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5-12-06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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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제패' 엔리케 감독, 6년 전 별세한 딸에게 트로피 바쳤다…"어딘가에서 파티 즐기고 있을 것"

기사입력 2025.06.01 11:22 / 기사수정 2025.06.01 11:22



(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파리 생제르맹(PSG)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정상으로 이끈 루이스 엔리케 감독의 감동적인 인터뷰가 화제다.

PSG는 1일(한국시간) 독일 뮌헨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인터 밀란을 5-0으로 대파하며 구단 역사상 최초로 '빅이어(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컵 애칭)'를 들어올렸다.

이로써 프랑스 클럽 중에서는 1993년 올랭피크 드 마르세유 이후 두 번째로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한 팀이 되었다.

챔피언스리그 역사상 결승전에서 5골 차 승리는 전례가 없다. PSG가 첫 역사의 주인공이 됐다.

또한, 이 날 경기에서는 PSG 스쿼드의 평균 연령이 25세 96일로 인터 밀란의 30세 242일보다 5세 이상 낮아, 유럽 축구의 세대 교체를 알리는 결과이기도 했다.




승리 확정 이후, 우승을 맞이한 엔리케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6년 전 세상을 떠난 자신의 딸 자나(Xana)를 향한 깊은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자나는 2019년, 희귀 뼈암인 골육종으로 세상을 떠났다. 당시 9세였다.


경기 종료 후 기자회견장에서 엔리케 감독은 눈시울을 붉히며 "딸이 세상을 떠난 뒤, 한동안 사진조차 볼 수 없었다. 어머니조차도 집안에서 자나의 사진을 걸지 못했다"면서 "내 딸은 육체적으로는 떠났지만, 제 영혼 속에 항상 살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챔피언스리그에서 이기든 지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며 "나는 언제나 자나를 느끼고 있다"고 감동적인 말을 더했다.

그는 "나는 이 우승을 통해 많은 이들을 기쁘게 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나의 가족과 자나에게도 이 기쁨을 전하고 싶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자나는 살아있을 때 파티를 무척 좋아했다. 지금 그녀가 있는 곳에서도 파티를 즐기고 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팬들이 보여준 배너도 매우 감동적이었다. 가족을 위한 배너였지만, 결국은 제 딸을 위한 것이었다. 나는 늘 자나를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엔리케 감독이 언급한 '배너'는 이날 경기장에서는 PSG 팬들이 자나를 추모하는 대형 현수막을 말한다.

해당 현수막에는 2015년 바르셀로나 감독 시절, 엔리케 감독과 자나가 함께 챔피언스리그 우승 후 경기장에 깃발을 꽂던 장면을 재현한 것이다.

당시 두 사람은 결승 장소였던 독일 베를린 올림피아슈타디온의 중앙에서 바르셀로나 깃발을 들고 포효했으며, 이 장면은 엔리케 감독의 인생에서 가장 특별한 장면으로 기억된다.



PSG는 이날 경기에서 초반부터 압도적인 기세로 인터 밀란을 몰아붙였다. 20분 이내에 두 골을 넣으며 승기를 잡았고, 후반전에도 맹공을 퍼부어 총 다섯 골을 기록했다.

이날 가장 돋보인 선수는 프랑스 축구의 새로운 미래로 평가받는 2005년생 데지레 두에였다.

그는 이날 멀티골로 팀의 승리를 책임졌으며, 경기 후 "오늘 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믿기 어렵다. 우리는 역사적인 일을 해냈다. 프랑스 축구, 유럽 축구에 한 획을 그었다"고 자축했다.

엔리케 감독은 챔피언스리그 우승과 함께 이번 시즌 리그1, 쿠프 드 프랑스까지 석권하며 트레블을 달성했다. 바르셀로나에서 2015년 트레블을 달성한 이후 엔리케 감독 개인의 두 번째이자, PSG 역사상 최초의 트레블이다.

엔리케 감독은 2015년 첫 트레블을 일궈냈을 때 "리오넬 메시와 루이스 수아레스, 네이마르 등 세계적인 공격수 3명이 포진한 덕에 트레블을 어렵지 않게 감독 커리어에 쌓았다"는 혹평을 들었다. PSG에서 자신의 지도력을 세계 축구계에 떨쳤다. 메시와 네이마르, 킬리안 음바페가 떠났음에도 자신의 축구 전술에 부합하는 선수들을 데려오고 키워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유럽 제패를 이끌었다.



딸 자나와의 추억은 엔리케가 축구계에서 일시적으로 떠난 계기이기도 했다.

그는 자나가 세상을 떠나기 전 스페인 대표팀 감독직에서 물러났고, 이후 3개월 후 복귀해 2022 카타르 월드컵을 지휘했다. 당시 스페인은 16강에 진출했으나 모로코에 패하며 탈락했다.

엔리케 감독은 슬픔을 딛고 지도자로 복귀해 PSG를 유럽 정상으로 이끌었다.

이 역사적 밤에 엔리케 감독은 단지 트로피를 들었을 뿐만 아니라, 하늘에 있는 딸과 함께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었다.


사진=연합뉴스

윤준석 기자 redrupy@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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