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박지성은 퍼거슨 감독의 지시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잘 수행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레전드 공격수 웨인 루니가 과거 박지성이 월드 클래스 미드필더 안드레아 피를로를 봉쇄했던 경기를 떠올렸다.
글로벌 축구매체 '퓨어리풋볼'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루니가 AC밀란(이탈리아)과의 2009-2010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전을 앞두고 박지성과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나눈 대화를 소개했다.
당시 박지성은 맨유 홈에서 열린 밀란과의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패스 정확도를 자랑하는 피를로를 꽁꽁 묶었고, 박지성의 활약에 힘입어 맨유는 합산 스코어 7-2로 승리해 8강에 진출했다.
매체에 따르면 루니는 "AC밀란과의 경기 전 퍼거슨 감독의 팀 토크가 기억난다. 그는 박지성에게 '오늘 네 임무는 공을 터치하는 것도, 패스하는 것도 아니야. 네 임무는 피를로야. 그게 다야'라고 말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 피를로는 경기당 평균 110개의 패스를 시도했는데, 정말 어처구니없는 상황이었다. 그중 60~70개는 상대에게 해가 될 수 있는 전방 패스였다"라며 피를로의 패스 수준을 칭찬했다.
퍼거슨 감독도 피를로의 패스 기술을 잘 알기에 박지성에게 피를로를 철절하게 마크할 것을 요구했고, 박지성은 이를 훌륭하게 이행했다.
루니는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에게 '패스는 절대 허용하면 안 돼. 1야드라도, 1초라도 늦으면 안 돼'라고 말했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내 생각에 그 경기에서 피를로는 겨우 40개의 패스만 했고, 그중 95%는 후방으로 돌린 패스였다. 박지성이 퍼거슨 감독의 지시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잘 수행했기 때문이다"라며 "사람들은 박지성이 그날 밤 해낸 일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고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박지성에게 철저하게 봉쇄당한 경기는 피를로에게도 강렬한 경험이었다.
피를로는 2018년 고별 경기를 앞둔 기자회견에서 "기술적으로 가장 뛰어난 동료 선수는 호나우지뉴였다. 그리고 최고의 상대 선수는 리오넬 메시였다"라면서 "그러나 가장 상대하기 짜증 났던 선수는 박지성이다"라고 말했다.
2005년 6월 네덜란드의 PSV에인트호번에서 뛰다 맨유로 이적하면서 프리미어리그 무대에 진출한 박지성은 성실한 태도와 왕성한 활동량으로 전설적인 명장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신임을 듬뿍 받았다.
퍼거슨 감독은 지난 2010-2011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바르셀로나(스페인)에 1-3으로 패한 후 "결승전에서 박지성에게 리오넬 메시를 집중 마크하라고 지시하지 않은 걸 후회하고 있다"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박지성은 맨유에서만 7년을 뛰며 204경기에 출전해 프리미어리그 우승 4회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회를 포함해 트로피를 무려 11개나 들어 올렸다. 그는 국내 축구 팬들에게 프리미어리그를 알리는데 큰 영향을 끼쳤다.
시간이 흘러 박지성은 2012년 맨유를 떠났고, 2년 뒤 33세 나이에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이후 맨유는 박지성을 7번째이자 첫 비유럽 출신 구단 앰버서더(홍보대사)로 임명하면서 박지성의 공로를 인정했다.
사진=연합뉴스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