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7.10.26 16:29 / 기사수정 2007.10.26 16:29

[엑스포츠뉴스=김명석 기자] 시즌이 시작되기 전 웨슬리 스네이더가 레알 마드리드 유니폼을 입게 됐다는 소식이 들려왔을 때, 대부분의 레알 마드리드 팬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굳이 약 333억 원의 높은 이적료를 들여서까지 영입해야 할 만큼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까닭이다.
그러나 시즌이 시작되고 난 뒤 스네이더는 그야말로 ‘영웅’이 됐다. 개막전 역전 결승골을 시작으로, 비야레알전 2골, 알메리아전 1골 등 3경기 연속 득점포를 터뜨리며 팀의 3연승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베컴(LA갤럭시)을 연상시키는 날카로운 프리킥과, 중요한 순간마다 터지는 천금 같은 골들은 그를 향한 팬들의 의구심을 완전히 씻어내기에 충분했다.
시즌 초반 너무 힘을 많이 쏟은 탓일까. 이후 스네이더는 레알 마드리드에서 확고하게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선발 출장의 기회는 꾸준히 잡고 있지만, 전술적인 부분에서 자신의 플레이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시즌 초반의 ‘포스’는 온데간데없고, 그저 따로 노는 듯 한 기분마저 들게 하고 있다.
어정쩡한 윙, 애매한 그의 역할
최근 레알 마드리드는 주로 4-4-1-1 혹은 4-4-2 정도의 포메이션을 사용하고 있다. 반 니스텔루이와 라울 곤살레스가 공격을 이끌고 그 뒤를 네 명의 미드필더가 뒷받침을 해주는 형태다. 특히 지난 목요일 올림피아코스와의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는 양쪽 측면 미드필더에 스네이더-호빙요를 배치시키며 공격에 좀 더 비중을 두는 모습이었다.
문제는 스네이더의 움직임이다. 사실상 왼쪽 측면 미드필더로 기용되고 있는 스네이더는 윙과 플레이메이커 사이의 역할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레알 마드리드가 그에게 바라는 것은 결코 ‘윙’의 역할일리 만무하다. 마르셀로의 많은 오버래핑과 구티 에르난데스가 좀 더 왼쪽에서 치우쳐 플레이하는 이유 역시도, 스네이더에게 결코 윙의 역할을 바라는 것이 아님임을 의미한다.
물론 스네이더가 측면 미드필더를 아예 소화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만약 레알 마드리드가 스네이더에게 윙의 역할을 바랬다면, 다시 말해 왼쪽 사이드에서 공격을 풀어나갈 발 빠른 윙어가 필요했다면 스네이더보다는 드렌테에게 기회가 주어졌을 것이다. 즉 레알 마드리드가 스네이더에게 바라고 있는 움직임, 즉 역할은 윙보다는 ‘플레이메이커’에 가깝다는 얘기다.
레알 마드리드가 스네이더에게 바라는 움직임은
‘플레이메이커’로서 스네이더는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에 충분하다. 레알 마드리드가 300억 원이 훌쩍 넘는 거금을 들여 그를 영입한 것도 그가 보여준 플레이와 앞으로 보여줄 수 있는 잠재능력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말해서 레알 마드리드는 그에게 과거 지네딘 지단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지단 만큼의 활약은 아니더라도 팀의 공격을 전개해 나갈 수 있는, 스네이더 특유의 플레이 메이킹을 바라고 있는 것이다. 공격 전개가 물 흐르듯 매끄럽게 흘러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레알 마드리드는 그러한 역할을 스네이더에게 바라고 있는 것이다.
왼쪽 측면에 위치해 있다고 해서 그저 왼쪽에 치우칠 필요는 없다. 오히려 마르셀로 등 왼쪽 윙백의 오버래핑을 돕지는 못하고 함께 겹치는 현상까지 발생한다면 중앙으로 파고들 필요가 있다. 라울이 세컨 스트라이커가 아닌 투톱 형태로 올라선 것도, 중앙 미드필더 구티 에르난데스가 왼쪽을 보다 더 많이 커버하는 이유도 스네이더에게 좀 더 많은 자유로운 플레이를 위해서다.
그에게 많은 기회는 없다
만족스러운 활약을 펼쳐줄 때 까지 스네이더에게 기회를 줄 만큼, 레알 마드리드가 여유로운 상황은 결코 아니다. 한 경기 결과에 따라 5위까지 추락할 수 있는 불안한 선두 자리다. 게다가 갈수록 상위권 싸움이 치열한 요즘 같은 상황이라면, 그가 당장 벤치 멤버로 전락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더구나 현재 부상중인 로벤이 복귀할 경우, 스네이더의 입지는 더욱더 좁아질 수밖에 없다. 로벤과 호빙요가 양측 사이드에 배치되고, 구티와 디아라가 중앙 미드필더에 포진하게 되면 빈 자리는 남아 있지 않다. 그의 실력을 100% 발휘할 수 있는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 역시도 라울 곤살레스가 버티고 서 있다. 적어도 ‘요즘 같은’ 스네이더라면 설 수 있는 자리가 없는 셈이다.
지난 올림피아코스와의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지만, 최근의 레알 마드리드는 ‘레알 마드리드다운’ 시원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매서운 공격을 앞세운 플레이보다는 뭔가 어설픈, 결코 만족스럽지 못한 플레이다. 그리고 그 원인 중 하나는, 스네이더가 자신의 역할을 망각한 채 이도저도 아닌 플레이만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거금의 이적료를 들여 영입한 선수라도, 확실한 플레이를 선보이지 못한다면 벤치로 밀려날 가능성은 농후하다. 스네이더 역시 예외는 아니다. 특히 리그와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는 레알 마드리드라면 더욱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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