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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열의 인사이드MLB] 류중일 감독의 평가는 정규시즌으로 하는 게 옳다

기사입력 2013.03.08 14:01 / 기사수정 2013.03.08 14:48

김덕중 기자


[엑스포츠뉴스=로스앤젤레스(미국), 문상열 칼럼니스트]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네덜란드전 충격의 패배로 일찍 보따리를 싼 한국 대표팀이 조용히 귀국했다. 출전 선수, 코칭스태프들도 그렇지만 팬들의 충격 후유증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대표팀을 맡았던 삼성 라이언스 류중일 감독은 정규시즌 초반까지는 팬들의 야유를 받을 게 뻔하다. 기대가 워낙 컸기에 어느 정도의 비난과 야유는 감수해야 한다. 단순히 승부세계로 치부할 정도로 국민감정이 성숙돼 있지 않다.

한국시리즈를 2연패하고 현역 최고 감독으로 자리매김하는 듯했던 류중일 감독은 2006년 아시안 게임 도하 참사로 스타일을 완전히 구겼던 김재박 전 현대 감독을 연상케했다. 김 감독도 이 때까지 한국시리즈 4차례 우승으로 최고 감독으로서의 명성을 누리고 있었다. 하지만 두차례의 국가대항전 아시안게임에서 소기의 성과(우승)를 거두지 못해 지도력에 큰 흠집이 갔다.

극단론을 펴는 야구인들은 김재박 감독의 한국시리즈 우승 4회조차 “팀이 좋아서 이겼을 뿐이다. 프런트가 좋은 선수를 끌어 모은 결과다”며 과소평가한다. 실제 현대를 떠나 LG 트윈스 지휘봉을 잡은 뒤 예전에 그가 보여줬던 지도력은 완전히 실종됐었다. 3년 동안 한 번도 LG를 플레이오프에 진출시키지 못한 게 이를 뒷받침하고 말았다.

류중일 감독도 네덜란드에게 패하자 즉각 삼성 라이온즈의 한국시리즈 우승 2연패가 도마에 올랐다. “류 감독이 한 게 뭐냐. 류 감독의 지도력으로 우승한 것이냐. 선동열 전임 감독이 탄탄한 마운드 기틀을 마련해놓고 물러나 그 덕을 본 것이다”며 평가절하했다. 하지만 우승은 우승이다. 페넌트레이스 1위를 하고 우승을 거두는 것은 결코 아무나 할 수 있는 업적은 아니다. 그런 논리라면 선 감독도 팀을 맡은 기아 타이거즈의 마운드를 곧바로 정비했어야 했다. 부상도 감독의 책임이고, 게임의 일부분이다.

이러한 점은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류중일 감독의 지도력에 대해서 과대평가(Overrated)됐느냐, 과소평가(Underrated )됐느냐 여부다. NC의 김경문 감독이 그동안 높이 평가받은 이유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획득 때문이다. 대한민국 구기종목 사상 남자종목에서 금메달을 딴 것은 야구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위대한 업적을 달성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김 감독이 베이징올림픽 때 보여준 전술, 전략, 작전 등은 야구의 상식을 크게 벗어났었다. 현장과 TV로 지켜본 야구인들은 이구동성으로 “이건 아닌데..”라는 탄식을 했다. 그러나 결과는 우승이었다. 결과가 모든 것을 덮었다.



김경문 감독은 올림픽 국제경기에서 금메달의 위업을 달성했으나 정작 한국시리즈에서는 한번도 우승의 꿈을 달성하지 못했다. 이건 어떻게 봐야 하나. 두산의 전력이 약해서? 올림픽에서의 금메달 획득이 분명 대단한 성과이지만 프로 감독으로서 더 평가받아야 하는게 바로 한국시리즈 우승이다. 단기전은 경기에 따라 운이 크게 작용한다. 7전4선승제의 한국시리즈 승부는 다르다. 운으로 우승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같은 팀과의 7전4선승제 승부는 전력 수준 차이가 크게 나는 국제대회보다 훨씬 더 어려운 승부다. 사실 국내 지도자들은 우승 한번으로 과대평가받는 경우가 많다. 한가지 부동의 사실은 한국 시리즈 우승 감독이 WBC, 올림픽도 함께 제패한 경우는 없다는 점이다. 김인식 전 감독도 한국시리즈 두차례 우승과 WBC준우승으로 국민감독으로 평가받고 있다.

야구 감독의 진짜 지도력은 페넌트레이스다. 장기레이스에는 감독의 철학, 시즌 준비, 지도력, 선수단 장악력, 전술적인 면등이 어우러져야 한다. 현 워싱턴 내셔널스의 데이비 존슨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2009년 제2회 WBC 미국 대표팀 전임 감독이었다. 1986년 뉴욕 메츠를 월드시리즈 정상에 올려 놓은 존슨은 볼티모어 오리올스, 신시내티 레즈등 옮기는 팀마다 플레이오프에 진출시켰다. LA 다저스에서는 실패했다. 이런 지도력과 성과 때문에 미국 대표팀 감독에 박탈된 것이다. 그러나 존슨은 올림픽에서 동메달, WBC에서 4위에 그쳤다. 국제대회에서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그를 실패한 지도자로 평가하지 않는다.

현 메이저리그 최고령 감독인 존슨(70)은 지난 시즌 워싱턴 내셔널스를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우승으로 이끌면서 다시 한번 지도력을 발휘했다. 2013년 시즌을 앞두고 MLB 네트워크는 존슨을 ‘감독 톱10’에 선정하며 그의 우수한 지도력과 리더십을 높이 평가했다.

한국시리즈를 2연패한 류중일 감독은 딱 한번 네덜란드에게 진 1패로 매도를 당할 처지에 놓여 있다. 물론 8강에 진출하고 4강 티켓을 거머쥐고 미국 샌프란시스코까지 왔으면 좋았겠지만 류 감독의 국제경기 운이 따라주지 않았을 뿐이다. 그의 지도력과 평가는 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로 하는 게 옳다.

*사족 : 이미 지난 일이지만 프로야구 정규시즌 MVP 박병호를 대표팀으로 선발하지 않은 이유는 여전히 이해가 안된다. 이건 결과론이 아니다. 선발위원들이 비난받아야 마땅하다. 앞으로 일본 프로야구 경험을 우선으로 한다면 정규시즌 기록은 참고할 필요가 없다. 당해 연도 최고의 선수를 뽑지 않고 이기겠다는 생각 자체가 자만이었다. 더구나 포지션이 겹치는 이승엽, 이대호, 김태균 3명은 모조리 발이 느리다. 발이 느린 선수는 국제경기 단기전에서 반쪽 선수에 불과하다. 박명호는 파워에 발까지 겸비한 선수다. 



문상열 칼럼니스트 sports@xportsnews.com

[사진 = 류중일 감독 ⓒ 엑스포츠뉴스DB]


김덕중 기자 djkim@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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