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고척, 김지수 기자) 한국시리즈 정상을 놓고 '적'으로 마주했던 두 사람이 이제는 '대한민국'이라는 이름 앞에 하나가 됐다.
김서현(한화 이글스)이 박동원(LG 트윈스)의 격려와 응원을 등에 업고 도약을 준비 중이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은 지난 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5 네이버 K-베이스볼 시리즈(K-BASEBALL SERIES NAVER)' 체코와 두 번째 평가전에서 11-1 대승을 거뒀다. 지난 8일 3-0 승리에 이어 이틀 연속 승전고를 울렸다.
한국은 9일 경기에서 투타에 걸쳐 체코를 압도했다. 다만 2-0으로 앞선 5회말 마운드에 오른 김서현의 ⅔이닝 1피안타 2볼넷 1실점이 옥에 티였다.
김서현의 부진은 일시적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긴 편이다. 프로 데뷔 3년차를 맞은 2025시즌 69경기 66이닝 2승4패 33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점 3.14의 호성적을 찍었지만, 후반기에는 크게 고전했다. 특히 포스트시즌에서 삼성 라이온즈와의 플레이오프 2경기에서 1이닝 4피안타 2피홈런 2볼넷 1탈삼진 3실점, LG 트윈스와의 한국시리즈 3경기 2⅔이닝 2피안타 1피홈런 2볼넷 1사구 1탈삼진 3실점으로 고개를 숙였다.
김서현과 한화팬들 모두에게 가장 큰 아픔으로 남아 있는 건 지난 10월 30일 한국시리즈 4차전이다. 한화는 당시 8회까지 4-1로 앞서가면서 승리를 눈앞에 뒀지만, 김서현이 9회초 난조를 보이면서 4-7 역전패로 고개를 숙였다.
김서현을 울린 건 박동원이었다. 박동원은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LG가 1-4로 끌려가던 9회초 무사 1루에서 김서현을 상대로 2점 홈런을 작렬, 순식간에 스코어를 3-4로 좁혔다. LG는 박동원의 홈런 이후 김현수의 2타점 적시타로 역전, 문보경과 오스틴 딘의 적시타로 2점을 더 보태 승리를 잡았다.
한화는 한국시리즈 전적 2승2패로 균형을 맞출 수 있었던 상황이 순식간에 1승3패 열세로 바뀌었다. 결국 지난 10월 31일 5차전까지 무릎을 꿇으며, 대전 안방에서 우승 트로피를 LG에 넘겨줬다.
김서현과 김경문 한화 감독은 2025 한국시리즈 4차전 패배 이후 큰 비판에 직면했다. 올해 만 21세로 어린 김서현에게는 감당하기 쉽지 않을 팬들의 쓴소리가 뒤따랐다.
김서현은 짧은 휴식 후 곧바로 국가대표팀에 소집됐다. 체코, 일본과의 평가전에서 내년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앞두고 '태극마크'의 자격을 증명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았다.
공교롭게도 김서현에 큰 아픔을 안겨줬던 박동원은 대표팀 주전 포수로 2026 WBC를 준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자연스럽게 김서현과 배터리로 호흡을 맞추는 그림이 예정돼 있다.
박동원은 대표팀 소집 직후 꾸준히 김서현을 향한 위로와 격려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김서현도 대선배의 조언을 새겨들으면서 반등을 준비 중이다.
김서현은 9일 체코전을 마친 뒤 "박동원 선배님께서 내게 첫 번째로 '자신 있게 던져라'라는 말을 많이 해주신다"며 "일단 자신 있게 던지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하시더라. 포스트시즌 때도 가장 안 좋았던 데 '자신 없이 승부를 했던 부분이다'라고 얘기를 해주셨다"고 말했다.
박동원은 지난해 11월 열린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에서 김서현과 배터리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정상 컨디션을 갖춘 김서현의 구위가 얼마나 위력적인지 누구보다 잘 알 수밖에 없다.
김서현은 일단 열흘 남짓 휴식기를 가진 뒤 실전 등판에서 자신의 피칭 내용에 어느 정도 자신감을 찾았다. 9일 체코전에서 실점하기는 했지만, 패스트볼 스피드가 올라온 부분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김서현은 "지금은 구속이 많이 올라와서 만족하고 있다. 포스트시즌 때처럼 볼과 스트라이크의 차이가 크지 않다"며 "(류지현) 감독님께서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일단 개인적으로는 포스트시즌 때보다 훨씬 낫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서현은 갑작스러운 부상이나 슬럼프만 겪지 않는다면 내년 3월 WBC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릴 가능성이 높다. 자신을 도와주는 선배들의 조언과 격려가 얼머나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사진=고척, 김한준·박지영 기자 / 엑스포츠뉴스 DB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