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파트리크 클라위버르트 감독이 전임자인 신태용 감독의 유산을 무너뜨리면서 인도네시아 축구 국가대표팀 사령탑 자리에서 경질됐다.
인도네시아 매체 '트리뷰뉴스'는 16일(한국시간) "클라위버르트 시대에 대한 가장 날카로운 비판 중 하나는 신태용 감독 시대 이후 구축된 정체성이 상실됐다"라고 보도했다.
인도네시아축구협회(PSSI)는 16일 연맹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클라위버르트 감독과의 동행을 종료했다고 발표했다.
PSSI는 "우리와 인도네시아 국가대표팀 코칭팀은 상호 종료 메커니즘을 통해 조기에 협력을 종료하기로 공식적으로 합의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PSSI와 코칭팀 당사자 간에 체결된 2년 계약은 내부 상황과 국가대표팀의 미래 발전에 대한 전략적 방향을 고려하여 상호 합의에 따라 종료됐다"라며 "이 협력 종료와 함께 코칭팀은 더 이상 인도네시아 국가대표팀을 성인, U-23, U-20 레벨에서 지휘하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더불어 "PSSI는 코칭팀 구성원 전원의 임기 동안 기여한 공로에 감사를 표했다. 이는 국가 축구 코칭 및 개발 프로그램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의 일환으로 이루어졌다"라고 밝혔다.
PSSI는 지난 1월 5년간 동행했던 신태용 감독과의 계약을 해지한 뒤, 네덜란드 출신 클라위버르트 감독을 선임했다.
PSSI가 클라위버르트 감독에게 기대한 건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캐나다·미국·멕시코 공동개최) 본선 진출권이었다. 당시 인도네시아 축구 국가대표팀은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을 치르고 있었다.
클라위버르트 감독 부임 후 인도네시아 축구 국가대표팀은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C조에서 4위를 차지해 4차 예선 진출권을 얻었다.
4차 예선에서 인도네시아는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와 함께 B조에 속했다. A조엔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오만이 배정됐다.
규정에 따르면 4차 예선에 참가한 6개국을 2개 조로 나눠 단일 풀리그를 통해 각 조에서 1위를 차지한 2팀이 북중미 월드컵 본선 진출 티켓을 얻는다.
조 2위를 차지한 2팀은 5차 예선에 진출해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승자를 가리며, 승자는 내년 3월에 열리는 FIFA 대륙 간 플레이오프를 통해 남은 한 장의 본선 진출권을 두고 혈투를 펼친다.
인도네시아가 월드컵 본선 진출 희망을 이어가기 위해선 최소 B조에서 2위를 차지해야 했는데 4차 예선에서 사우디아라비아(2-3), 이라크(0-1)에 모두 패하면서 B조 3위에 올라 예선 탈락이 확정됐다.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하자 PSSI는 곧바로 칼을 빼들었고, 클라위버르트 감독은 결국 계약 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지휘봉을 내려 놓았다.
한편, 인도네시아 매체 '트리뷰뉴스'는 "인도네시아 국가대표팀을 떠나게 만든 파트리크 클라위버르트의 3대 죄악"이라며 클라위버르트 감독이 조기 경질된 이유를 분석했다.
첫 번째 이유는 역시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 진출 실패이고, 두 번째 사유는 경기장에서 뚜렷한 전술 색깔을 보여주지 못한 점이다.
매체는 "클라위버르트 시대에 대한 가장 날카로운 비판 중 하나는 신태용 감독 시대 이후 구축된 정체성이 상실됐다"라며 "한때 견고한 수비와 결단력으로 유명했던 국가대표팀이 이제는 경기장에서 수동적이고, 주저하며, 방향 감각을 쉽게 잃는 것처럼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클라위버르트는 강력한 전술적 이유 없이 4-3-3에서 4-2-3-1로 포메이션을 자주 바꾸는 편이라 선수들이 적응하기 어려웠다"라며 "결과적으로 선수 간의 케미스트리가 사라지고 인도네시아 경기는 정체성을 잃었다"라고 덧붙였다.
세 번째 이유로 "20세 이하(U-20), U-23 국가대표팀 붕괴"라며 신태용 감독이 구축한 청소년 국가대표팀 시스템을 무너뜨렸다고 비판했다.
언론은 "클라위버르트의 부정적인 영향은 A대표팀뿐만 아니라 청소년 대표팀, 특히 인도네시아 U-20, U-23 국가대표팀에도 퍼졌다"라며 "그의 정책과 결정은 장기적 발전의 기반을 강화하기는커녕, 실제로 청소년 개발 시스템을 혼란에 빠뜨렸다"라고 강조했다.
매체는 "인도네시아 청소년 국가대표팀은 다양한 국제 대회에서 눈에 띄는 진전을 보여주지 못했으며, 종종 경기 방향이 명확하지 않은 채로 출전했다"라고 주장했다.
더불어 "2024년 U-23 아시안컵 준결승에 진출해 대중의 자부심을 불러일으켰던 U-23 국가대표팀은 2026년 U-23 아시안컵 예선 J조에서 3경기에서 승점 4점을 얻어 겨우 2위를 차지했다"라며 "이번 결과는 인도네시아가 최종 라운드에 진출하지 못했음을 의미하며, 작년의 성과와 비교하면 큰 좌절이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은 클라위버르트의 감독 시대가 1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뿐만 아니라, 신태용 감독 하에서 형성되기 시작했던 인도네시아 유소년의 성장의 연속성을 방해했다는 견해를 강화시켜 준다"라고 밝혔다.
사진=SNS / 연합뉴스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