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토트넘 홋스퍼가 경기 결과뿐 아니라 팀 내부 분위기까지 흔들리고 있다.
노팅엄 포레스트 원정 완패 이후 제드 스펜스와 토마스 프랑크 감독 사이의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며, 손흥민이 떠난 이후 리더십 공백과 함께 팀 관리 문제까지 동시에 도마 위에 오르는 모양새다.
경기력 붕괴와 반복된 실책, 스펜스의 감독을 향한 노골적인 불만 표출이 토트넘 내부 균열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다.
토트넘은 14일(한국시간) 영국 노팅엄 시티 그라운드에서 열린 2025-2026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16라운드에서 노팅엄 포레스트에 0-3으로 패했다.
이 패배로 토트넘은 6승 4무 6패, 승점 22점에 머물며 리그 11위로 내려앉았다. 반면 노팅엄은 강등권과의 격차를 벌리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최근 리그 브렌트퍼드전 승리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슬라비아 프라하전 완승으로 마련했던 반등의 흐름은 단 한 경기 만에 완전히 끊겼다.
경기 내용은 토트넘 입장에서 '수준 이하' 그 자체였다.
전반 28분 후방 빌드업 과정에서 굴리엘모 비카리오 골키퍼와 아치 그레이의 호흡이 어긋나며 황당한 실점이 나왔다. 비카리오의 패스를 받은 그레이가 안일하게 공을 처리하는 사이 압박에 나선 이브라힘 상가레에게 볼을 빼앗겼고, 이어진 혼전 끝에 칼럼 허드슨-오도이가 선제골을 기록했다.
후반 시작 5분 만에 칼럼 허드슨-오도이가 두 번째 골을 터뜨리며 점수 차는 더욱 벌어졌고, 후반 34분 상가레의 강력한 중거리 슈팅이 골문을 가르며 토트넘의 추격 의지는 사실상 꺾였다.
이처럼 경기 흐름이 급격히 기울어진 상황에서, 논란의 중심에 선 장면이 등장했다.
후반 14분 프랑크 감독은 루카스 베리발, 주앙 팔리냐, 벤 데이비스를 동시에 투입하는 트리플 교체를 단행했다.
이때 가장 먼저 교체 대상으로 호명된 선수가 제드 스펜스였다. 토트넘이 0-2로 뒤진 상황, 공격적인 변화를 기대하던 시점에서 나온 수비수 간 맞교체는 즉각적인 의문을 낳았다.
스펜스는 곧바로 불만을 표했다.
토트넘 매체 '토트넘 홋스퍼 뉴스'에 따르면 스펜스는 교체 지시가 내려지는 것을 확인하자 얼굴을 찌푸린 채 명백히 당황한 표정을 지었고, 벤치로 향하며 입 모양으로 "왜?"라는 말을 내뱉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단순한 아쉬움이나 실망을 넘어, 자신의 교체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감정이 그대로 드러난 장면이었다.
그는 그라운드를 빠져나오며 관중석을 향해 박수를 보냈지만, 이는 예의적인 제스처라기보다 복잡한 심경을 감추려는 행동에 가까워 보였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스펜스는 벤치에 도착한 뒤 재킷을 바닥에 집어던졌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스펜스는 자리에 앉은 이후에도 프랭크 감독 쪽을 바라보며 불만스러운 표정을 숨기지 않았고, 한동안 감정을 가라앉히지 못한 모습이었다.
이 장면은 더욱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는 것이, 스펜스의 이런 행동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스펜스는 지난달 첼시전 패배 이후 미키 판더펜과 함께 경기 종료 후 악수를 하러 다가오는 프랑크 감독과 안드레아스 게오르그손 세트피스 코치의의 접근을 외면한 채 그대로 라커룸으로 향해 '패싱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당시 프랑크 감독은 공개적으로 불쾌한 기색을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현지에서는 선수의 태도를 두고 거센 비판이 이어졌다. 이후 감독은 두 선수가 개인적으로 찾아와 사과했다고 밝혔고,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 보였다.
그러나 노팅엄전에서 다시 비슷한 갈등 신호가 포착되며, 두 사람의 관계가 여전히 불안정하다는 시선이 나온다.
영국 '더 미러'는 이 장면을 두고 "토마스 프랑크와 제드 스펜스는 이번 시즌 내내 순탄한 관계를 유지하지 못했고, 노팅엄전에서도 또 한 번의 사건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지역지 '풋볼 런던' 역시 이 장면을 비중 있게 다뤘다. 매체는 "스펜스의 행동은 많은 것을 말해준다"며 "그가 교체에 강하게 실망했음을 숨기지 않았다"고 전했다.
'토트넘 홋스퍼 뉴스'는 이러한 장면들이 단발성 이슈가 아니라는 점을 문제로 삼았다.
매체는 "프랑크 감독이 장기적으로 이 팀을 맡을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는 상황에서, 가장 먼저 교체된 선수가 스펜스였다는 점은 감독과 선수 간 균열을 더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프랑크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해당 장면에 대해 "직접 보지 못했다”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그는 "오늘만 해도 벌써 세 번째로 이 질문을 받았다"며, "다시 영상을 확인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어 "스펜스가 실망했을 수 있는 이유는 세 가지가 있다. 자신의 경기력, 팀 경기력, 혹은 교체에 대한 실망일 수 있다. 이 부분은 직접 물어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갈등을 확대하지 않으려는 발언이었지만, 동시에 문제를 명확히 정리하지는 못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현재 토트넘에는 손흥민이 팀을 떠난 이후 드러난 리더십 공백 문제가 반복적으로 언급되고 있다.
노팅엄전 패배와 더불어 스펜스의 이번 논란은 현재 토트넘이 안고 있는 문제를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전술과 결과, 그리고 선수 관리와 팀 분위기까지 모두 시험대에 오른 상황에서, 프랑크 감독과 선수단의 관계가 앞으로 어떻게 정리될지는 토트넘의 시즌 향방을 가를 중요한 변수로 남게 됐다.
사진=연합뉴스 / 더 미러 / SNS
윤준석 기자 jupremebd@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