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아무리 부상 여파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프리시즌 첫 경기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 손흥민의 모습은 토트넘 홋스퍼에서의 시간이 끝나가고 있다는 걸 보여준 장면이었다.
손흥민은 지난 19일(한국시간) 영국 버크셔에 위치한 셀렉트 카 리징 스타디움에서 열린 레딩과의 프리시즌 친선경기에서 크게 부진했다.
프리시즌에 늦게 합류했던 손흥민은 이날 선발이 아닌 벤치에서 시작했다. 후반 시작과 함께 투입됐으나 잉글랜드 프로축구 3부리그 레딩을 상대로 공격 포인트 0개에 그쳤다.
단순히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 못한 게 아니다. 경기력 자체가 처참했다. 여러 차례 일대일 돌파와 크로스를 시도하려 했으나 수비에게 막히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후반 27분 코너킥 상황에서 뒤로 흐른 공을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했으나 골대 위로 높게 떴고, 후반 34분에는 왼쪽 측면에서 수비를 허물고 돌파하려는 순간 공을 제대로 터치하지 못하는 등 몸상태가 아직 정상 수준까지 올라오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영국 풋볼런던에 따르면 손흥민이 공을 빼앗기는 순간 관중석에서 야유가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후 풋볼런던은 손흥민의 경기력에 대해 "매우 녹슨 것처럼 보였다"고 혹평하며 최저 평점을 부여하기도 했다.
또한 "손흥민은 리듬을 전혀 찾지 못했고, 공을 여러 차례 놓쳤다. 돌파 과정에서 터치 미스를 범해 야유를 받는 장면은 인상적이었다"고 꼬집었다.
동료들과의 호흡에서도 평소와는 다른 장면이 나왔다. 손흥민이 넓은 공간을 향해 침투했으나 손흥민과 경쟁해야 하는 모하메드 쿠두스, 제이미 돈리는 손흥민에게 패스를 하지 않고 다른 선택을 했다. 이에 손흥민은 실망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경기 내내 공격에 관여하지 못하고 소외된 손흥민이 유효슈팅 0회, 키패스 0회, 드리블 성공률 0%을 기록해 축구 통계 매체 풋몹으로부터 평점 6.2를 받은 건 당연한 결과였다.
물론 이날 손흥민의 몸 상태가 불편했던 점은 감안해야 한다. 풋볼런던은 손흥민이 부상을 안고 뛰었다며 변호했다.
해당 매체 소속으로 토트넘 전담 기자인 알레스데어 골드는 "손흥민은 경기 내내 녹이 슨 듯한 모습을 보였다. 경기 종료 직후에는 다소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면서 "특히 허리 아래 쪽을 수차례 만지거나 두드리는 행동을 반복했다. 경기가 끝나고나서도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몸을 풀었다"고 전했다.
이어 "경기 중 당한 충격으로 인한 것인지, 지속적인 통증이 있는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며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부상이 있다고 하더라도 3부리그 팀을 상대로 몸이 너무 무거운 모습을 보였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부임한 토마스 프랭크 감독도 손흥민에 대해 만족하지 않은 것 같은 반응을 보였다.
프랭크 감독은 "선수가 한 클럽에 오랫동안 몸담았다면 구단이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라며 "어떤 시점에 누군가 떠나고 싶어 한다면, 거기에는 뭔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결정은 구단이 내릴 것"이라며 최근 제기되고 있는 손흥민의 이적 가능성을 적극 부인하지 않았다.
주장직을 계속 맡길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도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며 확답을 피한 프랭크 감독은 부주장 크리스티안 로메로에 대해서는 "다음 시즌을 기대하고 있다.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선수다"라고 분명한 신뢰를 보냈다.
프리시즌 첫 경기는 단순한 컨디션 점검 무대였지만, 손흥민에게는 자신의 입지가 얼마나 흔들리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잔인한 시간이 됐다. 팬들의 야유와 신임 감독의 냉정한 평가는 손흥민이 오랫동안 지켜온 대체불가 에이스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걸 알리는 서곡처럼 들린다.
손흥민은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미국 MLS, 튀르키예 쉬페르리그 등 다양한 구단과 연결되고 있다. 이대로라면 8월 3일 한국에서 있을 뉴캐슬 유나이티드와의 프리시즌 친선전이 토트넘에서 마지막 경기가 될 수도 있다.
영국 현지 매체에 따르면 토트넘은 손흥민 없이 한국 투어를 떠날 경우 투어로 얻는 수익의 최대 75%를 받지 못하게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어까지 손흥민과 함께하고 투어가 끝난 후에는 헌신짝처럼 버릴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매우 높아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