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한국 배드민턴이 세계 최강을 자부했던 중국의 코를 납작하게 눌렀다.
여자복식 이소희-백하나 조, 여자단식 안세영에 이어 남자복식 에이스 서승재-김원호 조도 한 해 최강자들이 모여서 겨루는 '왕중왕전' 대회에서 정상에 올랐다.
배드민턴 남자복식 세계 1위 서승재-김원호(이상 삼성생명) 조가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파이널 첫 우승을 차지했다.
서승재-김원호 조는 22일(한국시간) 중국 항저우의 올림픽 스포츠센터 체육관에서 열린 BWF 2025 월드투어 파이널 결승에서 세계 5위인 홈코트 중국의 량웨이컹-왕창 조를 40분 만에 게임스코어 2-0(21-18 21-14)로 완파했다.
이로써 서승재-김원호 조는 지난 1월 재결성한 뒤 1년 사이 BWF 세계선수권와 월드투어 파이널 등 한 해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국제대회 두 개를 모두 석권하는 기염을 토했다.
서승재- 김원호 조는 두 대회 외에도 올해 총 9개 국제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1월 말레이시아 오픈(슈퍼 1000)에서 중국의 천보양-류이 조를 누르고 우승한 서승재-김원호 조는 2월 독일 오픈(슈퍼 300)에서 두 번째 우승을 차지한 뒤 3월 유서 깊은 전영 오픈(슈퍼 1000)에서 배드민턴 강국 중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조를 연파하며 정상에 오르고 세계 최강의 남자복식 조로 급부상했다.
6월 인도네시아 오픈(슈퍼 1000), 7월 일본 오픈(슈퍼 750)에서도 정상에 오른 뒤 8월 프랑스 파리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 천보양-류이 조를 다시 만나 2-0 승리를 거두고 '월드 챔피언'이 됐다.
이후에도 상승세를 멈추지 않았다. 9월 중국 마스터즈(슈퍼 750), 코리아 오픈(슈퍼 500), 10월 프랑스 오픈(슈퍼750), 지난달 일본 마스터스(슈퍼 500)까지 우승하면서 올해 트로피를 10개나 수집한 서승재-김원호 조는 월드투어 파이널에서도 조별리그부터 준결승, 결승까지 5전 전승을 내달리며 11번째 트로피를 기어코 품에 안았다.
특히 서승재는 올 초 진용(요넥스)와 짝을 이뤄 태국 마스터스(슈퍼 300)도 우승한 적이 있다. 서승재 개인으로 한정하면 올해 12번째 트로피를 품은 셈이다.
서승재-김원호 조는 이날 월드투어 파이널 우승을 확정지은 뒤 왼쪽과 오른쪽의 검지 손가락을 하나씩 들어올리는 세리머니로 올해 11관왕을 자축했다.
서승재-김원호 조는 전날 열린 준결승에서 인도네시아의 사바르 카르야만 구타마-모하마드 레자 파흘레비 이스파하니 조(세계 10위)를 게임스코어 2-0으로 완파하고 결승 진출에 성공하더니 결승에서도 홈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을 받은 량웨이컹-왕창 조를 숨 쉴 틈도 없이 몰아붙여 어렵지 않게 이겼다.
여자단식 안세영처럼 남자복식에서 절대 1강 아성을 구축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화려한 1년이었다. 서승재-김원호 조는 2019년 해체된 뒤 6년 만인 올해 1월 다시 결성됐다. 서승재와 남자복식 조를 꾸리던 강민혁이 국군체육부대에 입대하면서 서승재 새 파트너로 김원호가 복귀했다.
하지만 이렇게 재결성하자마자 승승장구할 줄은 누구도 몰랐던 셈이다.
특히 서승재-김원호 조는 올해 중국 선수들에게 유독 강했다. 이날 결승에서 이긴 량웨이컹-왕창 조에 올해 4전 전승 챙긴 것을 비롯해 천보양-류이 조에 3전 전승, 셰하오난-정웨이한 조에 2전 전승, 허즈팅-런상위 조에 2전 전승을 챙겼다. 런샹위-셰하오난 조와는 한 번 붙어 이겼다.
중국 배드민턴 입장에선 안세영 못지 않은 공포의 대상으로 서승재-김원호 조가 떠오르게 됐다.
이날도 서승재-김원호 조가 승리를 확정짓는 순간 쩌렁쩌렁 울렸던 중국 관중의 응원 소리가 사라지면서 도서관 분위기를 연출했다.
서승재-김원호 조는 이번 대회 우승을 통해 세계신기록을 수립했다. 1988년 리융보-톈빙이 조(중국)이 세웠던 남자복식 역대 한 시즌 최다 우승 10회를 넘어 11회 우승이란 새 역사를 썼기 때문이다.
BWF도 지난달 서승재-김원호 조가 남자복식의 37년 된 기록을 갈아치우기 직전임을 설명한 적이 있다.
BWF는 서승재-김원호 조가 일본 마스터스를 우승하자 "둘의 업적은 리융보-톈빙이 조가 1988년에 세운 남자복식 우승 기록과 일치한다. 21세기 한 시즌에 두 자릿 수 우승에 도달한 최초의 남자복식 조가 됐다"며 "놀랍게도 그들은 2019년에 해체된 뒤 처음으로 함께한 풀타임 시즌에서 이를 달성했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BWF의 전망대로 서승재-김원호 조는 세계 배드민턴사 한 페이지를 2025년 열흘 남긴 시점에서 작성하게 됐다.
사진=연합뉴스 / 대한배드민턴협회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