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유희은 기자)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건강한 MMORPG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데브캣 이진훈 디렉터의 말처럼, ‘마비노기 모바일’은 경쟁보다 협력과 공존을 내세운 넥슨의 새로운 실험이다. 올해 3월 출시된 이후 7개월 만에 누적 다운로드 364만 건, D1 리텐션 61%를 기록하며 차세대 핵심 IP로 부상했다. 지난 20일 서울 성수동 KT&G 상상플래닛에서 열린 공동 인터뷰에서 이진훈 디렉터와 넥슨 강민철 사업실장은 “지표보다 중요한 건 방향”이라며, 앞으로의 행보를 조심스럽게 그렸다.
‘마비노기 모바일’의 성장세는 수치로도 분명하다. 9월 25일 ‘팔라딘’ 업데이트 이후 이용자가 급증하며 모바일 RPG 부문 월간 활성 이용자 수 1위, 양대 마켓 매출 1위를 동시에 달성했다. 누적 다운로드 364만 건, D14 리텐션 42%라는 지표 역시 단기 유입이 아닌 체류형 이용자 구조를 보여준다. 강민철 실장은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가며 3,000억 원 이상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함께 플레이하는 재미’를 되살리는 것이 개발진의 핵심 목표다. 이 디렉터는 “다른 이용자를 경쟁자가 아닌 동료로 두는 구조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강 실장도 “시장 BM을 그대로 따르기보다 ‘새로운 길을 가자’는 합의로 현재의 모델을 구축했다”며 “과금 피로도를 줄이고, 생태계를 유지하는 구조를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이용자층의 중심은 확실히 젊다. 9월 기준 10대 월간 이용자 15만 명, 20대 33만 명으로 1020 이용률 1위를 기록했다. Z세대 비중은 전체의 73%에 달한다. 강 실장은 “3040 중심 마케팅에서 벗어나 5060 세대까지 도달할 채널을 다각화하고 있다”고 밝혔고, 이 디렉터는 “10~20대가 편하게 즐기면 부모 세대도 자연스럽게 관심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세대가 함께 즐기는 구조를 목표로, 개발과 사업이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다.
접근성 강화도 빠르게 진행 중이다. 전체 이용자의 35%가 PC로 ‘마비노기 모바일’을 즐기고 있으며, 가로·세로 전환과 크로스플레이를 지원해 플레이 스타일에 맞는 환경을 제공한다. 이 디렉터는 “UX와 UI를 단순화하고 나침반·어시스트 모드로 진입 장벽을 낮췄다”며 “쉬는 시간에 던전 한 바퀴 돌며 자연스럽게 만남이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콘텐츠 방향성은 이미 다음 단계로 향한다. 이 디렉터는 “팔라딘 업데이트를 시작으로 새로운 스토리가 열렸다. 12월에는 ‘마비노기 모바일’만의 색이 짙은 이야기를 선보일 예정”이라며 “앞으로는 이전에 없던 서사 구조를 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강 실장은 “시즌제 운영을 통해 기존 유저와 신규 유입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장기 서비스 기반을 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글로벌 서비스 확장도 본격화된다. 이 디렉터는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두고 개발했다”며 “현재의 서비스를 더 다듬고 가치 있게 만들어 해외 시장으로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강 실장은 “특정 지역을 타깃하기보다 전 세계 시장 전체를 대상으로 준비 중이며, 특히 북미 역시 중요한 도전 무대가 될 것이라 본다”며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글로벌 전개를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10월 17일 성수에서 열린 첫 헌정 전시 ‘모험가의 기록전’은 이용자가 직접 찍은 스크린샷으로 구성돼, ‘유저가 문화를 만든다’는 게임 철학을 실물 전시로 옮겼다. 이 디렉터는 “단순한 프로모션이 아니라, 이용자가 만든 이야기를 함께 나누는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전시장 내부는 티르코네일과 이멘마하 등 게임 속 공간을 모티브로 꾸며졌으며, 플레이 기록과 추억을 담은 이미지가 한자리에 모였다. 강 실장은 “유저가 만든 콘텐츠를 게임 밖에서도 이어갈 수 있도록 다양한 형태의 전시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이진훈 디렉터는 “이용자들이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겠다”고 말했고, 강민철 실장은 “넥슨의 또 다른 장기 IP로 성장시켜 시장 전체에 긍정적 변화를 만들고 싶다”고 전했다.
‘마비노기 모바일’은 이제 단순한 복고형 IP가 아니다. 7개월간의 흐름은 이용자와 개발사가 함께 만들어가는 서사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시장의 과금 중심 구조를 벗어나 공존과 커뮤니티를 내세운 이 방향성은, 여전히 변화가 가능한 MMORPG의 잠재력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결국 ‘마비노기 모바일’이 향하는 다음 단계는, 그 자체로 한국형 RPG가 어떤 방식으로 진화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게 하는 하나의 기준점이 되고 있다.
사진 = 넥슨
유희은 기자 yooheeki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