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부산, 김지수 기자) "구자욱이 그렇게 공을 계속 커트하는 모습은 처음 본 것 같다."
박진만 감독이 이끄는 삼성 라이온즈는 지난 15일 포항야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KT 위즈와의 팀 간 5차전을 13-0 대승으로 장식, 주중 3연전 위닝 시리즈를 챙겼다.
삼성은 KT 토종 에이스 고영표를 상대로 4회까지 6점을 몰아치면서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이달 들어 타선 침체로 어렵게 게임을 풀어갔던 가운데 주축 야수들의 타격감 회복이 큰 수확이었다.
리드오프로 출전한 캡틴 구자욱도 4타수 2안타 2득점으로 힘차게 방망이를 돌렸다. 앞서 지난 14일 3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던 아쉬움을 깨끗하게 씻어냈다.
박진만 감독은 구자욱의 멀티 히트보다 더 주목했던 부분이 따로 있었다.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던 2회말 두 번째 타석에 더 큰 의미를 부여했다.
구자욱은 2회말 1사 1루에서 고영표의 초구 스트라이크르 지켜봤다. 2구째 131km/h짜리 투심 패스트볼에 방망이를 냈지만 결과는 파울이었다. 노 볼 투 스트라이크의 불리한 카운트에서 승부를 이어갔다.
구자욱은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고영표의 3~8구째를 끈질기게 커트했다. 9구째 볼을 골라낸 뒤 10구째에 다시 파울, 11구째 볼을 침착하게 참아 냈다. 12구째를 다시 커트, 고영표를 괴롭혔다.
구자욱은 고영표의 13구째 스트라이크 존 가운데 높은 코스로 들어온 132km/h짜리 투심 패스트볼에 헛스윙, 삼진을 당하면서 더그아웃으로 발길을 돌렸다. 하지만 박진만 감독은 구자욱이 타석에서 보여준 집중력을 높게 평가했다.
박진만 감독은 16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 우천취소 직후 "구자욱이 전날 (2회말 두 번째 타석에서) 그렇게 10구 이상 커트, 커트를 했는데 이런 모습을 본 건 올해뿐 아니라 이전에도 없었다. 거의 처음이었던 것 같다"라고 웃었다.
또 "이렇게 승부를 하면서 타격 페이스가 또 올라올 수 있다. 이러다가 빗맞은 안타도 나올 수 있고 베이스 러닝 과정에서 타격 밸런스가 잡힐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자욱은 2024 시즌 129경기 타율 0.343(493타수 169안타) 33홈런 115타점 13도루 OPS 1.044로 커리어 하이 성적을 찍었다. 커리어 첫 단일 시즌 30홈런과 개인 최다 타점을 기록하면서 삼성을 2015년 이후 9년 만에 한국시리즈 무대로 이끌었다.
구자욱은 다만 2025 시즌에는 출발이 좋지 못했다. 4월까지 31경기 타율 0.259(116타수 30안타) 7홈런 22타점으로 홈런을 제외하면 이름값에 걸맞지 않은 성적표를 받았다.
구자욱은 다행히 5월 들어 조금씩 타격감이 정상궤도에 오르는 모양새다. 지난 15일 KT전까지 이달 12경기에서 타율 0.289(38타수 11안타) 1홈런 5타점으로 살아났다.
삼성은 5월 초반 8연패와 함께 5할 승률이 붕괴됐다. 3위 롯데 자이언츠와 격차가 4경기로 벌어진 데다 공동 7위 KIA 타이거즈, 두산 베어스, KT 위즈에는 1경기 차로 쫓기고 있다.
삼성이 초반 고비를 넘고 도약하기 위해서는 강점인 방망이가 살아나는 게 중요하다. 구자욱이 캡틴이자 주축 타자로서 조금 더 힘을 내줘야 한다.
박진만 감독은 "구자욱의 전날 KT전 모습을 보면서 점차 점차 살아나겠다는 기대감이 생겼다"며 "구자욱이 당분간 1번타자로 계속 나서게 할 계획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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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