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고척, 조은혜 기자) 한화 이글스가 외국인 투수 라이언 와이스의 8이닝 완벽투를 앞세워 12연승에 성공했다. 완봉승 도전도 충분히 가능했지만, 9회 마운드에 올라도, 오르지 않아도 이해가 되는 상황이었다. 한화는 더 먼 곳을 내다보고 '스톱'을 선택했다.
한화는 1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원정경기에서 8-0 완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한화는 시즌 전적 27승13패를 마크, 12연승을 질주하며 단독 선두 자리를 지켰다.
1992년 5월 12일 대구 시민 삼성전부터 23일 청주구장에서 열린 쌍방울 레이더스와의 더블헤더 1차전, 2차전 승리까지 이어진 12연승 이후 1만2041일, 32년 11개월 18일 만의 12연승이다. 열두 경기 연속 승리를 기록한 한화는 이제 1992년 구단 최다 14연승까지 단 두 걸음을 남겨두게 됐다.
한화가 3회초 이도윤 볼넷, 문현빈 우전안타로 2사 1・3루 찬스를 잡았고, 노시환 타석에서 문현빈의 도루와 포수의 송구 실책으로 1-0 리드를 잡았다. 5회초에는 황영묵 우전안타, 플로리얼 볼넷 후 문현빈 땅볼로 만들어진 2사 2・3루에서 투수의 폭투, 노시환의 적시타로 2점을 더 추가하고 3-0으로 벌어졌다.
6회초에도 2점을 더 추가했다. 키움 마운드에는 여전히 김윤하. 이진영은 볼카운트 1-1에서 김윤하의 3구 122km/h 커브를 받아쳐 가운데 담장을 훌쩍 넘어가는 비거리 130m 대형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이진영의 시즌 4호 홈런. 이후 이원석의 볼넷과 이재원, 이도윤의 연속 안타로 한 점을 더 달아난 한화는 5-0으로 키움을 따돌렸다.
한화는 9회초 3점을 더 몰아내고 사실상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손힘찬 상대 황영묵이 2루타로 출루, 플로리얼의 뜬공 후 나온 문현빈의 중전 2루타에 홈을 밟았다. 문현빈은 노시환의 중전 적시타에 홈인했고, 채은성의 볼넷으로 이어진 1・2루 찬스에서 대타 이상혁이 삼진을 당했으나 이원석이 우전안타로 노시환을 불러들였다. 8-0을 만든 한화는 9회말 김종수를 올려 경기를 끝냈다.
이날 선발투수로 등판한 와이스는 8이닝 1피안타 2볼넷 9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를 펼치고 시즌 6승을 달성했다. 총 투구수는 93구. 최고 156km/h 직구에 스위퍼를 위주로 커브, 체인지업을 섞어 키움 타선을 꽁꽁 묶었다.
경기 후 와이스는 "승리하게 되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전체적으로 투구 내용에 만족하고 있다. 특히 이재원 포수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사인 한 두개 정도를 제외하면 전적으로 그를 믿었다. 모든 공은 이재원 선수에게 돌리고 싶다"고 승리 소감을 전했다.
8회말까지 투구수는 93구. 점수 차도 8점 차로 넉넉했다. 마지막 공이 152km/h를 찍을 만큼 여전히 구속과 구위 모두 살아 있었지만, 한화 벤치는 9회말 와이스를 내리고 김종수를 올려 경기를 마무리했다. 올 시즌 최다 투구수(112구)를 떠올리면 완봉 도전도 가능해 보였지만, 와이스는 8이닝 무실점 투구로 이날 임무를 마쳤다.
100구 이상도 충분히 가능한 스태미너를 가졌지만, 역설적으로 그렇게 100구 이상을 던진 경기가 너무 많았다는 것이 결정적인 이유가 됐다. 와이스는 지난달 16일 문학 SSG전에서 112구, 23일 사직 롯데전에서 105구, 29일 대전 LG전에서 106구를 던진 뒤 5일 대전 삼성전에서도 107구를 소화하며 4경기 연속 100구를 넘게 던졌다.
양상문 투수코치는 경기 후 그간 와이스가 많은 공을 던졌다는 점을 짚으며 완투나 완봉을 했던 투수들이 그 다음 등판에서 무너지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도 9회말에 하나의 이유라고 설명했다.
와이스 역시 "타자들이 득점 지원을 많이 해줬고, 최근에 100구를 넘게 던진 경기가 많았다. 감독님도 93구가 적당하다고 하셨고, 나도 그 부분에 대해 동의를 했다"고 전했다.
이날 중계 화면에는 와이스가 김경문 감독과 대화를 하는 장면이 잡히기도 했는데, 와이스와 김지환 통역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가득했고, 두 사람의 말이 끝난 뒤 고개를 가로젓는 김경문 감독의 뒷모습이 보였다.
이 장면에 대해 묻자 와이스는 "류현진과 폰세, 엄상백, 문동주에게 물어봐야 할 것 같다. 이 선수들이 왜 1이닝 더 안 던지냐고 놀렸고, 감독님께 가서 '다른 선발들이 1이닝 더 던졌으면 좋겠다고 놀린다. 어떻게 해야 하나' 말씀드렸다. 감독님께서는 그냥 여기까지 좋겠다고 해서 마무리가 됐다"고 웃었다. 한화의 최근 분위기가 그대로 느껴지는 유쾌한 장면이었다.
사진=한화 이글스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