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카즈하, 김채원, 허윤진, 사쿠라, 홍은채.
(엑스포츠뉴스 도쿄, 장인영 기자) 그룹 르세라핌을 품을 공연장은 어디일까. 도쿄돔도 '여전히' 작다.
르세라핌(김채원, 사쿠라, 허윤진, 카즈하, 홍은채)은 18~19일 일본 도쿄돔에서 '이지 크레이지 핫(EASY CRAZY HOT)' 투어 앙코르 콘서트를 개최했다.
르세라핌의 첫 월드투어 '이지 크레이지 핫(EASY CRAZY HOT)'은 지난해 발매한 미니 3집 '이지(EASY)', 미니 4집 '크레이지(CRAZY)'와 올 3월 선보인 미니 5집 '핫(HOT)'으로 이어지는 3부작 프로젝트의 피날레다.
이번 공연은 지난 4월 인천에서 시작해 9월까지 일본, 아시아, 북미를 열광시킨 첫 월드투어의 앙코르 콘서트로, 르세라핌은 데뷔 3년 만에 '도쿄돔 입성'이라는 기념비적인 기록을 추가했다.

르세라핌 김채원.

르세라핌 허윤진.
인트로 퍼포먼스 '본 파이어(Born Fire)'로 도쿄돔 2일차 공연의 화려한 포문을 연 르세라핌은 '애쉬(ASH)', '핫', '컴 오버(Come Over)' 등 미니 5집 '핫'에 수록된 곡들로 분위기를 후끈 달아오르게 했다. 앨범명 '핫'에 걸맞게 공식 응원봉도 빨갛게 연출됐다.
공연 초반부터 도쿄돔을 '씹어먹겠다'는 르세라핌의 강렬한 의지가 돋보이는 섹션이었다.
김채원은 "모든 피어나(공식 팬덤명) 환영한다. 도쿄돔에서 두 번째 공연날인데, 전부 피어나 덕분이다. 너무 감사하다"며 "저희의 앵콜 무대가 특별히 도쿄돔에서 진행되는 만큼, 피어나가 좋아할 만한 무대들을 정말 많이 준비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르세라핌 사쿠라.

르세라핌 카즈하.
르세라핌만큼이나 피어나도 들떴다. 김채원은 "오늘 오프닝부터 깜짝 놀랐던 게 돌출 (무대에) 나갔는데 인이어를 뚫고 여러분의 함성소리가 들리더라. 인이어 소리를 키워달라고 했다"고 팬들의 열띤 반응에 감사함을 전했다.
사쿠라가 "저기 멀리 계시는 피어나! 걱정하지 마시고 저희 무대 집중하고 있으면 어느새 저희가 가까이 있을 거다. 조금만 기다려라"라고 예고한 바와 같이, '플래시 포워드(Flash forward)', '블루 플레임(Blue Flame)' 무대에서 르세라핌은 이동차를 활용해 큰 공연장 곳곳을 다니며 팬들과 더욱 가까이 교감했다.
도쿄돔에서 펼쳐지는 특별한 앙코르 콘서트인 만큼 이번 공연에서만 볼 수 있는 무대들도 다수 세트리스트에 추가됐다. 싱글 1집 '스파게티' 수록곡이자 팬송인 '펄리즈(Pearlies)'를 비롯 '플래시 포워드', '노 셀레스티얼(No Celestial)'에 이어 일본 싱글 4집 수록곡 겸 넷플릭스 시리즈 '마이 멜로디 & 쿠로미' 주제가인 '카와이(Kwaii)' 무대에서는 마이 멜로디와 쿠로미가 공연장에 깜짝 등장해 곡의 귀여운 매력을 배가시켰다.

르세라핌 홍은채.
미국 빌보드, 영국 오피셜 차트 등 해외차트를 휩쓴 '크레이지'는 댄스 브레이크를 추가해 대형 시상식 같은 화려한 무대가 완성됐다.
김채원은 "다음 무대들은 우리 공연의 하이라이트"라면서 "피어나, 지금 에너지 그대로 마지막 무대들도 끝까지 즐겨달라"고 기대감을 키웠는데, 멤버들이 무대 위에 눕는 순간 고개를 절로 끄덕였다.
바로 이들의 데뷔곡 '피어리스(FEARLESS)'부터 '언포기븐(UNFORGIVEN)', '안티 프래자일(ANTIFRAGILE)' 등 피어나뿐만 아니라 K팝 팬들이라면 자동 떼창이 가능한 르세라핌의 히트곡 무대들도 이어져 도쿄돔의 열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현재 국내외 차트를 연일 경신 중인 신곡 '스파게티'도 어딘가 남달랐다. 세 번째 섹션으로 넘어가기 전 상영되는 VCR에 토마토 소스를 흩뿌리는 효과를 추가, 이는 '스파게티' 무대와 연결돼 공연의 몰입도를 높였다. 멤버들의 비주얼과 퍼포먼스는 물론이거니와 무대 효과에도 아낌없이 투자한 이번 공연은 하이라이트 구간에 면 레이저와 에어샷 등 특수 장치로 관객의 흥을 끌어올렸다.

(왼쪽부터) 카즈하, 허윤진, 홍은채, 김채원, 사쿠라.
그야말로 '유산소 운동'이 따로 필요 없을 정도의 흥의 집합소였던 도쿄돔.
카즈하는 멤버들이 의상을 갈아입으러 간 사이 "쉴 틈 없이 달려왔는데, 멤버들 괜찮냐. 피어나도 괜찮냐. 쉴 수 있는 타이밍은 지금뿐이니 자리에 앉아서 물이라도 마셔라. 저희도 잠시 물 타임 가져보겠다"고 얘기했다.
홍은채는 "마지막 날인 만큼 해보고 싶은 게 있다"고 말해 도쿄돔에 모인 수만 명의 귀를 쫑긋 기울이게 했다. 그는 "저희를 응원해 주는 피어나와 함께 도쿄돔에서 팬라이트 파도타기를 하면 어떨까"라고 제안했고, 물 흐르듯이 이어지는 응원봉 파도타기가 장관을 이뤘다.
앙코르 무대까지 르세라핌다웠다. 빈틈이 없었다는 의미다. 첫 영어 싱글 '퍼펙트 나잇(Perfect Night)'과 '노-리턴(No-Return)'에 더불어 피어나의 호응에 힘입어 다시 무대 위에 오른 르세라핌은 EDM으로 편곡한 '크레이지(CRAZY)'로 제대로 뛰어놀 수 있는 '판'을 만들었다.
멤버들은 오늘날 도쿄돔에 서기까지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떠오르는 듯, 소감을 말하며 눈물을 쏟았다.

르세라핌.
특히 허윤진은 "사이타마에서 (도쿄돔 공연이) 발표되기 전에 도쿄돔 입성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소식을 따로 들었다. 실감이 전혀 나지 않았지만 순간 듣자마자 눈물이 엄청났다"라며 "눈물의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잊었던 것의 가치를 누군가 알아줄 때, 재발견해 줄 때 기쁨을 혹시 알고 있냐. 삶에 지쳐서 잊고 있었던 나의 밝은 모습일 수도 있고 부끄러워서 말을 아낀 꿈일 수도 있는데 사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제게는 한 줄기 빛 같은 희망이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부끄럽지 않아도 돼', '너의 열정은 유효해'라고 위로를 건네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무리 힘들어도 결국 이겨낼 거고 피어나와 함께 특별한 자리에 있는 저희의 모습을 상상하고 힘을 냈다"며 "다양한 온도의 시간을 보내고 마침내 실감 났던 순간이 '핫' 무대할 때였다. 피어나에게 하는 성원같이 느껴졌다. 다 이겨내고 아직도 뜨겁다, 앞으로도 뜨거워질 거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속도가 달라도 서로를 기다려주고 이끌어주는 멤버들에게 고생했다고 말해주고 싶다"며 "오늘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처럼 느껴지는데 저는 지금이 시작이고, 새 챕터라고 본다. 부끄럽지 않은 아티스트가 되도록 하겠다"고 울먹이면서 말했지만 진심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한편, 르세라핌은 지난 4월 한국을 시작으로 일본, 아시아, 북미 등 18개 도시에서 총 27회 공연을 펼쳤다. 이중 일본 사이타마, 아시아의 타이베이, 홍콩, 마닐라, 싱가포르 그리고 북미의 뉴어크, 시카고, 그랜드 프레리, 잉글우드,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라스베이거스 공연을 전석 매진시켰다.
사진=쏘스뮤직
장인영 기자 inzero62@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