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인천, 김지수 기자) 13년 만에 태극마크를 달고 KBO리그 최고 셋업맨의 자존심을 지킨 노경은(SSG 랜더스)이 조용히 국가대표 은퇴 의사를 밝혔다. 여러 가지 아픔을 딛고 '유종의 미'를 거둔 만큼 후회보다는 행복하다는 입장이다.
2026 WBC를 마친 한국 야구 국가대표팀은 16일 새벽 5시께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노경은은 한국 땅을 밟자마자 귀가, 짧은 휴식을 취한 뒤 오전 11시 30분 홈 구장 인천 SSG랜더스필드로 출근했다.
노경은은 "현재 컨디션은 좋다. 내 루틴상 웨이트 트레이닝을 해야 한다"며 "트레이닝 파트에 몸을 맡기는 게 회복에도 더 좋을 것 같았다. 오늘 한국에 도착하면 새벽 시간인 걸 알기 때문에 비행기에서 잠도 푹 잤다"고 웃으며 말했다.
1984년생인 노경은 2026 WBC에서 한국 불펜 기둥 역할을 해줬다. 1라운드 조별리그 3경기에 등판, 3⅓이닝 무실점으로 철벽투를 펼쳤다. 특히 한국이 2라운드 진출을 위해 5점 차 이상, 2실점 이하로 이겨야만 했던 호주전에서 2-0으로 앞선 2회말 등판, 2이닝 무실점으로 영웅이 됐다.
노경은 두산 베어스 소속이었던 2013년에도 WBC 무대를 밟았다. 2012시즌 12승6패 7홀드 평균자책점 2.53의 호성적을 거두고 첫 성인 국가대표팀에 승선했다.
하지만 노경은과 한국 야구에게 2013 WBC는 큰 아픔으로 남아 있다. 네덜란드와의 1라운드 첫 경기에서 0-5로 무릎을 꿇는 '타이중 참사'를 겪었다. 노경은도 구원등판에서 1이닝 2피안타 2볼넷 1탈삼진 1실점으로 부진했다. 한국은 네덜란드전 완패 여파로 조별리그 탈락으로 고개를 숙였다.
노경은은 "2013 WBC 때는 열정만 있었다. 야구적으로 (준비가) 부족했던 게 필름처럼 지나갔다. 직구 구속이 140km/h 초반대에 그쳤다. 훈련 때 너무 많은 공을 던지다 컨디션 관리를 못했던 게 후회스러웠다"며 "지금은 어떻게 체계적으로 몸을 만들고 컨디션을 조절해서 퍼포먼스를 가장 좋게 발휘할 수 있는지를 알고 있다. 그래서 이번 WBC 때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돌아봤다.
또 "이번에 (경기력이) 아쉬웠던 후배들도 오히려 2026 WBC가 약이 돼 가지고 다음 국제대회에서는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비록 0-10 콜드게임 패배로 끝났지만, 메이저리그 올스타급 선수들이 총출동한 도미니카공화국과의 2라운드 맞대결은 노경은에게도 좋은 추억으로 남게 됐다.
노경은은 지난 14일 미국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도미니카공화국전에서 한국이 0-3으로 끌려가던 2회말 2사 1·2루에서 케텔 마르테를 삼진으로 잡아내며 대표팀 맏형의 힘을 보여줬다.
노경은은 이후 3회말 선두타자 후안 소토에 안타,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에 1타점 2루타를 맞으면서 박영현과 교체, 대회를 마감했다. 만 42세의 나이에 메이저리그 구장에서 현역 빅리그 최고의 타자들과 대결은 야구인이라면 누구나 가슴이 뜨거워질 수밖에 없는 장면이었다.
노경은은 "론디포파크에서 도미니카공화국과 경기가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 같다. 이전까지 메이저리그 구장을 가본 적이 없었다. 은퇴 후 혹시 미국 여행을 가게 된다면 직관이라도 해보고 싶었다. 세계적인 타자들을 메이저리그 야구장 마운드를 밟고 상대해 봤다는 게 너무 감격스럽다. 내 개인적인 꿈을 이룬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또 "후안 소토한테는 뭘 던져야 할지 답이 안 나왔다. 포크볼 3개를 연속으로 던지기에는 내 자신이 받아들일 수 없어 직구를 던졌다. 직구를 보여주고 체인지업으로 가려고 했는데 맞았다"며 "소토의 방망이가 굉장히 가볍게 느껴지더라. 번개 같은 스윙이 나왔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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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