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 김정현 기자) 한 경기에 나온 같은 파울에 대한 다른 판정이 데칼코마니처럼 뒤집히는 초유의 사태가 나왔다.
한국프로축구연맹(연맹)은 21일 제10차 상벌위원회를 열어 안양 권경원, 제주 김준하에 대한 사후 감면과 서울 박수일, 포항 이호재에 대한 사후 징계를 부과했다.
특히 지난 15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FC안양과 포항스틸러스의 하나은행 K리그1 2025 26라운드 경기에서 논란의 두 장면에 대한 판정이 서로 뒤바뀌었다.
권경원은 지난 15일 경기 후반 40분경 상대 선수의 공격을 수비하는 상황에서 어깨 내지 팔로 상대 선수의 안면을 가격했다. 당시 주심은 파울 선언과 함께 권경원을 퇴장 조치했다.

그러나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회는 권경원이 상대 선수의 공격을 차단하기 위해 팔을 벌리는 동작을 취하고는 있으나, 상대 선수를 가격하기 위한 추가적인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보이며, 안면을 가격한 부위 또한 팔꿈치 등 단단한 부위가 아니기에 퇴장의 대상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에 연맹 상벌위원회는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회의와 연맹 기술위원회의 의견을 종합하여 권경원에 대한 퇴장 조치를 감면하기로 했다.
이로써 권경원의 퇴장으로 인한 출장정지와 벌과금, 팀 벌점은 모두 면제되었고, 권경원은 27라운드 대전과의 경기에 출전할 수 있게 됐다.
반대로 이호재는 전반 추가시간 4분경 상대 선수와 공중볼 경합 과정에서 팔꿈치로 상대 선수의 안면을 가격했다. 당시 주심은 파울 선언과 함께 이호재에게 경고를 줬다.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회는 이호재가 점프를 하기 위해 팔꿈치를 사용한 것으로 보이나, 설령 팔꿈치로 상대 선수를 가격할 고의가 없다고 하더라도 상대 선수의 얼굴을 가격할 위험이 있음을 알면서도 그러한 행동을 취했다고 봐야하며, 실제로 상대 선수 얼굴 가격이라는 심한 반칙이 발생했음으로 퇴장 조치가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연맹 상벌위원회는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회의와 연맹 기술위원회의 의견을 종합하여 이호재에게 퇴장 판정에 준하는 2경기 출전 정지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호재의 징계는 27라운드 전북과의 경기부터 적용된다.
이 경기에서 이호재는 전반 6분 결승 골을 넣어 1-0으로 승리했다. 권경원의 퇴장이 늦게 나왔지만, 이호재의 퇴장이 전반 종료 직전 나왔다면 양팀의 숫자가 불균형해 상황이 달라질 수 있었다.
최근 K리그2 전남드래곤즈와 천안시티의 경기에 발생한 오심 사태로 인해 신뢰에 금이 간 대한축구협회 소속 심판진에게 또다시 판정에 불신이 발생하는 초유의 판정 뒤집기까지 발생하면서 여전히 신뢰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14일, 대한축구협회는 "연령, 리그 등급, 대회 규모, 성별을 막론하고 그라운드에서 펼쳐지는 모든 경기의 판정의 중요성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 특히, K리그 심판의 경우 시즌을 앞두고 2주간의 동계훈련과 후반기 보수교육, 월간 보수교육을 진행하며 올해의 경우 이미 7월에 1박 2일, 지난 12일에 2차 보수교육을 진행한 바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외에도 모든 K리그 심판들은 올해 이미 대한축구협회의 수석 심판 강사인 수키딘 FIFA 심판 강사로부터 주제별 온라인 강연을 5차례 진행했고, 하반기에도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이와 같은 심판 자질향상을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오심이 발생하는 것에 대해 대한축구협회 및 심판 구성원 모두는 무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앞으로 오심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더욱 고민하고, 노력해 나가겠다. 또한 경기장 시설, VAR 장비 역시 개선될 수 있도록 이를 담당하는 프로축구연맹, 각 구단 관계자 여러분과 지속적으로 협의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제주 김준하의 퇴장 징계도 사후 감면됐다.
김준하는 지난 15일 K리그1 26라운드 제주와 강원의 경기중 전반 36분경 상대 선수가 역습 전개를 시작하려는 과정에서 태클을 가하여 넘어뜨렸다. 당시 주심은 파울 선언과 함께 김준하에게 경고를 줬고, 전반 23분경 경고를 받았던 김준하는 경고 2회에 따라 퇴장 조치됐다.
그러나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회는 상대 선수가 완벽히 공의 소유권을 가져온 상황이라고 볼 수 없고, 김준하는 충분히 도전할 수 있는 위치에서 정당한 태클을 가했다고 봤다. 따라서 이는 유망한 공격 기회를 저지한 것으로 볼 수 없어 경고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연맹 상벌위원회는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회의와 연맹 기술위원회의 의견을 종합해 김준하에 대한 경고 2회에 따른 퇴장 조치를 감면하기로 했다.
이로써 김준하의 퇴장으로 인한 출장정지와 벌과금, 팀 벌점은 모두 면제되었고, 김준하는 27라운드 대구과의 경기에 출전할 수 있게 됐다.
FC서울 박수일은 사후 징계를 받았다. 그는 지난 17일 26라운드 서울과 김천의 경기중 후반 18분경 서울 진영에서 공을 클리어링하는 과정에서 상대 선수의 안면을 발로 가격했다. 당시 주심은 파울 선언과 함께 박수일에게 경고를 줬고, 온필드 리뷰를 거쳤으나 원심을 유지했다.
그러나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회는 박수일이 상대 선수와 경합 상황에서 상대 선수의 얼굴을 가격할 위험이 있음을 알면서도 이를 감수하고 클리어링 동작을 취했으며, 실제 발로 상대 선수 얼굴을 가격하는 등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반칙을 범했으므로 퇴장 조치가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연맹 상벌위원회는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회의와 연맹 기술위원회의 의견을 종합하여 박수일에게 퇴장 판정에 준하는 2경기 출장정지를 부과하기로 했다. 출장정지 징계는 27라운드 울산과의 경기부터 적용된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중계화면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