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정현 기자) 동남아시아 축구 트렌드인 귀화 선수를 활용하려던 말레이시아축구협회가 자신들의 실수로 국제축구연맹(FIFA)의 중징계를 받으면서 오히려 황당한 훼방꾼이 되고 있다.
동남아 축구 발전에 민폐 끼치는 것은 물론 지역 내 'K-감독' 흐름에도 제동을 걸 뻔했다.
하지만 말레이시아 측은 항소를 통해 무더기 귀화 정책이 정당하다는 것을 증명하겠다는 자세여서 귀추가 주목된다.
말레이시아축구협회는 지난 28일(한국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최근 FIFA로부터 받은 귀화 선수 관련 중징계에 대해 전체 과정을 기다리겠다고 발표했다.
말레이시아축구협회는 해당 결정에 대해 FIFA 항소 의사를 밝혔다. "말레이시아는 선수 관련한 FIFA의 공식 결정을 받았다. 말레이시아는 선수들과 협회가 모든 과정에 걸쳐 스스로 좋은 의도를 갖고 완전히 성실하게 임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며 "말레이시아축구협회는 모든 서류와 관련된 절차를 가이드라인에 따라 투명하게 관리했다"라고 전했다.
이어 "사실 FIFA가 이전에 선수들의 자격을 심사하고 말레이시아를 대표해 활동할 자격이 있는지 공식적으로 확인한 바 있다. 이 결정과 관련해 말레이시아는 항소할 것이며 선수들과 말레이시아 대표팀의 이익이 항상 유지되도록 모든 채널과 법적 절차를 활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말레이시아는 단호하게 행동하고 국제 규정을 준수하며 대표팀 축구의 완결성을 유지하는 데 헌신하고 있다. 우리는 또 말레이시아 왕국과도 긴밀히 협조를 이어가고 있으며 모든 이해 당사자가 과정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루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말레이시아축구협회와 말레이시아로 귀화한 선수들은 FIFA에서 중징계를 받았다.
지난 6월 말레이시아가 베트남과의 2027 아시아축구연맹(AFC) 사우디아라비아 아시안컵 예선 경기를 앞두고 아르헨티나 국적 선수들을 귀화시키면서 위조 서류를 제출한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 매체 '베르나마'는 28일 "FIFA가 오늘 발표한 성명에 따르면 말레이시아축구협회는 선수들의 자격을 확인하기 위해 위조 서류를 제출했다"라며 "(해당 위조 서류로 인해)선수들은 베트남전에 출전할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경기 후 FIFA는 관련 선수 몇몇 자격 상태에 대한 공식적인 항의를 접수했다"라며 "기록상 말레이시아가 4-0으로 이긴 베트남전에서 말레이시아 선발 11명 중 9명이 귀화 선수였고, 5명은 경기 시작 몇 시간 전에 FIFA의 승인을 받은 상태였다"라고 설명했다.
당시 쿠알라룸푸르에 있는 부킷 잘릴 스타디움에서 열린 두 팀의 경기에서 말레이시아가 주앙 피규레도, 로드리고 훌가도, 라베레 코르뱅 옹, 디온 콜스의 연속골로 4-0으로 대승을 챙겼다.
훌가도를 비롯한 아르헨티나 국적의 귀화 선수들이 이번 문제에 연루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말레이시아 대승으로 아시안컵 예선 3라운드 1위에 오르는 등 동남아 두 국가의 희비가 엇갈렸다.
올 초 아세안축구연맹(AFF)컵 베트남이 귀화 선수들 대거 합류한 말레이시아에게 예상밖 참패를 당하자 김상식 베트남 대표팀 감독에 대한 경질 여론이 베트남 내에서 일어나기도 했다.
그런데 이 경기에 득점자를 비롯한 귀화 선수들이 FIFA로부터 문제 제기를 받아 중징계를 받은 것이다.
문제가 된 선수들은 가브리엘 아로차, 파쿤도 가르세스, 로드리고 홀가도, 이마놀 마추카, 주앙 피규레도, 존 이라사발, 헥토르 헤벨이다. 베트남 입장에선 해당 경기의 무효를 충분히 요구할 수 있는 상황이다.
'베르나마'는 "이에 따라 말레이시아축구협회는 벌금으로 35만 스위스 프랑(약 6억 1800만원)을 물었다"라며 "각 선수는 2000스위스 프랑(약 350만원) 벌금과 함께 결정 통지일로부터 12개월 동안 모든 축구 관련 활동이 정지됐다"라고 전했다.
이어 "FIFA는 선수들의 자격 문제를 FIFA 축구 심판위원회에 회부하여 추가 검토를 요청했다"라며 "말레이시아축구협회와 관련 선수들은 오늘 이 결정을 통보받았으며, FIFA 항소위원회에 항소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말레이시아는 김판곤 감독 시절에도 세르히오 아구에로라는 아르헨티나 출신 귀화 선수를 합류시켜 재미를 본 기억이 있고 조호르 다룰 탁짐에 영입된 많은 외국인 선수들을 귀화시키면서 베트남, 인도네시아처럼 귀화 선수들로 성과를 내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트렌드를 따라가고 있다.
하지만 말레이시아 측이 제출한 서류에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에 FIFA는 해당 징계를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말레이시아축구협회는 행정 절차에서 기술적인 실수가 있었으며 심각하게 이 사안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성명서를 냈다. 현재 FIFA의 절차를 기다리고 있다.
다만 문제가 된 7명의 귀화 선수는 모두 합법적인 말레이시아 시민이라고 재확인했다.
사진=연합뉴스 / 베트남축구협회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