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대구, 최원영 기자) 정철원다운 마인드다.
롯데 자이언츠 우완 구원투수 정철원은 팀 내 필승조의 핵심으로 맹활약 중이다. 그만큼 출전 경기 수, 이닝 수가 많아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정철원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삼성 라이온즈와의 원정경기를 앞두고 만난 그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올 시즌 정철원은 29경기 28이닝에 등판해 3승1패 11홀드 평균자책점 4.50을 빚었다. 리그 전체 구원투수 중 출전 경기 수 공동 6위, 이닝 6위, 투구 수 7위(453개)에 이름을 올렸다. 더불어 리그 홀드 부문 3위를 기록 중이다.
정철원의 호투 속 롯데는 리그 10개 팀 중 3위를 달리고 있다. 시즌 30승3무22패, 승률 0.577를 선보였다. 김태형 롯데 감독은 "야수들도 힘들겠지만 불펜투수들이 정말 힘들 것이다. 선수들은 다 괜찮다고 하지만 염려스럽기도 하다"고 전했다.
정철원은 씩씩했다. 그는 "감독님께서 충분한 휴식을 챙겨주신다. 두산 베어스 시절 감독님 밑에서 뛰며 경험했던 게 있어서 괜찮다"며 "이 정도로 힘들어하고 구속이 떨어진다면 자기 관리가 안 된 것이라 생각한다. 이만큼도 못 던지면 안 된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팬분들이 '너무 많이 던져 걱정된다'고 말씀해 주시는데 이것도 못 버틸 거라면 불펜투수를 해선 안 된다. 감독님께서 관리해 주시면서 좋은 상황에 등판시켜 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며 "난 두산에서 2년 연속 72이닝 이상도 던져봤다(2022~2023년). 올해도, 내년에도 꾸준히 열심히 할 예정이라 잦은 등판에 대한 걱정은 안 해주셔도 된다"고 밝혔다.
몸 관리 노하우가 있을까. 정철원은 "난 루틴이 크게 없다. 마운드 위에서 던지는 게 제일 중요해 불펜에서도 최대한 공 개수를 아낀다. 두산 시절 김태형 감독님 밑에서 그렇게 배웠는데 그게 몸에 자연스럽게 뱄다"며 "다른 투수들도 천천히 자기만의 방식을 찾을 수 있도록 조언해 주고 있다. 송재영, 이민석, 정현수 등 후배들과 장난치며 편하게 지내면서도 여러 이야기를 해주려 한다"고 미소 지었다.
어깨 수술 후 팔꿈치 부상까지 겪었던 투수 최준용이 지난 17일 1군에 합류했다. 중간계투진에 큰 힘을 보태고 있다. 정철원은 "스프링캠프 때 처음 본 뒤 말이 잘 통해 많이 친해졌다. 귀여운 동생이다. 나를 잘 따른다"며 "준용이가 '56번, 65번 우리 잘하자'고 한다. 나한테 다가오는 게 너무 귀엽다. 준용이가 돌아온 게 팀에도 굉장히 큰 힘이 될 것 같다"고 웃었다. 최준용의 등 번호는 56번, 정철원은 65번이다.
롯데 타선은 리그 팀 타율 1위(0.289)를 합작하며 활약 중이다. 정철원은 "보통 큰 점수 차로 끌려가면 '오늘은 내가 등판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투수들도 있고, 어린 투수들도 한 번씩 경기에 나가 던져봐야 하기 때문이다"며 "그런데 롯데에선 6~7점 차로 지고 있어도 준비를 해야 할 것만 같다. 긴장을 놓지 않게 된다"고 돌아봤다.
지난 25일 한화 이글스전을 떠올렸다. 2회까지 0-6으로 뒤처진 롯데는 5회에만 6득점을 뽑아내며 단숨에 6-6 동점을 이뤘다. 당일 정철원은 6-7로 지고 있던 8회말 구원 등판해 2이닝 무실점으로 허리를 이었다. 롯데는 연장 10회 접전 끝 아쉽게 7-8로 패했다.
정철원은 "그날도 지고 있는데 '내가 나갈 수도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 타자들이 충분히 동점, 역전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며 "감독님, 코치님들께 난 어떤 상황에 올라가도 괜찮다고, 지고 있을 때나 점수 차가 클 때 내보내 주셔도 좋다고 말씀드린다. 투수들과 타자들이 함께 잘해 손발이 잘 맞다 보니 팀 순위도 따라오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정철원의 전매특허는 화끈한 세리머니다. 롯데 팬들의 미소를 끌어낸다. 정철원은 "경기에 집중하다 보면 저절로 나온다. 특히 내가 던지고 난 뒤에는 더 격하게 나오는 것 같다"며 "그런 세리머니가 경기의 분위기를 우리 팀으로 가져오고, 팀이 이길 수 있도록 노력하는 모습이라 생각한다. 이기고자 하는 마음이 커서 세리머니가 더 나오는 듯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솔직히 세리머니를 미리 준비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삼진인지, 범타인지, 우리 팀 더그아웃 위치가 어디인지 등에 따라 세리머니가 조금씩 달라지긴 한다. 그래도 다 비슷하다"고 웃음을 터트렸다.
마지막으로 감사를 표했다. 정철원은 "장모님, 장인어른이 거제도에 계신다. 내가 야구선수로서 육아보다는 경기 준비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장모님께서 자주 우리 집으로 오셔서 아기를 봐주시고, 아내도 많이 도와주신다"며 "원정경기에 와도 장모님 덕분에 걱정 없이 투구할 수 있다. 장모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이 말을 기사에 꼭 써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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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