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오승현 기자) '얼굴'을 연출한 연상호 감독이 초저예산 영화 제작부터 과정까지 세세히 밝혔다.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얼굴'을 연출한 연상호 감독과 엑스포츠뉴스가 만났다.
'얼굴'은 앞을 못 보지만 전각 분야의 장인으로 거듭난 임영규(권해효 분)와 살아가던 아들 임동환(박정민)이 40년간 묻혀 있던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미스터리를 파헤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연상호 감독은 '얼굴'을 통해 2억 원이라는 초 저예산을 투입, 20여 명의 스태프와 3주간의 촬영으로 만드는 도전을 해 큰 주목을 받았다.
그간 많은 투자배급사에게 이야기했으나 거절을 당했던 '얼굴'. 연상호 감독은 "그땐 규모를 작게 제안한 것도 아니었고, 이런 영화를 만들면 어떠냐는 이야기에 대부분 반응은 '좀 마이너하다'였다"며 "개인적인 만족을 위해서 할 수 있지만 이것이 과연 대중이 만족할 수 있는 이야기인가 하는 고민 때문에 어느 정도 손을 놓고 있었다"며 2018년부터 영화화를 원했던 작품이 2025년에야 극장에 걸린 이유를 밝혔다.
연 감독은 "그러던 중 우리는 꼭 투자 받아야지만 영화를 하는 것인가 생각했다. 큰 돈을 댈수는 없겠지만 영화 동아리처럼 알음알음 할 수 없나 싶었다. 아내에게 살짝 우리 회사 돈으로 영화를 해볼까 이야기했는데 응원을 많이 해주더라. 거기서 자신감을 얻고 시작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박정민에게 전화해서 '얼굴' 제안을 했다고. 연 감독은 "박정민이 단번에 한다고 하더라. 하루 이틀 사이에 미술 감독 등 다같이 '해보자, 해보자'하는 이야기가 돌았다"고 덧붙였다.
박정민은 노개런티로 시각장애인 임영규와 그의 아들 임동환을 표현하는 1인 2역으로 활약했다. 연상호 감독은 "저희가 (박정민에게) 제시한 금액이 있었다. 다 똑같은 금액이라 약소했다. 받아도 안 받은 것처럼 이야기해준다고도 했는데 굳이 안 받겠다더라"고 당시 상황을 이야기했다.
이어 "박정민도 좀 작품에 애정이 있는 거 같다. 홍보하러 유튜브에도 나가는데 홍보팀에게 말 안하고 나가는 경우도 있었다"며 남다른 애정을 대신 이야기했다.
또한 '얼굴'에는 끝까지 배우의 얼굴이 카메라에 나오지 않는 정영희라는 인물도 등장한다. 이는 신현빈이 분해 지금껏 볼 수 없던 모습을 보여준다.
연상호 감독은 "신현빈에게도 슬쩍 '이런 역할 있으면 누가 하려나'라며 이야기를 꺼냈다. 전혀 생각지도 않은 사람에게 제안을 하면 좀 그렇지 않나"고 솔직히 밝혀 현장에 웃음을 안겼다.
이어 "신현빈은 오히려 배우들이 얼굴이 안 나와도 실험적인 걸 하는 것 열려있다고 하더라. 그래서 바로 얘기를 했다"며 "그 후에 실제로 고민도 많이 해주고 앵글 이야기도 나눴다. 본인(신현빈)이 어깨와 손을 많이 이용할 거 같다며 얘기하더라"고 밝혔다.
"영화 중반부터는 정영희의 얼굴이 나오지 않는다는 걸 잊을 정도로 정영희의 감정이 전해지더라"라며 신현빈의 연기에 감탄했던 연상호 감독은 "신현빈이 말투 등을 전체적으로 설계해줘서 성과를 낼 수 있던 거 같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또한 연상호 감독은 남다른 계약 구조도 공개했다. 1970년대 분위기를 낸 '얼굴'은 저예산 영화라는 점이 믿기지 않는다. 이에 대해 연상호 감독은 "미술팀이 사비를 쓴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더라. 몇 번을 확인하긴 했는데 정확하지 않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비용에 대한 건 다 진행했다. 인건비를 최저시급 형태로 전부가 다 나눠가졌다. 그런 것에 비용 절감이 됐다"며 "촬영 감독, 미술 감독 등 연차가 된 팀들은 더 받는 게 맞는데, 그건 지분으로 올리는 형태의 방식을 제안했다"고 이야기했다.
현재 '얼굴'은 손익분기점을 넘은 상황이다. 이에 대해 연상고 감독은 "선판매도 있고 너무 약소하다보니 그렇다"며 "전 마음의 빚이 남았다. 그 빚이 얼마인지는 수치로 얘기하기 힘들다. 마음의 빚 청산을 위해서는 천만 영화 가야한다"는 진심을 전해 눈길을 끌었다.
한편 '얼굴'은 전국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사진=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오승현 기자 ohsh1113@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