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06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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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인사이드' 문숙 "38년 만의 현장, 숨 쉬고 살 것 같았다" (인터뷰)

기사입력 2015.09.07 15:26 / 기사수정 2015.09.07 15:26



[엑스포츠뉴스=김유진 기자] 배우 문숙이 영화 '뷰티 인사이드'(백감독)를 통해 스크린에 돌아왔다. 무려 38년 만의 복귀다.

문숙은 '뷰티 인사이드'에서 자고 일어나면 모습이 바뀌는 우진의 엄마로 등장했다. 1970년대 영화 '태양 닮은 소녀', '삼포 가는 길', '저 높은 곳을 향하여' 이후 오랫동안 스크린을 떠나 있었던 문숙은 감성 가득한 영화 속에서 아련한 분위기를 풍기며 강렬한 존재감을 뽐냈다.

'뷰티 인사이드' 개봉을 앞두고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마주앉은 문숙은 "제게도 의미가 있는 작품"이라면서 온화한 미소를 보였다.

그는 개봉 전 시사회 일정 등을 후배들과 함께 소화해냈다. "놀람의 연속이었다"고 말한 문숙은 "제가 후배들을 따라다녀야 했지 않나. 말도 잘하고 매너도 좋고, 예쁘고 잘 생긴 후배들과 함께 하니 즐거웠다. 잘 챙겨줘서 고마운 마음이다. 처음에는 어색했는데 점점 괜찮아진 것 같다"라며 흥미로운 경험이었다고 설명했다.

스크린에서의 문숙의 모습은 연륜에서 묻어나오는 그의 얼굴 속 주름살까지 고스란히 드러나는 '자연스러움' 그 자체다.

"대한민국 배우 중에서 가장 뻔뻔하지 않았나 싶다"라며 크게 웃어 보인 문숙은 "이게 (보는 사람들에게) 잘 받아들여지든가, 아니든가 둘 중에 하나라고 생각했다. 다른 배우들에게 무례한 일이 될 수도 있겠다고 여겼지만, 어떤 배우들에게는 '저런 모습도 괜찮을 수 있겠구나'라는 희망을 심어주고 싶었다"고 속내를 전했다.

한효주를 비롯해 무려 121명이 연기한 우진까지, 수많은 이들이 출연하는 '뷰티 인사이드'에서 문숙의 존재는 단연 눈에 띄었다. 우진의 엄마 역할이었던 만큼 극 속에서 등장하는 수많은 우진을 상대하는 한효주 만큼이나 우진을 마주하고 연기해야 했던 사람이 문숙이다.



특히 극 후반부에 밝혀지는 남다른 비밀까지, 그 모든 것을 숨기고 바탕에 깔고 가야 했었기에 스스로도 더 많은 고민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는 "큰 역할이 아니라고 해도, 내겐 부담이 됐던 게 사실이다. 내가 현장에 오랜만에 온 것을 아니까, 다행히 감독님이 배려를 많이 해줬다"고 말했다. 그동안의 문숙의 분위기가 아닌, 우진의 엄마로 완벽히 녹아들기 위해 의상 하나를 선정하는 데도 제작진과 함께 몇 번씩 상의에 상의를 거듭하는 등 조율해가는 과정을 거쳤다.

이전과는 다른 현장 환경에 처음에는 적응하는 것도 어려웠었다. "예전과 다르게 지금은 감독님이 앞에 없는데 나는 감독님을 찾아다니고, 감독님은 '왜 나를 찾지?' 하면서 의아해하는 상황이 반복됐다"며 웃은 문숙은 "'그냥 편하게 하세요'라는 감독님에게 '여기 좀 있어주면 안될까?'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만큼 어려웠다"고 말했다.

세 번째 촬영이 시작되자 조금씩 현장이 편안해지기 시작했다. 한효주가 연기하는 이수를 눈여겨 살펴봤고, 그러면서 조금씩 감을 잡아나갔다고 설명했다.

문숙은 또 마지막 에필로그에 함께 등장하는 배우 이경영에 대해서도 "이경영 씨가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화면의 톤이 가라앉으면서 무게감을 준다. 그 역할에 다른 배우는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로 정말 중요한 역할이 아니었나 싶다. 서로의 호흡이 받쳐주지 않으면 어려웠을 텐데, 정말 이경영이라는 좋은 배우에 대한 존경심이 드는 순간이었다"고 그를 향한 칭찬을 건넸다.

이렇게 그가 다시 스크린으로 돌아올 수 있던 데에는 한효주의 힘이 컸다. "(한)효주가 매니저까진 아니어도, 제 눈이 돼 줬다.(웃음) 어느 날 전화가 와서는 '(제작사 쪽에서) 선생님을 찾는데, 연락처를 드려도 되냐'고 묻더라. '뷰티 인사이드'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얘기하기에 시나리오를 살펴보게 됐고, 이렇게 출연까지 이어지게 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지금까지의 삶 중 한국에서 머문 시간보다 미국에 있던 시간이 더 긴 그다. 그 사이 미국에서는 화가로 활동하기도 했고, 명상치유의학과 자연건강음식을 공부하며 요가 지도자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 시간들을 통해 깨달은 것은 '그냥 내려놓으면 된다'는 것이었다. "크게 기대하는 것도 없으면 크게 이뤄내야 할 일도 없고, 그러다 보면 실망할 일도 없다. 누구와 견주거나 누구보다 더 예뻐야 한다는 것도 없다"며 자신만의 '내려놓음' 철학을 전한다. 또 이런 마음가짐이 지금 '뷰티 인사이드'에 출연할 수 있게 된 좋은 계기가 된 것이 아니겠냐며 긍정적인 마음을 내보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지금도 연기를 잘 모르지만 연기를 시작했던 어린 시절은 지금보다 더 몰랐을 거다"라고 차분하게 자신을 돌아본 문숙은 "현장에 오니까 이보다 좋을 수가 없더라. 한국에서 한 것은 학교 다니고 연기한 것 밖에 없지 않나. 현장은 내가 숨을 쉴 수 있는 곳이었다"라고 뿌듯한 표정을 내비쳤다.

자신이 가장 잘 알고, 또 그 어디보다 가장 익숙했던 곳. '뷰티 인사이드' 속에서 문숙이 숨 쉬었던 공기와 순간들은 그렇게 더욱 남다른 의미를 갖게 됐다.



slowlife@xportsnews.com/ 사진= 엑스포츠뉴스 권태완 기자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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