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DB, 염혜란
지금은 화제작으로 빵 뜬 스타. '대박 조짐'은 스타의 필모그래피를 따라가보며 언제부터 '뜰 조짐'이 보였는지, 인생작을 만나기까지 어떤 과정을 지나왔는지 되짚어봅니다. [편집자주]
(엑스포츠뉴스 이예진 기자)
"얼굴이 몇 개야?" 작은 역할이든, 이야기의 중심에 선 인물이든, 배우 염혜란은 자신의 호흡과 온기를 불어넣어 캐릭터를 살아 숨 쉬게 만든다. 단단하면서도 따뜻한 그의 연기는 시청자와 관객의 마음을 조용히 두드리며 오래 남는 울림을 전하고 있다.
지난 2000년, 연극 '최선생'으로 데뷔한 염혜란. 올해로 데뷔 23주년이 됐다. 최근 몇 년간 연기 경력의 내공이 빛을 발하며 시청자, 관객들에게 '염혜란'이라는 이름 석자를 각인시켰다.
“조구 애끼요?” 올해 초 대한민국을 ‘폭싹’ 신드롬으로 끌어올린 주역 가운데 한 명은 염혜란이었다. 화제가 된 ‘조구씬’ 역시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한 명장면으로 꼽힌다. 그는 애순이의 엄마 광례 역을 맡아 절절한 모성애를 설득력 있게 구현했다. 29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하는 캐릭터임에도, 노년의 애순이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는 존재감을 보이며 높은 몰입도를 이끌어냈고,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염혜란 배우 연기 차력쇼”, “염혜란만 나오면 눈물 줄줄”, “애순이 엄마만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염혜란이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끌고 간다” 등 반응이 이어졌다.
염혜란의 재발견은 매 작품마다 이뤄지는 중이다. 다음 작품은 지난 9월 개봉한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 염혜란은 구범모(이성민 분)의 아내 이아라 역할을 맡았다. 이번 작품에서도 화제의 '고추잠자리'신을 만들어냈다. 조용필의 '고추잠자리' 노래가 배경음악으로 깔리며 이병헌, 이성민과 몸싸움을 벌이는 신. 또한 베드신까지 소화하며 폭넓은 연기력을 보임과 동시에 새로운 얼굴을 꺼내들어 관객들을 놀라게 했다.
"염혜란 배우님 연기 엄청나네요", "지금 한국에서 가장 연기 잘하는 배우", "작가들이 사랑할만해", "이제까지 본 연기자 중에 제일 연기 잘 하는 것 같음", "볼 때마다 소름", "연기가 아니라 그 사람 자체 같다", "연기 잘한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있는 배우가 있지만 염혜란은 극 중 인물로 보여서 현실에도 있는 사람 같았어요", "다작하시는데 마지막으로 봤던 작품만 생각나요", "연기대상 타셔야 하는 분" 시청자들의 반응도 이를 뒷받침한다.

'폭싹 속았수다' 염혜란

염혜란
꾸준한 작품 활동 속에서도 매번 다른 얼굴을 보여주며, 염혜란은 자연스럽게 ‘연기력으로 신뢰받는 배우’라는 위치를 확고히 하고 있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빵 뜰' 조짐이 보였을까. 2000년 연극으로 데뷔한 염혜란. 대학 시절 연극 동아리에서 처음 무대에 섰고, 그때 배우의 꿈을 품었다. 하지만 현실을 고민하며 임용고시를 준비했고, 국어국문학 전공을 살려 출판사에서 잠시 일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1999년, 대학로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우연히 본 단원 모집 공고에 지원해 합격하면서 본격적으로 배우의 길에 들어섰다.
이 선택이 훗날 ‘염혜란의 시대’를 열게 되는 첫걸음이었다.
그렇게 2000년부터 2017년까지 셀수없이 많은 연극 작품에 서게 되고, 2003년에는 영화 '살인의 추억' 단역 소현 엄마 역할로 영화에 데뷔하게 된다. 봉준호 감독이 연극 '이 爾'에 광대 역할로 출연한 염혜란을 보고 오디션 제안을 했다. 연극으로 인해 작품에 참여하게 된 작품이 또 있다. 바로 그의 얼굴을 본격적으로 알리게 된 작품 '디어 마이 프렌즈'다. 2015년 연극 '잘자요 엄마'에 나문희와 함께 출연할 당시, 나문희와 친한 노희경 작가가 연극을 보러 왔다가 출연을 제안했다.
‘디어 마이 프렌즈’는 2016년 5월 작품으로, 김혜자·고두심·나문희·윤여정·박원숙·신구·주현·김영옥·신성우 등 대선배 배우들이 대거 참여한 드라마였다. 염혜란은 드라마 데뷔작임에도 이들과 어울리는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는 나문희의 딸 순영 역을 맡아 남편의 가정폭력을 겪고, 입양된 딸로서 친자식 사이에서 미묘한 차별을 받다가 뒤늦게 부모와 진정한 사랑을 확인하게 되는 감정 소모가 큰 캐릭터를 연기했다. 어려운 서사를 담은 역할이었지만 흔들림 없는 표현력으로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다.

tvN '디어마이프렌즈'
2016년 하반기, 12월 첫 방송된 ‘도깨비’가 최고 시청률 20.5%를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하자 염혜란 역시 대중적 인지도를 높이게 됐다. ‘디어 마이 프렌즈’를 통해 데뷔와 동시에 캐릭터 자체로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그는, 몇 개월 뒤 ‘도깨비’에서 완전히 다른 인물로 등장하며 연기 폭을 입증했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염혜란은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도깨비'에서는 은탁(김고은)의 이모 지연숙 역할로 분하며 안방극장을 장악했다. 은탁을 구박하는 악역이었지만, 코믹한 면모까지 드러내며 극의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씬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주로 연극 무대에서 활동해온 염혜란은 두 작품을 통해 연이어 강한 인상을 남기며, 브라운관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tvN '도깨비'
매 작품마다 다른 얼굴을 보여온 염혜란의 활동은 점점 속도를 냈다. 2019년 최고 23.8%를 기록한 KBS 2TV ‘동백꽃 필 무렵’에서는 노규태(오정세)의 아내이자 이혼 전문 변호사인 홍자영 역을 맡았다. 도도하고 카리스마 있는 캐릭터를 안정적으로 소화하며 ‘걸크러시’ 매력을 드러냈고, 극 중 서사를 단단히 지탱하는 역할로 존재감을 확실히 입증했다.
2020년 OCN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에서는 카운터즈의 원년 멤버이자 힐러인 추매옥 역을 맡아 또 한 번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줬다. 특유의 따뜻한 에너지와 단단한 감정을 오가며 극의 균형을 잡는 역할을 수행했고, 시즌 전체를 통틀어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러한 활약은 이듬해 성과로 이어져, 2021년 5월 열린 제57회 백상예술대상에서 TV 부문 여자 조연상을 수상하며 연기력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염혜란
2022년 '더 글로리' 파트1과 파트1에서 가정폭력의 피해자이자 동은의 조력자 역할을 하는 강현남 역할을 맡아 신들린 연기력을 펼쳤다.
김은숙 작가의 원픽이기도 했다. "염혜란 배우는 제 마음속 첫번째 캐스팅이었다. 계속 포털에서 검색하면서 스케줄이 어떻게 되는지를 살펴봤다. 차기작 소식이 들리면 속상했다"고 말할 정도.
시청자들의 인생작이자 그의 대표작들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2023년 ‘마스크걸’에서는 김경자 역을 맡아 아들을 살해한 범인을 집요하게 추적하는 인물로 분했다. 감정의 폭이 큰 캐릭터를 거칠 것 없이 소화하며 서늘한 긴장감을 형성했고, 또 한 번 강렬한 연기 변신을 증명했다.
마침내 ‘폭싹 속았수다’에서 그는 시청자들을 완전히 압도하는 연기력을 보여줬고, 이러한 반응은 곧 성과로 이어졌다. 2025년 제61회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여자 조연상을 2년 연속으로 수상했으며, 제4회 청룡시리즈어워즈에서도 여우조연상을 거머쥐며 연기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이 기세는 올해 개봉한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로 이어졌다.

영화 '어쩔수가없다'
대세 배우로 화룡점정을 찍은 염혜란. "지금은 이번 작품을 잘해야지, 다음 작업을 잘해야지, 그게 전부에요. 아직도 이미지가 고정화되는 건 두렵거든요. '광례'로 사랑받았지만 자꾸 어머니 이미지로만 고정되는 건 피하고 싶어요. 아직은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볼 수 있는 시기니까 다양한 시도를 하고 싶어요."
말 그대로다. 염혜란은 이미 인정받은 자리에서도 멈추지 않고, 매 작품 새로운 선택을 고민하며 스스로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 익숙한 틀에 머무르기보다 다음 역할을 위해 한 발 더 움직이는 배우. 그래서 그의 앞으로의 행보가 자연스럽게 궁금해진다.
담담하게, 그러나 꾸준히 자신의 길을 확장해온 배우 염혜란. 이제는 어떤 얼굴을 보여줄지, 그 다음이 기대될 뿐이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각 방송사
이예진 기자 leeyj012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