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코디 폰세라는 투수가 한국 프로야구 44년사에 또렷하게 기억될 하루였다.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류현진의 KBO리그 정규이닝 최다 탈삼진 기록을 15년 만에 깨트리며 이번 시즌 투구 3개 부문 단독 선두에 나섰다.
폰세는 17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뱅크 KBO리그 SSG 랜더스와 더블헤더 1차전에서 8회까지 2안타 무실점으로 막으며 삼진 18개를 뽑았다.
24개의 아웃 중 75%를 삼진으로 뽑아낸 것이다.
폰세는 이날 탈삼진 18개를 통해 KBO리그 역사에 3개의 이정표를 세웠다.
우선 1991년 6월 선동열(당시 해태 타이거즈)이 빙그레 이글스(현 한화)를 상대로 수립한 KBO리그 한 경기 최다 탈삼진과 34년 만에 타이를 이뤘다. 선동열을 당시 연장 13회까지 치른 끝에 일궈낸 것이었다.
정규 이닝인 9회까지만 따지면 폰세는 2010년 5월 류현진(한화)이 LG 트윈스를 상대로 뽑은 17탈삼진을 넘어 새로운 기록을 수립했다.
외국인 투수 한 경기 최다 탈삼진 기록은 당연히 따라왔다. 종전 기록은 지난달 SSG 랜더스의 드루 앤더슨을 포함해 7명이 세운 14개다.
폰세는 이날 탈삼진 17개를 기록하며 류현진과 타이를 이루는 순간 마운드에 주저 앉더니 손으로 눈물을 닦아 시선을 끌었다.
마운드에서 특유의 포효하던 모습을 자주 연출하던 것과 정반대였다.
폰세는 이날 경기 직후 엑스포츠뉴스 등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2017년 작고하신 어머니 생각이 많이 났다. 이런 모습을 관중석에서 보셨다면 굉장히 뿌듯하셨을 거다. 기록을 달성하는 순간 하늘에서 보고 계실 어머니 생각이 났다"고 털어놨다.
기록을 의식했는지에 대해선 "솔직히 삼진을 신경 쓴 건 7회가 끝나고 내려오면서부터다"라며 "삼진을 몇 개 기록했는지 생각은 했는데, 솔직히 말하면 류현진의 기록이 몇 개였는지는 정확하게 기억이 안 났다. 엄청 많이 잡았다는 것만 기억이 났고, '근접은 하겠네' 정도로 생각하고 마운드에 올라갔다"고 했다.
폰세와 같은 팀인 류현진은 이날 더그아웃에서 주장 채은성과 나란히 폰세의 역투를 지켜보다가 신기록이 수립되는 순간 박수를 보냈다.
폰세는 이날 157km/h에 달하는 강속구를 앞세워 SSG 타자들을 1회부터 타석에서 계속 돌려세웠다.
폰세는 1회초부터 아웃카운트 세 개를 모두 삼진으로 처리하며 인상적인 출발을 했다. 리드오프 최지훈을 3구로 낫아웃 삼진 처리한 폰세는 157km/h 직구로 박성한에게 루킹 삼진을, 최정에게 헛스윙 삼진을 솎아냈다.
2회초에는 선두 한유섬에게 볼넷을 내줬으나 맥브룸을 우익수 뜬공으로 잡았고, 최준우와 안상현에게 잇따라 3구삼진을 잡아냈다. 3회초 역시 정준재 1루수 땅볼 후 신범수는 체인지업으로 삼진 처리했고, 최지훈은 134km/h 커브와 148km/h 커터, 157km/h 직구로 3구삼진을 만들어냈다.
2회부터 5회까지는 매 이닝 삼진 2개씩 뽑은 폰세는 6회초 다시 세 타자를 삼진으로 낚으면서 14탈삼진을 기록, 외국인 투수 최다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SSG 타자들은 폰세의 공을 좀처럼 치지 못했다. 때려도 파울이 되면서 볼카운트만 폰세에게 유리하게 이끌었다.
7회초에도 삼진 2개를 추가하며 외국인 최다 기록을 갈아치운 폰세는 8회초 SSG 선두타자 라이언 맥브룸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워 KBO리그 9이닝 기준 최다 탈삼진과 타이를 이뤘다.
이후 눈물을 훔친 폰세는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마운드에 올라 후속타자 최준우마저 삼진으로 솎아내고 류현진의 기록 넘어선 것은 물론, 선동열이 세운 한 경기 최다 탈삼진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날 폰세는 18개의 삼진을 솎아내던 8회 2아웃까지 노히트 행진을 펼치며 '노히트 노런'의 기대감도 키웠다.
하지만 이미 투구 수가 110개를 넘어 9회까지 끌고 가기 애매한 상태였고, 마침 SSG 타자 안상현과 정준재에게 연속 안타를 맞아 1, 3루의 위기에 몰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다행히 신범수를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하고 이닝을 마쳤다. 8회까지 113개의 공을 던진 폰세를 9회초 마운드를 김서현에게 넘겼다.
앞서 한화는 4회말 1사 후 이도윤이 상대 베테랑 투수 김광현에게 좌전안타를 치고 나가자 최재훈이 좌측 펜스를 때리는 2루타를 날려 1-0으로 앞섰다.
한 점 차 아슬아슬한 리드 상황에서 김서현이 올라왔고 위기에 몰렸으나 우익수 이진영의 정확한 송구가 한화를 살렸다.
김서현은 9회말 무사 2루에서 박성한에게 안타를 맞았는데, 우익수 이진영이 홈으로 빠르고 정확한 송구를 뿌려 2루 주자 최지훈을 아웃시키고 승리를 지켰다.
폰세는 이날 승리로 시즌 8승째를 거둬 박세웅(롯데)과 다승 공동 선두가 됐다. 아울러 평균자책점(ERA) 1.48, 탈삼진 93개로 두 개 부문에선 단독 1위를 지켜 투수 부문 트리플크라운을 노릴 수 있게 됐다.
폰세는 이날 한화의 포스트시즌을 얘기하면서 "딸이 가을에 한국에서 태어날 수도 있다"고 말해 시선을 모았다.
그는 "경기적인 부분도 있지만, 사실 가장 중요한 건 아내와 태어날 딸이 나에게 책임감을 주고 있는 것 같다"며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포스트시즌에 진출한다면 한국에서 출산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대전, 김한준 기자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