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광주, 유준상 기자) "정규시즌 홈 최종전에서 여러모로 좋은 상황을 만든 것 같습니다."
삼성은 지난달 30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시즌 16차전에서 5-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잔여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정규시즌 4위를 확정하면서 남은 경기에 대한 부담을 덜었다.
이날 경기는 '끝판대장' 오승환의 은퇴경기이기도 했다. 오승환은 경기 전 특별 엔트리로 등록됐지만, 순위 경쟁이 이어지고 있었던 만큼 오승환의 등판 여부가 불확실했다. 하지만 삼성은 8회말까지 5-0으로 앞서가며 오승환이 등판할 수 있는 상황을 마련했다.
불펜에서 대기하던 오승환은 9회초를 앞두고 마운드로 향했다. 이때 박진만 삼성 감독이 직접 올라와 공을 건네며 오승환의 은퇴를 축하했다.
오승환의 마지막 상대는 대타를 자청한 옛 동료 최형우였다. 오승환은 4구 승부 끝에 최형우에게 삼진을 솎아냈다. 2008~2013년 삼성에서 함께 뛰었던 두 사람은 마운드에서 뜨겁게 포옹하며 마지막 투·타 맞대결을 마무리했다.
오승환은 아웃카운트 1개만 책임진 뒤 마무리투수 김재윤에게 마운드를 넘겨줬다.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를 가득 메운 야구팬들은 기립박수로 오승환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했다.
3일 광주 KIA전이 우천으로 취소되기 전 취재진과 만난 박 감독은 "선수들이 마지막 경기에서 오승환 선수가 나올 수 있는 분위기와 환경을 마련했다"며 "마지막 홈경기에서 이기고 4위를 확정했고, 또 오승환 선수가 좋은 모습으로 은퇴했기 때문에 홈 최종전에서 여러모로 좋은 상황을 만든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최형우 선수가 그래도 파울을 치더라(웃음). 양 팀에서 레전드급 선수들이 나왔는데, 오승환 선수가 아름답게 떠날 수 있게끔 최형우 선수가 배려해준 것 같다"고 덧붙였다.
9회초 마운드 방문의 경우 시점에 대해서 고민했다는 게 사령탑의 이야기다. 박진만 감독은 "투수를 교체할 때 올라갈까 생각하기도 했는데, 내가 먼저 마운드에 올라가고 (오승환이 내려올 때) 선수들끼리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게 더 좋을 것 같았다"며 "내가 주도했다. (주장인) 구자욱 선수에게도 얘기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이 정규시즌 1경기만을 남겨둔 가운데, 오승환은 남은 경기에 등판할 수 없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규정에 따르면, 은퇴선수 특별엔트리에 들어간 선수는 다음 날 자동 말소된다. 또한 한번 특별 엔트리에 들어간 선수는 시즌 종료까지 정식 엔트리 또는 특별 엔트리에 이름을 올릴 수 없다.
오승환은 지난 1일 리코스포츠에이전시와 매니지먼트 계약을 체결하고 인생 2막을 시작했다. "선수 생활 내내 응원해 주신 팬 여러분께 감사한다. 이제는 다른 방식으로 팬들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리코스포츠에이전시와 함께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며 한국야구에 기여하고 싶다"고 전했다.
박 감독은 "(오승환의 매니지먼트 계약에 대해서) 난 모르겠다"면서 "(오)승환이는 앞으로의 계획이나 어떤 모습을 보여야 할지 등에 대해서 계속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고 얘기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