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 위즈 윌리엄 쿠에바스가 지난 22일 KIA 타이거즈전에 선발 등판해 투구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엑스포츠뉴스 고척, 최원영 기자) 전환점이 돼야 한다.
이강철 KT 위즈 감독은 2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원정경기를 앞두고 올 시즌 부진한 외국인 선발투수 윌리엄 쿠에바스와의 면담 내용을 공개했다.
쿠에바스는 2019년부터 KT에 몸담은 장수 외인이다. 2022년 부상으로 2경기 만에 팀을 떠났지만 2023년 대체 외인으로 다시 KT에 합류했다. 이후 올해까지 동행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 올해 쿠에바스의 경기력이 심상치 않다. 총 11경기 59⅔이닝서 2승4패 평균자책점 5.88에 그쳤다. 피안타율 0.291,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 1.61 등으로 세부 지표 역시 좋지 않다.
직전 등판이던 지난 22일 KIA 타이거즈전서도 5이닝 11피안타(1피홈런) 2볼넷 3탈삼진 7실점(6자책점)으로 무너졌다. 시즌 4패째를 추가했다.
이튿날인 23일 고척에서 만난 이강철 감독은 "오늘 쿠에바스와 대화를 나눴다"며 운을 띄웠다.
이 감독은 "투구 메커니즘, 멘털, 구종까지 세 가지를 이야기했다. 현재 투구 밸런스가 안 맞는다. 상·하체가 따로 논다"며 "하체를 안정시켜놓고, 디딤발을 앞으로 내디딘 뒤 갑자기 상체가 서버린다. 상체가 흔들리니 릴리스포인트가 왔다 갔다 하고 커맨드가 안 되는 것이다"고 밝혔다.

KT 위즈 윌리엄 쿠에바스가 지난 22일 KIA 타이거즈전에 선발 등판해 투구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KT 위즈 윌리엄 쿠에바스가 지난 22일 KIA 타이거즈전에 선발 등판해 투구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이어 "안쪽이든 바깥쪽이든 공을 던지면 자꾸 가운데로 몰리니 힘들어진다.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쿠에바스도 인정하더라"며 "구종의 변화를 주라고 했다. 리그에서 잘하는 코디 폰세, 라이언 와이스(이상 한화 이글스) 등을 보면 강속구를 구사하면서도 어떻게든 속구가 더 빨라 보이도록 하기 위해 변화구를 많이 섞는다"고 전했다.
이 감독은 "쿠에바스도 150km/h에 가까운 공을 던진다. '네 공도 좋다. 무시하는 게 아니라, 그 공이 더 강해 보이게 만들려면 구종 선택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한번 생각해 보자'고 했다"며 "매년 속구만 많이 던지지 말라고 주문하는데 같은 문제가 반복된다. 계속 이야기하려 한다"고 전했다.
22일 KIA전을 회상했다. 이 감독은 "그래도 어제(22일) 메커니즘과 밸런스가 제일 좋았다. 그런데 1회 타자가 커트한 공이 안타가 되는 등 운이 없었다. 거기서 쿠에바스가 다시 흔들렸고, 밸런스가 흐트러졌다"며 "포수 장성우가 마운드에 올라가 괜찮다고 했는데도 그랬다. (3회초 선두타자) 김도영과 승부할 때도 제춘모 투수코치가 초구를 전력으로 던지라고 했는데 140km/h로 속구를 던졌다가 홈런을 맞았다"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대화 막바지 쿠에바스에게 '네가 생각하는 피칭을 하지 말고, 각 타자에 맞춰 투구해라'라고 말했다. 한 타자가 못 치는 구종, 코스는 커리어 내내 치기 어렵다. 거길 공략해야 한다"며 "마침 쿠에바스가 이틀 전 그런 내용의 영상을 봤다고 한다. '와~감독님' 하면서 놀라더라. 누가 나오든 똑같이 던지는 게 아닌, 각 타자에 맞춰 투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T 위즈 윌리엄 쿠에바스가 지난 22일 KIA 타이거즈전에 선발 등판해 홈런을 맞은 뒤 아쉬워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이어 "쿠에바스도 나름대로 많이 노력하고 있다. 대화 후 현실적으로 이야기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진심으로 고맙다고 하더라"며 "지금보다 더 나빠지진 않을 것 같다고, 정말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도 했다. 본인은 언제든 내 말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고 하길래 알았다고 했다"고 웃음을 터트렸다.
이 감독은 "쿠에바스가 제춘모 코치와 어제 마운드에 올라와 준 장성우에게도 고맙다고 하더라. 왠지 혼자라는 느낌이 들었던 것 같다. 토종 선발 세 명(고영표·소형준·오원석)이 등판하면 대부분 승리하는데 외인 투수인 본인이 나와 연승을 깨니 마음이 어땠겠나"라며 "'팀도 살아야 하고 너도 살아야 한다. 네가 못 던지고 내 옆에 앉아 있으면 진짜 안쓰러워서 못 보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미소를 머금은 이 감독은 "그 쾌활한 성격을 가진 쿠에바스가 축 처져 있으니 안타까웠다. 이제 내 말을 받아들일 준비가 된 것 같아 이야기해 줬고 쿠에바스도 수긍했다"며 "어떻게든 살려서 활용해야 한다. 다음 등판을 기대해 보려 한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KT 위즈 이강철 감독이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사진=엑스포츠뉴스 DB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