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08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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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 대 슈퍼맨', 마블과는 뭐가 달랐나

기사입력 2016.03.23 06:51 / 기사수정 2016.03.23 07:25

김관명 기자

[엑스포츠뉴스=김관명기자] 잭 스나이더 감독의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이 22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됐다. 장장 151분이다. '배트맨 대 슈퍼맨'이 DC확장유니버스의 두번째 작품이라는 점과, 제목에 '저스티스의 시작'이 붙은 점, 그리고 그동안 공개된 트레일러를 통해 예상된 내용은 이랬다. 

1. 팬들이 염원하던 '배트맨과 슈퍼맨이 싸우면 누가 이겨?' 정도의 이야기는 결코 아닐 것이다 = 저스티스 리그의 창단멤버가 배트맨 슈퍼맨 원더우먼, 그리고 플래쉬맨 아쿠아맨 사이보그 그린랜턴이기 때문이다. 배트맨 vs 슈퍼맨은 오히려 일종의 떡밥일 것이다. 배트맨/브루스 웨인은 벤 애플렉, 슈퍼맨/클락 켄트는 헨리 카빌이 맡았다. 

2. 저스티스 리그 창단멤버 중 한 명인 원더우먼의 활약이 크게 두드러질 것이다 = 트레일러가 저지른 스포일러다. 위기에 빠진 배트맨을 구해준 이가 바로 원더우먼이었다. 원더우먼은 1985년생인 이스라엘 여배우 갤 가돗이 맡았다. 

3. 추후 개봉될 DC확장유니버스의 다른 작품과 연관성이 곳곳에 배치될 것이다 = '수어사이드 스쿼드'(2016년 8월), '원더우먼'(2017년 6월), '저스티스 리그 Part.1'(2017년 11월), '더 플래쉬'(2018년 3월), '아쿠아맨'(2018년 7월), '샤잠'(2019년 4월), '저스티스 리그 Part.2'(2019년 6월), '사이보그'(2020년 4월), '그린랜턴 군단'(2020년 6월)으로 이어지는 DC확장유니버스 영화 9편. 특히 '저스티스 리그'를 연이어 연출하는 잭 스나이더 감독이 이번 '배트맨 대 슈퍼맨'까지 메가폰을 잡았으므로 저스티스 리그 밑밥은 상당히 많이 뿌려질 것이다. 

4. 이런 맥락에서 같은 저스티스 리그 멤버인 플래쉬맨, 아쿠아맨, 사이보그가 어떤 식으로 이번 영화에 소개될지가 관건이다 = 플래쉬맨은 에즈라 밀러, 아쿠아맨은 제이슨 모모아, 사이보그는 레이 피셔가 맡았다. 

5. 잭 스나이더 감독의 전작이자 DC확장유니버스의 첫 작품인 '맨 오브 스틸'(2013년)과 연관성도 흥미로울 것이다 = 일종의 재활용 혹은 리부트다. 배우들 역시 바통을 이어받았다. 슈퍼맨/클락 켄트 역의 헨리 카빌을 비롯해 로이스 레인 역의 에이미 아담스, 페리 화이트 역의 로렌스 피시번, 마사 켄트 역의 다이안 레인, 조드 장군 역의 마이클 섀넌 모두 '맨 오브 스틸' 출신이다. 

6. DC코믹스에서 슈퍼맨을 죽인 둠스데이가 과연 이번 '배트맨 대 슈퍼맨'에서는 어떤 위력을 과시할지가 볼거리가 될 것이다 = 둠스데이 목소리 연기는 로빈 앳킨 다운스가 맡았다. 

그러면 뚜껑을 연 결과는?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MCU)의 정교한 세계관에 익숙한 팬들이라면 조금 실망할 듯하고, 배트맨의 다크한 캐릭터와 슈퍼맨의 차원이 다른 파워를 경외해온 팬들이라면 환호할 것이며, 아무 생각 없이 원더우먼을 접하게 될 팬들이라면 압도당할 것이다. 특히 쿠키영상과 플래시백 기법 등을 통해 여러 작품과 캐릭터를 교묘하게 짜맞춘 마블에 비해, 뭔가 조급히 DC확장유니버스를 구축해내가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그럼에도 슈퍼맨 전공인 잭 스나이더 감독이 그려낸 배트맨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배트맨과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멋지다'. 벤 애플렉이 다크나이트라는 애칭에 걸맞은, 암울하고 묵직하고 선굵은 배트맨을 제대로 소화해냈다. 배트윙, 배트모빌, 배트랭, 배트슈트, 배트케이브 모두 디테일과 시각적 만족도에서 합격점을 줄 만하다. 헨리 카빌의 슈퍼맨은 두 말 하면 잔소리다. 

그러나 둠스데이에게서 마블의 타노스급 빌런, 그것도 아니라면 최소한 울트론급 빌런을 기대했던 팬들이라면 미리 눈높이를 낮추는 편이 낫다. 


#1. 잭 스나이더 vs 조스 웨던 

잭 스나이더 감독은 어쩔 수 없이 마블의 조스 웨던 감독과 비교될 수밖에 없다. 조스 웨던은 캡틴 아메리카 탄생 이야기를 그린 '퍼스트 어벤져'(2011년)의 각본을 쓴 데 이어(연출은 조 존스튼) 마블판 저스티스 리그라 할 '어벤져스'(2012년)와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년)을 연출했다. '맨 오브 스틸'에 이어 '배트맨 대 슈퍼맨'을 찍고 DC판 어벤져스라 할 저스티스 리그의 활약상을 그릴 잭 스나이더 감독과 비슷한 동선인 셈. 하지만 잭 스나이더 감독은 '배트맨 대 슈퍼맨'을 통해 슈퍼맨에 이어 배트맨, 그리고 원더우먼까지 캐릭터 초안을 잡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조스 웨던 감독에 비해 '유리했다'. 

그러나 '배트맨 대 슈퍼맨'을 통해 드러난 잭 스나이더 감독의 DC확장유니버스 구성 솜씨는 조스 웨던 감독에 비해 처지는 편이다. 기대를 모았던 플래쉬맨과 아쿠아맨, 사이보그의 소환 방식은 다소 평면적이었고, 훗날 후끈 달아오를 저스티스 리그를 위한 밑밥이나 쿠키도 밋밋했다. 위안이라면 배트맨의 다크한 캐릭터 구축과, 배트맨 슈퍼맨 원더우먼의 트리니티 연합이 필연일 수밖에 없었던 상황 설정에는 비교적 성공했다는 것. 과연 잭 스나이더 감독이 '저스티스 리그'에서 조스 웨던 감독에 버금갈 화려한 슈퍼히어로 용병술을 보여줄지 다시 기대를 모은다. 


#2. 원더우먼 vs 블랙 위도우 혹은 캡틴 마블 

사실 마블의 여성 히어로는 의외로 존재감이 약했다. 앤트맨(1대. 행크 핌)의 아내였던 와스프나, 스칼렛 요한슨이 멋지게 연기한 블랙 위도우/나타샤 로마노프, 그리고 오는 2018년 11월 자신의 이름을 걸고 MCU 19번째 영화로 탄생하는 캡틴 마블 정도다. 

그러나 DC는 다르다. 캣우먼, 포이즌 아이비, 그리고 무엇보다 '반신반인'의 원더우먼이 있기 때문이다. DC확장유니버스로만 봐도 '캡틴 마블'이 19번째 MCU 영화인데 비해, '원더우먼'은 '맨 오브 스틸' '배트맨 대 슈퍼맨' '수어사이드 스쿼드'에 이어 오는 2017년 6월 4번째로 '조기 등판'한다. 그만큼 비중이 크다는 반증. 코믹스 첫 등장연도로만 봐도 원더우먼이 1941년 12월인데 비해, 와스프는 1963년 6월, 블랙 위도우는 1964년 4월이었다. 

캐릭터 설정 역시 원더우먼은 마블의 여느 여성 히어로들과 급이 다르다. 무려 지구에서 5000년을 살아온, 제우스의 반신반인 딸이다. 더욱이 이번 '배트맨 대 슈퍼맨'에서의 활약상은 상상 이상이다. 배트맨과 슈퍼맨이 원더우먼의 출현을 위한 밑밥이었다는 인상이 들 정도로 이 영화에서 갤 가돗, 원더우먼의 존재감은 대단하다. 앞으로 DC확장유니버스 그리고 저스티스 리그의 승패여부는 이 원더우먼에 달렸다. 


#3. 배트맨 vs 슈퍼맨 = 아이언맨 vs 캡틴 아메리카?

MCU의 13번째 영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가 오는 5월6일 개봉을 앞뒀다. 이 영화는 잘 알려진대로 슈퍼히어로 등록법안을 둘러싼 내전을 다루는데, 법안 반대쪽이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이고 찬성쪽이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이다. 캡틴 아메리카 팀에는 윈터솔져, 팔콘, 호크아이, 스칼렛 위치, 아이언맨 팀에는 워머신, 블랙 위도우, 블랙팬서, 비전, 스파이더맨이 합류한다.

'배트맨 대 슈퍼맨'도 '시빌워'를 연상시킬 정도로 두 슈퍼히어로, 배트맨과 슈퍼맨의 내전을 초반에 그렸다. 더욱이 캐릭터를 자세히 살펴보면 공통점도 많다. 배트맨과 아이언맨은 둘 다 슈트를 입은 인간이라는 점에서 매한가지다. 둘 다 돈도 많고, 나중에는 둘 다 중무장 갑옷을 입는다! 이에 비해 슈퍼맨은 마블의 캡틴 아메리카라 할 만하다. 물론 슈퍼맨은 외계인이고, 캡틴 아메리카는 비록 슈퍼솔저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강화된 힘을 얻었지만 그래도 엄연한 '인간'. 그럼에도 슈퍼맨과 캡틴 아메리카 둘 다 영원히 늙지 않고, 둘 다 강력한 미국과 정의를 상징하며, 둘 다 한 여성만을 사랑한다는 점에서 매한가지다. 

또 하나. '배트맨 대 슈퍼맨'에서 메트로폴리스 사태('맨 오브 스틸'에서 슈퍼맨과 조드장군이 싸우다 도시를 작살낸 사태)로 인해 슈퍼맨에 대한 비판이 거세진 점이나, '시빌워'에서 슈퍼히어로 등록법안이 등장할 정도로 슈퍼히어로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진 점은 묘하게 닮았다. 이밖에도 찾으면 더 많다. 방패(원더우먼 vs 캡틴 아메리카), 스피드(플래쉬맨 vs 퀵실버), 지구에 없는 물질(크립토나이트 vs 큐브) 등등. 


#4. 둠스데이 그리고 '?' vs 울트론 그리고 타노스 

트레일러에도 언급됐듯 둠스데이는 안티 히어로 렉스 루터(제시 아이젠버그)가 슈퍼맨을 제압하기 위해 탄생시킨 괴물이다. 크립톤인인 조드장군이 베이스다. 이를 마블에서 찾자면 역시 울트론이다. 울트론은 토니 스타크가 지구를 지킬 목적으로 탄생시킨 인공지능이었는데, 결국에는 슈퍼히어로들과 제대로 붙었다.

그러면 DC확장유니버스와 MCU의 최고 빌런은 누구인가. 마블에서는 당연히 타노스다. 2018년과 2019년에 연이어 개봉할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1,2편 모두 인피니티 건틀렛을 둘러싼 어벤져스와 타노스의 혈투를 그린다. 사실 지금까지 개봉한 MCU 영화들은 우주 절대강자를 만들어줄 인피니티 건틀렛을 획득하기 위한 타노스의 연대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참고로 건틀렛 자체는 현재 '토르: 천둥의 신' 이후 행성 아스가르드에 있고, 건틀렛에 박힐 6개의 보석 중 하나인 에테르는 더 콜렉터(베네치오 델 토로) 수중에, 오브는 피터 퀼(크리스 프렛) 수중에, 큐브는 아스가르드에 있다. 

이에 비해 DC확장유니버스의 최고 빌런은 명확히 언급되지 않았다. '배트맨 대 슈퍼맨'에서는 변죽만 울렸을 뿐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배트맨과 슈퍼맨, 그리고 원더우먼에 플래쉬맨, 아쿠아맨, 사이보그까지 연합해야 할 정도로 초강력 빌런이라는 것. 잭 스나이더 감독이 앞으로 '저스티스 리그'를 통해 명쾌히 그리고 설득력있게, 그리고 다른 감독들이 DC확장유니버스 영화들을 통해 퍼즐 맞추기처럼 정교하게 그 모습을 완성시켜야 할 이유다. 

el34@xportsnews.com /사진 =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스틸 및 트레일러 캡처.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김관명 기자 el3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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