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길고 긴 이적 사가 끝에 알렉산더 이삭이 리버풀 선수단에 합류했다.
어쩌면 누구나 예상했을 논쟁일지도 모른다.
프리미어리그를 대표하는 두 거물급 스트라이커를 둘러싸고 벌어진 언론전이 팬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리버풀 사령탑 아르네 슬롯 감독이 최근 A매치 기간 이후 선수단에 합류한 이삭을 두고 "아마도 세계 최고의 스트라이커 중 한 명"이라고 극찬하자,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의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즉각 "엘링 홀란이 조금 더 높은 수준에 있다"라는 발언으로 맞대응에 나섰다.
이번 신경전은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 경쟁을 예고하는 심리전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리버풀은 올여름 이적시장 마감일에 이삭을 영입함으로써 스쿼드를 완성했다. 뉴캐슬 유나이티드에서 리버풀로 합류한 이 스웨덴 국가대표 공격수는 영국 이적료 신기록에 해당하는 1억 2500만 파운드(약 2362억원)에 이르는 거액 이적료를 남기며 화제를 모았다.
슬롯 감독은 이삭의 이적 후 열린 첫 공식 기자회견에서 이삭의 현재 컨디션과 기용 계획, 그리고 리버풀의 영입 철학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리버풀 구단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슬롯 감독은 번리와의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앞두고 13일(한국시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마감일에는 많은 일이 벌어졌지만, 가장 기쁜 것은 알렉스를 영입할 수 있었다는 점"이라며 "리처드 휴즈 단장과 구단 소유주, 모든 관계자들이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고, 그 결실이 바로 이 영입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삭의 합류가 단순히 전력 보강에 그치지 않고, 구단과 팬들에게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삭의 경기 출전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는 다소 신중한 답변이 이어졌다. 슬롯 감독은 스웨덴 대표팀 감독 욘 달 토마손의 배려를 언급하며 "이삭이 대표팀에서 풀타임으로 두 경기를 뛰었다면 몇 주 동안 부상 위험에 노출될 수 있었다"면서 "토마손 감독은 선수의 장기적인 이익을 위해 관리했고, 우리도 같은 원칙을 적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몇 주 동안 매 경기 90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는 3~4개월 동안 팀 훈련을 소화하지 못했고, 프리시즌도 놓쳤다. 따라서 점진적으로 몸 상태를 끌어올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삭은 지난 A매치 기간 스웨덴 대표팀에서 코소보를 상대로 교체로 단 18분만 출전했을 뿐이다. 슬롯은 이에 대해 "팬들이 당장 모든 것을 기대하기보다는 장기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도 슬롯 감독은 "지금 당장은 최고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그는 분명히 전세계 최고의 스트라이커 중 한 명이다"라면서 "진정한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우승 트로피가 필요하고, 그 과정이 앞으로 우리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맨시티의 과르디올라 감독은 이러한 슬롯 감독의 발언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역시 주말에 열리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맞대결 전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 참가한 과르디올라 감독은 이삭에 관한 질문을 받았다.
이삭과 홀란 중 누가 더 뛰어난 스트라이커인 것 같냐는 질문에 그는 "이삭은 뛰어난 선수다. 하지만 나는 홀란이 조금 더 높은 수준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홀란은 최정상에 있고, 나는 그를 누구와도 바꾸지 않을 것이다"라고 단호히 말했다.
이어 그는 "이삭이 비싼 이적료로 영입된 만큼 탁월한 자질을 지녔다는 건 분명하다"면서도 "하지만 누군가는 음바페를, 또 다른 이는 메시나 호날두를 말할 수 있다. 결국은 의견의 차이일 뿐이다. 그러나 내게 있어 홀란은 절대적인 존재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홀란은 최근 A매치 기간 몰도바전에서 무려 5골을 몰아치며 득점력을 과시했고, 이어진 핀란드전에서도 페널티킥으로 결승골을 기록하며 건재함을 증명했다.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도 이미 세 골을 터뜨리며 변함없는 골 감각을 보여주고 있다. 과르디올라가 "홀란을 누구와도 바꾸지 않겠다"고 못 박은 것은 단순한 신뢰 차원을 넘어, 맨시티가 여전히 리그와 유럽 무대에서 가장 두려운 공격수를 보유하고 있음을 과시한 셈이다.
한편, 이삭의 리버풀 합류는 그 과정에서 많은 논란을 낳았다
그는 뉴캐슬 유나이티드 시절 구단의 재계약 관련 약속 불이행을 주장하며 훈련 불참과 프리시즌 투어 거부로 구단과 갈등을 빚었고, 사실상 '파업'을 통해 이적을 강행했다.
이에 대해 슬롯 감독은 "리버풀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리버풀은 이적을 원하는 선수에 있어 붙잡지 않는다. 늘 합리적인 조건에서 선수와 합의해왔다"면서 "루이스 디아스, 하비 엘리엇, 타일러 모튼 등도 원하는 이적을 원만히 이뤘다. 파업은 필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또 리버풀이 이삭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슬롯 감독은 "이미 프리미어리그에서 검증된 선수라는 점이 크다. 그는 양발과 헤딩으로 모두 득점할 수 있고, 엄청난 속도를 지녔다. 건강하게 뛸 수 있다면 확실히 골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삭은 리버풀에서 등번호 9번을 부여받았다. 14일 펼쳐질 번리전 데뷔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출전 시간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
다만 슬롯 감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신뢰를 거듭 강조했다. "우리는 단 2주를 위해 이삭을 데려온 것이 아니라, 6년 동안 함께할 것을 기대하며 영입했다. 팬들도 이 점을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리버풀FC
윤준석 기자 redrup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