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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잘해도 넘어져! 쇼트트랙 너무 싫었다" 박승희 절규, 밀라노서 되풀이…한국 혼성계주 억울한 탈락, 멘털 털렸다

기사입력 2026.02.10 21:55



(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쇼트트랙이 정말 싫었다"

2014 소치 올림픽이 끝난 뒤 박승희가 뱉었던 이 말이 12년이 지난 2026년 밀라노에서 다시금 뼈아픈 현실이 돼 한국 선수들을 울렸다. 실력이 아닌 '남의 실수'에 의해 승패가 결정되는 쇼트트랙의 잔인함이 또다시 한국의 발목을 잡았다.

최민정, 김길리, 황대헌, 임종언으로 이뤄진 한국 쇼트트랙 혼성 대표팀은 10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혼성 2000m 계주 준결승서 2분46초554의 기록으로 조 3위에 그치며 메달 결정전인 파이널A 진출에 실패했다.

분위기는 최상이었다. 준준결승에서 2분39초37로 1위를 차지하며 4년 전 베이징 대회의 악몽을 지우는 듯했다. 준결승 조 편성도 나쁘지 않았다. 네덜란드, 이탈리아, 중국 등 강호들이 1조에 몰린 사이 한국은 캐나다, 미국, 벨기에와 2조에 속했다. 무난한 결승행이 예상됐다.



최민정-김길리-황대헌-임종언 순으로 레이스를 펼치던 한국은 캐나다, 미국에 이어 3위를 유지하며 호시탐탐 선두권 진입을 노리고 있었다.

그때 2위를 달리던 미국의 에이스 코린 스토더드가 혼자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 캐나다 선수는 가까스로 피했지만, 뒤따르던 김길리는 미처 피할 새도 없이 휩쓸려 함께 빙판에 나뒹굴었다.



명백한 타의에 의한 충돌이었으나 심판진은 냉정했다. 사고 당시 한국의 순위가 '3위'였다는 이유로 어드밴스(구제) 규정을 적용하지 않았다. 상위 2명이 결승에 가는 조건에서, 넘어질 당시 3위였기 때문에 억울하게 넘어졌더라도 구제해 줄 수 없다는 판정이었다.



결국 한국은 파이널B로 밀려났다. 판정이 진행되는 사이 김길리는 붉어진 눈으로 눈물을 쏟았다. 4년간 흘린 땀방울이 자신의 실수도 아닌, 경쟁자의 실수 때문에 한순간에 물거품이 된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든 모습이었다.

이 장면은 12년 전 소치 올림픽의 악몽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여자 500m 결승에 나선 박승희는 압도적인 기량으로 선두권 경쟁을 벌였으나, 영국의 엘리스 크리스티가 넘어지면서 함께 휩쓸려 넘어지는 불운을 겪었다.



당시 박승희는 억울함 속에 동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시상식 내내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이후 그는 "쇼트트랙이 너무 싫었다"고 고백하며 변수가 적은 롱트랙(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하기까지 했다. 실력이 아닌 운에 의해 메달 색이 바뀌는 것에 대한 회의감 때문이었다.

이번 밀라노 대회 역시 마찬가지다. 아무리 압도적인 기량을 갖춰도, 옆 레인 선수가 넘어지면 함께 탈락하는 구조적 불합리함은 여전했다.

결국 이탈리아, 중국, 캐나다, 벨기에가 파이널A에서 메달을 다투게 됐고, 한국은 미국, 네덜란드, 프랑스와 함께 의미 없는 순위 결정전(파이널B)으로 밀려나 2위를 차지했다.



세계 최강의 실력을 갖추고도 '재수'가 없어서 짐을 싸야 하는 것이 쇼트트랙이라는 종목의 현실이었다. 12년 전 박승희가 느꼈던 깊은 환멸감을 2026년 밀라노에서도 후배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이것을 과연 공정한 승부, 스포츠라고 부를 수 있을까.



사진=JTBC 중계화면 캡쳐 / 연합뉴스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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