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대구, 최원영 기자) 아빠의 힘이다.
베테랑 좌완투수 고효준(42)은 올해 두산 베어스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방출을 겪고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끝내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섰다. 가족의 응원과 사랑이 있기에 가능했다.
고효준은 2002년 2차 1라운드 6순위로 롯데 자이언츠의 지명을 받았다. 이후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 KIA 타이거즈, 롯데, LG 트윈스, SSG를 거쳤다. 2024시즌 종료 후 4번째 방출을 겪었다.
올 시즌 개막 후에도 소속팀을 찾지 못했던 고효준은 두산 2군 퓨처스팀의 훈련지인 이천 베어스파크로 향했다. 6일 동안 입단 테스트를 소화했고, 최고 구속 147km/h를 찍는 등 건재함을 증명했다. 결국 지난 4월 17일 두산은 고효준의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좌완 불펜 선수층을 강화했다.
육성선수로만 계약이 가능했던 고효준은 육성선수의 1군 정식 등록이 가능한 5월 1일 곧바로 콜업됐다. 1일 잠실 KT 위즈전에 출격해 복귀전을 치렀다. ⅔이닝 1볼넷 1탈삼진 무실점으로 홀드를 챙겼다. 42세2개월23일의 나이로 마운드에 올라 베어스 구단 역대 최고령 등판, 홀드, 삼진 기록을 새로 작성했다. 투구를 마친 고효준은 뜨겁게 포효했고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삼성 라이온즈와의 원정경기를 앞두고 대구서 만난 고효준은 "가족 덕분에 버텼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효준은 "정말 여러 고민을 했다. 때로는 홀로 운동하며 계속 준비하는 그 과정이 지겹기도 했다. 심리적으로 흔들릴 때도 있었다"며 "그런데 가족 생각이 나더라. 남편이고 아빠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이겨내야겠다는 다짐을 많이 했다. 그래서 계속 묵묵히 운동했다"고 힘줘 말했다.
5월 1일 복귀전 당시 가족들도 경기장에 있었다. 고효준이 호투하는 모습을 직접 지켜봤다. 고효준은 "다들 많이 좋아했다. 특히 6살 딸이 너무 좋아하더라. 과거 다른 팀 소속일 때는 야구장에 자주 왔는데 이후 내가 2군에 내려가게 돼 야구장에 잘 못 왔다"고 밝혔다.
고효준은 "올해 개막할 때 중계방송으로 야구를 보고 있었다. 그날 딸이 '아빠는 언제 저기에 나와?'라고 물어보더라. 그 말이 가슴에 꽂혔다"며 "딸이 야구장에 오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그때 그 말을 듣고 다시 정신 차리게 됐다"고 전했다.
복귀전에 관해서는 "많이 긴장했다. 내겐 선물 같은 날이었다. 정말 뜻깊었다"며 "난 괜찮은 줄 알았는데 보는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다. 포수 (김)기연이가 마운드에 올라와 호흡이 가빠 보인다고 했다. 나중에 영상을 보니 정말 긴장한 게 보였다"고 설명하며 미소 지었다.
포효는 자연스럽게 나왔다. 고효준은 "내 가슴 안에 있던 응어리가 조금 풀어지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그런 제스처가 나온 듯하다"고 돌아봤다.
베테랑 선배로서 역할도 수행하려 한다. 고효준은 "기술적인 부분도 있겠지만 선수들의 전체적인 심리 상태를 살피려 하고 있다. 계속 좋은 점을 정립시키려 계획 중이다"며 "어린 선수들도 꽤 있는데 다들 너무 착하다. 야구장에선 승부사 기질이 있어야 한다. 그라운드에선 나쁜 남자가 되라고 이야기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고효준은 "선수들 모두 바뀌려 노력하는 모습이 보인다. 선배가 아닌 형으로서 선수들에게 다가가 도와주고 싶다"고 속마음을 내비쳤다.
사진=엑스포츠뉴스 대구, 최원영 기자 / 두산 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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