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손흥민도 결국 세월을 이기지 못한다. 한때 부상도 잘 당하지 않았던 손흥민이 1년 사이 세 차례 부상으로 고전하고 있다.
최근 토트넘 홋스퍼와 토마스 프랭크 감독이 손흥민 방출을 고려하고 있는 상황에서 부상으로 인한 신체 능력 저하가 계속 이어질 경우 사우디아라비아, 미국 등 변방 리그로 이적을 모색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손흥민은 지난 19일(한국시간) 영국 버크셔에 위치한 셀렉트 카 리징 스타디움에서 열린 레딩과의 프리시즌 친선경기에서 크게 부진했다.
프리시즌에 늦게 합류했던 탓에 선발이 아닌 벤치에서 시작한 손흥민은 후반 시작과 함께 투입됐으나 잉글랜드 프로축구 3부리그 레딩을 상대로 공격 포인트 0개에 그쳤다.
단순히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 못한 게 아니다. 경기력 자체가 처참했다. 여러 차례 일대일 돌파와 크로스를 시도하려 했으나 수비에게 막히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프리미어리그 득점왕도 거머쥐었던 손흥민이 3부리그 팀을 상대로 제실력을 펼치지 못한 이유가 있었다.
영국 풋볼런던 소속 기자 알레스데어 골드는 "손흥민은 경기 내내 녹이 슨 듯한 모습을 보였다. 경기 종료 직후에는 다소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면서 "특히 허리 아래 쪽을 수차례 만지거나 두드리는 행동을 반복했다. 경기가 끝나고나서도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몸을 풀었다"고 전했다.
이어 "경기 중 당한 충격으로 인한 것인지, 지속적인 통증이 있는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며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실 손흥민의 몸은 지난 두 시즌 동안 눈에 띄게 잦은 경고 신호를 보냈다. 2023-2024시즌 내내 손흥민을 괴롭혔던 스포츠 탈장 부상은 시작에 불과했다.
지난 시즌 손흥민의 부상 빈도는 더욱 심각해졌다. 손흥민의 최대 무기인 스피드가 발휘될 수 있는 근육인 햄스트링(허벅지) 부상으로 쓰러져 시즌 초반 2개월 가량 쉬었고, 시즌 막판에는 발등 부상까지 겹치며 한 시즌에만 두 차례나 전력에서 이탈했다. 그리고 최근 허리 부상까지 의심되는 상황이다.
사실 과거의 손흥민이라면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1992년생인 손흥민은 33세가 되면서 30대 중반에 접어들었다. 신체 노화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시기이도 하다. 손흥민도 부상 부위가 특정 한 곳이 아닌 몸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시즌 막바지 손흥민이 발등 부상으로 결장했을 때 전 토트넘 동료였던 제이미 오하라나 크리스 워들이 입을 모아 "이제 프리미어리그는 그에게 너무 빠르다. 손흥민의 다리는 예전 같지 않다"고 지적한 건 단순한 비판이 아니었다. 손흥민의 신체 변화에 대한 냉정한 관찰에 가까웠던 것으로 보인다.
손흥민의 신체적 변화는 곧 경기력 저하로 이어졌다. 영국 현지에서도 상대 수비수 한두 명을 순간적인 스피드로 제치고 슈팅 각도를 만들던 전성기 시절의 플레이는 눈에 띄게 줄었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프리시즌 첫 경기였던 3부 리그 레딩전에서조차 돌파 상황에서 볼 컨트롤에 실패하며 팬들의 야유를 받았던 장면을 보면 현재 손흥민의 몸이 이번에 비해 많이 무거워졌다는 걸 알 수 있다.
최근 토트넘과 프랭크 감독이 손흥민 방출을 고려하는 것도 지극히 현실적인 판단에 따른 것일 가능성이 크다.
프랭크 감독은 "선수가 한 클럽에 오랫동안 몸담았다면 구단이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라며 "어떤 시점에 누군가 떠나고 싶어 한다면, 거기에는 뭔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결정은 구단이 내릴 것"이라며 최근 제기되고 있는 손흥민의 이적 가능성을 적극 부인하지 않았다.
주장직을 계속 맡길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도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며 확답을 피한 프랭크 감독은 부주장 크리스티안 로메로에 대해서는 "다음 시즌을 기대하고 있다.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선수다"라고 분명한 신뢰를 보냈다.
계약 기간이 1년밖에 남지 않은 33세 선수에게 장기적인 미래를 맡길 수 없는 건 당연하다. 손흥민의 가치가 더 하락하기 전에, 더 큰 부상으로 쓰러지기 전에 매각하는 것이 구단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선택이다.
손흥민 스스로도 이러한 현실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토트넘의 장기 재계약 제안을 거절하고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며 유보적인 태도를 취한 것 또한, 자신의 몸 상태를 고려해 프리미어리그보다 신체적 부담이 덜한 새로운 무대를 모색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한때 강철 같았던 손흥민도 전성기에서 내려오고 있다. 선수 생활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는 손흥민이 토트넘을 떠나 덜 경쟁적인 리그에서 뛰는 걸 선택해도 충분히 이해 가능한 시기가 됐다.
사진=연합뉴스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