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5-12-05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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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의 귀환, 세대를 잇다… 넥슨 ‘2025 아이콘매치’가 남긴 문화적 순간 [엑's 이슈]

기사입력 2025.09.19 16:42 / 기사수정 2025.09.19 16:42



(엑스포츠뉴스 유희은 기자) “다음엔 어떤 매치로 돌아올까요?” 이는 ‘2025 아이콘매치: 창의 귀환, 반격의 시작’이 막을 내린 뒤, 서울월드컵경기장 그라운드에서 선수들이 들어올린 현수막에 적힌 문구였다. 지난 13일과 14일 열린 이번 행사는 단순한 친선전이 아니라, 축구와 게임이 결합해 만들어낸 새로운 문화의 장으로 자리 잡았다.

경기장에서는 레전드 선수들이 전성기 시절 유니폼을 다시 입고 뛰는 모습이 현재와 겹쳐지며 팬들의 가슴을 뜨겁게 했다. 아버지는 젊은 시절 열광했던 선수를 보기 위해 아들을 데리고 경기장을 찾았고, 아들은 FC 온라인과 FC 모바일에서만 알던 선수를 현실에서 마주했다. 세대가 같은 이름을 두고 다른 기억을 공유하는 풍경은 아이콘매치만이 보여줄 수 있는 장면이었다.



박정무 넥슨 사업부사장은 이번 행사의 의미를 “매출이나 트래픽보다 아이콘매치를 즐기고, 영상 하나, 댓글 하나를 남겨주는 것 자체가 소중하다”며 “게임의 경험을 확장해 새로운 가치를 선사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이콘매치’를 게임 유저와 축구 팬 모두에게 보답하는 자리로 규정하며, 넥슨이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문화를 만들어내려 했음을 강조했다.

올해 달라진 점에 대해 그는 “제라드, 베일, 호나우지뉴 등 더 많은 레전드가 합류했고, 벵거와 베니테스 같은 명장이 지휘봉을 잡았다. 작년 서사의 연속성을 살리기 위해 ‘창의 귀환, 반격의 시작’이라는 부제를 붙였고, FC 스피어가 패배를 설욕하기 위해 전력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특히 경기 결과가 게임 속 능력치에 실시간 반영되는 ‘아이콘매치 클래스’를 도입해 현장과 게임의 몰입도를 동시에 끌어올렸다.



섭외 과정은 그 자체로 하나의 드라마였다. 박 부사장은 “최대한 많은 레전드를 서울로 모으려 했지만, 실제로 90분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만 선별했다”고 말했다. 특히 호나우지뉴의 섭외는 가장 어려웠다. 과거 한국에서 유사 행사가 무산된 경험이 있었던 만큼 참여 여부가 불투명했지만, 넥슨은 실무진을 직접 브라질로 파견해 신뢰를 쌓았다. 그는 “선수가 실제 한국에 도착할 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예상치 못한 변수도 있었다. 리베리가 불참하게 되면서 공백이 생겼지만, 단 4시간 만에 피레스를 영입하며 라인업을 채웠다. “피레스가 이미 다른 선수들을 통해 아이콘매치에 긍정적으로 인지하고 있었던 것이 큰 도움이 됐다”는 그의 설명처럼, 우연과 필연이 교차하며 라인업은 완성됐다. 콜리나 전 FIFA 심판위원장의 깜짝 등장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작년에도 시도했으나 무산됐던 섭외였지만, 올해는 꾸준히 접촉한 끝에 긍정적인 답을 얻을 수 있었다. 현장에서 콜리나가 등장하자 수많은 팬이 열광했다”고 말했다.



선수들의 반응도 남달랐다. 박 부사장은 “많은 선수들이 ‘한국에서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겼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고 전했다. 제라드, 베일, 마이콘, 벵거, 베니테스처럼 처음 한국을 찾은 인물들은 수만 관중의 응원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경기장 분위기는 단순한 이벤트를 넘어선 감동으로 확장됐다. 하프타임에 제라드가 8번 유니폼을 입은 팬과 직접 만난 장면은 그 상징이었다. 그는 “그 순간 경기장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닌 세대를 잇는 감동적인 무대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해외 팬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이번 아이콘매치는 태국과 베트남 등지에서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생중계됐고, FC 모바일 서비스 국가에서는 게임 접속을 통해 실시간 시청이 가능했다. 총 260만 명의 글로벌 팬이 경기를 지켜보며, 한국 게임사가 주도한 대규모 행사가 세계적으로도 주목받는 결과를 낳았다.

박 부사장은 준비 과정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으로 “더 높은 수준의 선수 섭외”와 “선수와 팬 모두가 교감할 수 있는 경험”을 꼽았다. 올해는 하프타임 이벤트와 팬 소통 프로그램이 강화됐고, 결과적으로 현장은 선수와 팬이 함께 추억을 만드는 공간으로 완성됐다. 그는 “축구 경기 이상의 의미를 담아, 팬과 선수가 함께하는 축제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번 아이콘매치가 남긴 가장 큰 의미는 팬들의 인식 변화다. 국내 게임사들은 오랫동안 유저들에게 부정적인 인상을 남겨왔다. 과금 구조나 소통 부재로 신뢰가 떨어졌던 것도 사실이다. 넥슨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그러나 이번 아이콘매치만큼은 달랐다. 팬들은 “게임사가 진정성 있게 문화를 기획할 수 있다”는 경험을 했고, 이는 브랜드 이미지의 전환으로 이어졌다. 단순한 아이템 판매가 아니라, 추억과 감동을 소비한 경험은 충성도와 장기적 관계로 이어진다.

넥슨은 내년 대회에 대해 아직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박 부사장은 “올해 행사에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 내년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미 팬들의 마음에는 다음을 기다리는 기대가 자리잡았다. 경기 후 현수막에 걸린 “다음엔 어떤 매치로 돌아올까요?”라는 문구가 단순한 수사가 아닌 이유다.



아이콘매치는 결국, 이런 문화를 현실로 만들어낼 수 있는 역량을 증명했다. 전성기 유니폼 속 모습이 지금과 겹쳐진 순간, 아버지와 아들이 같은 선수를 두고 환호한 경험, 콜리나의 휘슬과 레전드의 재등장, 해외 팬들의 참여까지. 이는 단순한 친선전이 아니라 축구와 게임이 함께 만들어낸 새로운 문화였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 무대를 현실로 가능케 한 주체가 넥슨이었다는 사실이다. 팬들은 이번 경험을 통해 게임사가 단순히 서비스를 넘어 문화의 흐름을 기획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내년 계획은 아직 없지만, 이미 아이콘매치는 “다음은 언제일까”라는 기대감을 남겼다. 이는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 넥슨이 앞으로도 이어갈 수 있는 새로운 문화 전략의 출발점으로 평가할 만하다.

사진 = 엑스포츠뉴스 박지영 기자

유희은 기자 yooheeking@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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