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맨체스터 시티를 넘어 프리미어리그 역대 최고 미드필더 반열에 오른 케빈 더브라위너의 차기 행선지가 결정된 분위기다.
공신력 높은 언론인들이 모두 같은 곳을 가리키고 있다. 이번 시즌 안토니오 콘테 감독 아래에서 이탈리아 세리에A 우승을 차지한, 김민재의 전 소속팀으로 국내 팬들에게도 친숙한 나폴리다.
이번 시즌을 마지막으로 자유계약(FA) 신분이 되는 더브라위너는 당초 프리미어리그 내 다른 팀으로 이적하거나, 많은 선수들이 선택하는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로 향할 수도 있다는 예상이 있었으나, 유럽 내 해외 리그에서 도전을 이어가기로 결정한 듯하다.
이탈리아 '스카이 스포츠'에서 활동하는 이탈리아 이적시장 전문가 잔루카 디마르지오는 25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더브라위너의 나폴리행이 사실상 성사된 단계"라며 "계약은 양측의 세부 사항 조율만 남겨놓은 상태이며, 조만간 공식 발표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 메일' 소속이자 맨체스터 시티와 관련된 소식에서 높은 공신력을 자랑하는 잭 고헌도 25일 매체를 통해 "케빈 더브라위너가 2주 내 이탈리아 세리에A 챔피언인 나폴리로의 이적을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더브라위너는 며칠 내에 나폴리와 다음 시즌을 위한 계약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선수는 2년 계약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유럽축구 이적시장 전문가 파브리치오 로마노 역시 같은 날 "나폴리의 제안을 받은 더브라위너가 다음 주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라며 "나폴리는 3년 계약을 제안한 상태다. 첫 2년은 세후 600만 유로(약 93억원)의 연봉, 마지막 해에는 500만 유로(약 77억원)의 연봉과 별도의 사이닝 보너스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VfL 볼프스부르크에서 독일 분데스리가 최고의 미드필더로 이름을 날린 뒤 지난 2015년 여름 맨체스터 시티에 입성한 더브라위너는 이후 수년간 세계적인 명장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페르소나로 활약하며 맨체스터 시티와 프리미어리그의 레전드가 됐다.
넓은 시야와 강력한 발목 힘에서 나오는 정교한 패스와 강력한 슈팅, 그리고 뛰어난 전술 수행 능력을 갖춘 더브라위너는 전성기를 기준으로 맨체스터 시티와 프리미어리그를 넘어 세계 최고의 미드필더로 꼽혀도 손색이 없었다. 적어도 프리미어리그에서는 프랭크 램퍼드, 스티븐 제라드 등 역대 최고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거나 그 이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지난 10시즌 동안 프리미어리그 우승 6회,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우승 2회, 리그컵 우승 5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1회,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 1회 우승 등을 차지했다. 특히 2022-23시즌에는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이탈리아의 인터밀란을 꺾고 맨체스터 시티의 트레블이 확정되자 과르디올라 감독과 포옹하며 눈물을 흘려 감동을 주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두 시즌 동안 햄스트링 부상과 부상 여파로 인한 부진 때문에 고생한 그는 결국 맨체스터 시티와 결별을 택했다. 2025 FIFA 클럽 월드컵이 6월15일부터 시작되지만, 더브라위너는 클럽 월드컵에 참가하지 않고 팀을 떠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더브라위너가 사우디아라비아로 떠날 거라는 예상이 있었고, 더브라위너 본인도 사우디아라비아 이적을 선택할 경우 짧은 기간에 막대한 돈을 벌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사우디아라비아 이적 가능성을 높였다. 또한 더브라위너가 가족들의 환경을 생각해 MLS로 이적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실제 MLS의 시카고 파이어가 더브라위너에게 관심을 보인 데다, 리오넬 메시가 활약하고 있는 인터 마이애미도 더브라위너의 우선 협상권을 갖고 있다는 게 알려지면서 더브라위너의 미국행이 점쳐지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 33세인 더브라위너는 유럽에서 도전을 이어가기로 했다. 연봉을 줄이는 한이 있더라도 유럽 빅리그에서 커리어를 더 보내겠다는 생각인 것이다.
이번 시즌 세리에A 우승을 차지한 나폴리는 더브라위너에게 이상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지난 2022-23시즌 33년 만에 세리에A 정상에 올랐던 나폴리는 2년 만에 다시 챔피언이 되면서 리그 내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보유한 팀이 됐고, 콘테 감독과 함께 꾸준히 우승에 도전하겠다는 야망을 품고 있다. 또한 이번 시즌 우승을 차지하면서 다음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권까지 가져왔다.
한편 맨체스터 시티는 지난 21일 이번 시즌 마지막 홈 경기였던 본머스전에서 더브라위너를 위한 성대한 고별식을 진행했다.
더브라위너는 "맨체스터는 나와 내 가족의 집이다. 이곳에서 세 아이가 태어났고, 커리어의 전성기를 보냈다. 팀과 팬들, 그리고 동료들 덕분에 나는 더 나은 사람이자 더 나은 선수가 될 수 있었다. 지난 10년 동안 함께한 모든 순간이 자랑스럽고, 또 즐거웠다"며 "새로운 챕터가 시작되겠지만, 내 마음은 언제나 맨체스터에 있을 것"이라는 소감을 전했다.
구단은 더브라위너를 기리기 위해 홈구장 에티하드 스타디움 앞에 더브라위너의 동상을 세울 계획이다. 동상이 세워지는 것은 뱅상 콤파니, 다비드 실바, 세르히오 아구에로에 이어 더브라위너가 네 번째다.
더브라위너는 "이 동상은 내가 이 클럽의 일부로 영원히 남게 된다는 뜻"이라며 "언젠가 가족, 친구들과 다시 이곳을 찾을 때마다 나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사진=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