는 준수한 기록을 보여준 뒤 2025시즌 KT 위즈로 팀을 옮겨 32경기 163⅔이닝 9승9패 1홀드 평균자책점 3.96을 기록했고, 특히 이번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베네수엘라 대표팀으로 출전해 8강 일본전 오타니 쇼헤이에게 첫 삼진을 선사하는 등 대회 우승에 기여하며 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앤더슨의 경우 2024시즌 KBO리그 SSG 랜더스에서 24경기 115⅔이닝 11승3패 평균자책점 3.89를 기록하며 대체 외국인 선수로 합류했음에도 곧바로 선발진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2025시즌에는 30경기 171⅔이닝 12승7패 평균자책점 2.25를 기록하며 리그 탈삼진 2위(245탈삼진), WHIP 2위(1.00)에 오르는 등 리그 최상위급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여기에 시볼드 역시 삼성에서 KBO 경험을 쌓았던 투수라는 점까지 더하면, 디트로이트 불펜은 사실상 'KBO 출신 투수 집합소'에 가까운 구성을 띠게 된다.
실제로 개막 로스터에도 세 선수가 함께 포함됐다는 점은 상징적이다.
이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KBO리그에서 선발로 긴 이닝을 소화하며 다양한 구종 운영과 경기 운영 능력을 익힌 투수들이 MLB에서는 불펜 자원으로 재해석되는 흐름이 반영된 결과다. 즉 디트로이트는 '완성형 에이스'는 아니더라도 다양한 상황에서 활용 가능한 실전형 투수들을 대거 확보한 셈이다.
결국 디트로이트가 선택한 방향은 분명하다. 즉시 전력감 스타를 끌어오는 대신, KBO리그를 거치며 완성도를 끌어올린 투수들을 활용해 불펜의 유연성과 깊이를 동시에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시볼드를 비롯한 'KBO 출신' 투수들이 자리 잡고 있다. 이는 더 이상 우연이 아니다. KBO를 거쳐 완성된 투수들이 MLB에서 재활용되는 흐름이 디트로이트에서는 하나의 '팀 빌딩 전략'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 블레스 유 보이즈
이우진 기자 wzyfoot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