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 라이온즈 오승환이 지난해 정규시즌 경기에 등판해 투구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엑스포츠뉴스 인천, 최원영 기자) "정말 좋은 선수였다."
박진만 삼성 라이온즈 감독은 6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SSG 랜더스와의 원정경기를 앞두고 은퇴를 결심한 베테랑 투수 오승환을 떠올리며 추억에 잠겼다.
지난 2005년 2차 1라운드 5순위 지명을 받고 삼성에 입단해 프랜차이즈 스타로 자리매김한 오승환은 이날 21년간 프로 커리어에 마침표를 찍기로 결정했다. 지난 주말 홈구장인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유정근 구단주 겸 대표이사와 면담을 갖고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오승환은 오는 7일부터 별도의 엔트리 등록 없이 1군 선수단과 동행할 예정이다.
박진만 감독은 현역 시절 오승환과 한솥밥을 먹었던 사이다. 1996년 현대 유니콘스 소속으로 데뷔했던 박 감독은 2005시즌을 앞두고 삼성으로 자유계약(FA) 이적했다. 2005년 신인으로 삼성에 합류한 오승환과 같은 팀 선후배가 됐다.
박 감독은 2010시즌을 마친 뒤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로 둥지를 옮겼다. 이후 SK 선수로 오승환과 맞붙었다. 오승환이 해외 리그에 진출하기 전인 2013년까지 4타수 1안타 1삼진 1타점을 기록했다.

삼성 라이온즈 투수 오승환이 2013년 경기에 등판해 투구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삼성 라이온즈 투수 오승환이 2013년 경기에 등판해 투구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6일 인천서 만난 박 감독은 "(오)승환이가 신인으로 들어왔을 때가 내가 삼성으로 이적한 첫해였다. 삼성 입단 동기다. 이 팀에선 선수로 같이 시작했다"며 "삼성에서는 물론 국가대표팀 등에서도 여러 가지 많은 추억을 쌓았다. 이후 내가 (SK로) 이적하면서 적으로 만나게 됐다"고 입을 열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을까. 박 감독은 "2005년 둘 다 삼성에서 첫해였는데 우승했을 때가 제일 좋았다.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는 물론 2008 베이징 올림픽에 같이 다녀왔을 때 등이 다 기억 난다"고 밝혔다.
야구 선배로서 본 오승환은 어떤 후배였을까. 박 감독은 "체력 및 몸 관리가 확실했던 선수다. 신인으로 처음 프로에 왔을 때부터 정말 담대하고 배포가 컸다. 또한 젊은 선수들 앞에서 솔선수범하는 선수였다"고 극찬했다.
박 감독은 오승환의 은퇴 소식을 지난 5일 접했다. 7일 오승환이 선수단에 합류하면 대화를 나눌 예정이다. 박 감독은 "그동안 선수로서 본인의 역할을 충분히 잘해줬다. 이제 제2의 인생을 살아야 하는데 어떤 방향을 선택할지는 오승환의 몫이다"며 "올 시즌을 마칠 때까지는 동행할 예정이니 앞으로의 길에 관해 대화해 보려 한다"고 말했다.
좋은 지도자가 되길 바라고 있다. 박 감독은 "한국, 미국, 일본을 다 경험했던 선수다. 갖고 있는 여러 노하우 등을 후배들에게 전해주고 조언해 줄 수 있다"며 "지도자로 생활한다면 좋은 후배들을 양성할 수 있을 것이다. 오승환을 더 응원하려 한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왼쪽부터 삼성 라이온즈 박진만 감독, 투수 오승환. 경기에서 승리한 뒤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왼쪽부터 삼성 라이온즈 투수 오승환, 박진만 감독. 2023년 시상식에서 박 감독이 오승환에게 꽃다발을 전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삼성은 한국야구위원회(KBO) 및 타 구단과 협의를 거쳐 오승환의 은퇴 투어를 진행하고 시즌 말미엔 은퇴 경기도 마련할 계획이다. 더불어 오승환의 등번호 21번은 22번(이만수), 10번(양준혁), 36번(이승엽)에 이어 구단 사상 4번째 영구 결번으로 지정될 예정이다. 오승환이 원할 경우 해외 코치 연수도 지원하기로 했다.
오승환은 "고민 끝에 은퇴를 결정했다. 투수로서 다양한 리그에서, 정말 많은 경기에서 뛸 수 있어 행복했다"며 "그동안 많은 분들이 분에 넘치는 응원을 보내주셨다. 모든 분들께 감사했고, 은퇴 후에도 잊지 않겠다"고 전했다.
2005년부터 2013년까지 삼성의 수호신으로 활약한 오승환은 2006년, 2007년, 2008년, 2011년, 2012년 세이브왕 왕좌에 올랐다. 2014년부터는 일본프로야구(NPB) 한신 타이거스, 미국 메이저리그(MLB)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토론토 블루제이스, 콜로라도 로키스 등에 몸담으며 해외 무대를 누볐다.
2020년 한국으로 돌아와 다시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2021년 한 번 더 세이브왕을 거머쥐며 건재함을 알렸다. 또한 그해 KBO리그 역대 통산 최초로 300세이브를 달성했다. 2023년엔 역시 역대 1호로 400세이브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오승환은 올해까지 통산 737경기에 등판해 44승33패 19홀드 427세이브 평균자책점 2.32를 빚었다. 한국, 미국, 일본 통산 549세이브를 적립하기도 했다.

삼성 라이온즈 박진만 감독이 올해 정규시즌 경기 도중 선수들의 플레이를 바라보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사진=엑스포츠뉴스 DB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