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부임 때만 해도 상상하지 못한 대반전이 일어났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임시감독으로 부임한 마이클 캐릭이 정식 사령탑으로 승격했다. "임시감독은 임시감독일 뿐이다. 명망 있는 새 감독 모셔와야 한다"는 비판이 있었지만 캐릭 부임 뒤 또렷하게 개선된 성적은 맨유가 그와 장기계약을 이끌도록 했다.
맨유는 22일(한국시간) 캐릭 현 감독과 2028년까지 2년간 남자 1군팀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캐릭은 맨유의 레전드 출신 지도자다. 토트넘 홋스퍼를 거쳐 2006년 맨유와 계약, 1981년 동갑내기 박지성과 오랜 기간 함께 뛰며 '한국 축구 최고의 레전드'와 친분을 나누기도 했던 캐릭은 2018년 은퇴할 때까지 맨유에서 12년간 중앙 미드필더로 그라운드를 누볐다.
맨유에서 코치 생활을 시작한 그는 2021년 11월 올레 군나르 솔샤르 전 감독이 떠날 때 감독대행으로 비야레알과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경기, 아스널과의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승리로 이끈 뒤 랄프 랑닉 임시감독이 오면서 맨유를 떠났다.
이후 챔피언십(2부) 미들즈브러에서 정식 감독이 된 그는 2년 6개월간 136경기를 지휘했으나 63승24무49패로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을 남기고 지난해 여름 떠났다.
야인으로 있던 그를 부른 곳이 지난 1월 후벵 아모림 감독이 경질된 친정팀 맨유였다.
당초 맨유는 캐릭을 2025-2026시즌 끝까지만 맡길 생각이었다. 맨유라는 큰 클럽을 맡기기엔 캐릭이 감독으로 증명한 것이 일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임 나흘 만에 치른 맨체스터 시티와의 더비 매치에서 2-0 쾌승 이끈 것을 시작으로 캐릭은 가라앉고 있던 맨유가 부활할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겼다.
1월25일 아스널 원정에선 3-2 승리를 지휘하며 맨유에 2017년 이후 처음으로 적지에서 아스널을 이기는 기록을 남겼다. 캐릭이 오기 전 유럽축구연맹(UEFA) 클럽대항전 출전이 불투명했던 맨유는 시즌 최종전을 앞둔 23일 현재 37경기에서 68점을 챙기며 다음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거머쥐는 기염을 토했다.
맨유 구단은 "캐릭은 부임 첫 달 프리미어리그 이달의 감독상을 수상했으며 16경기에서 11승을 거둬 다음 시즌 UEFA 챔피언스 리그 진출권을 확보했다"며 그와 계약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간단하게 설명했다.
지도자 인생의 대반전을 이뤄낸 캐릭 감독도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20년 전 (선수로)이 곳에 처음 왔을 때부터 맨유의 마법을 느꼈다. 이 특별한 축구팀을 이끌 책임을 맡게 돼 큰 자부심을 느낀다"며 "큰 야망과 분명한 목표 의식을 가지고 다시 함께 나아갈 때다. 맨유는 부활할 수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맨유 디렉터 제이슨 윌콕스는 "마이클은 팀을 계속 이끌 기회를 충분히 받을 자격이 있다"며 "그가 감독직 맡은 기간 동안 경기장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보았을 뿐만 아니라, 구단의 가치, 전통, 역사에 부합하는 접근 방식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캐릭이 선수로 올드 트래퍼드(맨유 홈구장)에 왔던 2006년은 맨유의 최전성기 시절이었다.
맨유도 이날 그의 감독 부임을 알리면서 "미드필더로 맨유의 가장 성공적이고 화려한 선수 중 한 명이었다"고 설명했다. 캐릭은 선수 시절 맨유에서 464경기를 뛰며 프리미어리그 우승 5회, FA컵 우승 1회, 리그컵 우승 2회,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1회, UEFA 유로파리그 우승 1회,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우승 1회를 차지했다.
하지만 그가 떠난 2018년 이후 맨유는 FA컵과 리그컵 타이틀을 따내긴 했지만 프리미어리그에서 우승권과 거리가 먼 팀으로 추락한 상황이다.
지난 시즌엔 UEFA 유로파리그 결승에서 손흥민이 주장 완장을 차고 이끌던 토트넘 홋스퍼에 0-1로 패해 트로피를 놓치는 수모를 겪었다.
맨유는 2010년대 레전드 출신 솔샤르를 임시감독으로 맡겼다가 정식 사령탑으로 승격시켰으나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캐릭이 솔샤르의 전철을 밟을지, 아니면 맨유의 부활을 축구종가와 유럽에 알릴지 캐릭은 물론이고 맨유도 큰 시험대에 올랐다.
사진=맨유 홈페이지 / 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